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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남 집값 다시 오르는 5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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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강남 집값 다시 오르는 5가지 이유
  • 박원갑 객원논설위원 www.speedbank.co.kr
  • 승인 2006.10.19 09: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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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원 김모(45)씨는 최근 서울 강동구 상일동 일대 중개업소를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재건축 아파트 호가가 생각보다 너무 올라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매입을 검토하고 있었던 고덕주공 3단지 14평형. 이 아파트는 추석 연휴 이전만해도 3억8000만원이면 살 수 있었지만 10월 18일 현재 4억6000만원을 줘야 한다. 김씨는 “그나마 매물이 없어 거래를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강남권 아파트 호가가 크게 오르고 있다. 일부 단지에선 한달 새 1억원 이상 오른 곳도 있다.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등 인기지역 재건축 단지들은 이미 3.30대책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당초 연말까지 약세장을 점쳤던 정부나 전문가들의 전망이 완전 뒤집어진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 까. 원인은 복합적이다. 일단 그 이유부터 조목조목 따져보자.

    ①강남 아파트 문턱이 낮아졌다

    강남 아파트값은 지난 8월초부터 바닥권에서 거래가 이뤄지면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3.30대책 이후 급락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이 나타났지만 그 이후에는 추격매수가 뜸해진 것이다. 수요자들이 오른 가격에선 매수를 하기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평 뉴타운이나 파주 등 강북권과 수도권의 고분양가 후폭풍이 일면서 판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고분양가 논란을 빚은 단지의 인근 아파트값이 급등하면서 그 회오리가 강남권까지 몰려온 것이다. 강남이 강북 발(發)아파트값 상승의 영향권에 접어든 것이다. 강남권 아파트값 급등이 비강남권으로 순차적으로 영향을 줬던 2~3년과는 정반대다. 지금 강남은 시장을 주도할 만한 이렇다 할 재료가 없다. 값도 오를 만큼 올랐다.

    그런데 강남 아파트 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이는 동안 비 강남지역에서 아파트값이 급등했다. 그 결과 ‘가만히 있는’ 강남을 들쑤신 꼴이 됐다. 강남 아파트값 상승의 상당부분은 고분양가 파문을 일으킨 정부나 지자체의 책임이 있는 셈이다.

    요즘 강남권에서 집을 사는 상당수의 수요자들은 강북권이나 수도권 사람들이다. 지난해만해도 지방에서 토지보상을 받아 아파트를 사는 사람들이 제법 있었지만 지금은 딴판이다. 강북권이나 수도권 지역에서 고분양가 논란이나 담합 등으로 값이 오르자 강남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장벽이 낮아졌다. 강남과 비강남의 아파트 가격의 갭(gap)이 줄어든 것이다. 이러다보니 강남 진입을 노리던 교체매매 수요자들의 발걸음이 잦아진 것이다.

    ②판교 2차 분양 탈락자 가세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의 한 중개업자는 추석이후 4건의 재건축 아파트를 거래했다. 이 가운데 3건은 판교 2차 분양 탈락자들이 매입한 것이라고 이 중개업자는 귀뜸했다. 지난 3월 중소형 분양 때만 만해도 나타나지 않았던 ‘판교 분양 후폭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대치동 은마 아파트 주변 한 중개업자는 “판교 당첨자 발표이후 투자문의가 30%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중소형 분양당시 판교 청약을 노렸던 사람들은 대부분 무주택자나 젊은 층들이다. 경쟁에서 떨어지더라도 강남 아파트를 살 형편이 못된다. 하지만 이번 8월 분양은 사정이 다르다.

    최소 7억~8억원 짜리 판교 중대형 아파트 분양을 신청할 정도라면 자금력이 있거나 최소한 집이 한 채 있는 사람들이 주류를 이룰 것이다. 강남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여력이 있는 잠재 수요자들인 것이다. 이런 사람들이 판교 청약에서 떨어지자 재고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가뜩이나 강남 교체수요가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판교탈락자들까지 가세하는 바람에 집값이 들썩이고 있는 것이다.

    ③내년 대선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까지

    지금 중개업소들을 둘러보면 내년 대선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다. 상당수 시장 참여자들이 내년 대선에 재건축 등 규제가 지금보다 완화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시장을 억누르는 재건축 개발부담금 등이 시행되고 있지만 매도자들은 "나올 악재가 다 나왔다"며 역으로 생각하고 있다.이런 기대심리가 팽배해 있는 상태에서 집값이 꿈틀거리자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강남구에 사는 1가구 2주택자 박모(56)씨 역시 매물을 내놓았다가 회수했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3년전에 산 아파트를 연내 처분하려고 계획을 세웠던 그다. 박씨는 “3년 정도만 보유해 내년부터 2주택을 처음 팔 때 장기보유특별공제가 폐지된다 해도 영향이 크지 않다. 또 양도기본 세율이 9~36%에서 50%로 올라간다해도 값이 더 오르면 지금 파는 것보다 이익”이라고 말했다.

    ④또 정부가 북핵 등으로 경제가 침체될 조짐을 보이자 경기부양을 언급한 것도 강남 아파트값을 부추기는 요인이 되고 있다. 경기부양으로 가장 손쉽게 쓸 수 있는 카드는 금리 인하다. 금리는 부동산 가격과 역비례 관계이기 때문에 금리 인하는 곧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⑤북핵 사태가 터지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한수(漢水)이북보다는 이남 쪽으로 기울고 있는 것도 또다른 요인이라고 할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당분간 강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매수자나 매도자 등 시장 참여자들 가운데 값이 더 오를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남 아파트 시장은 매수자 우위에서 매도-매수자 균형 상태를 지나 매도자 우위로 바뀌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아파트값의 단기 고점은 내년 3월 정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는 올해 1가구 3주택자들의 양도세 절세 매물이 고갈되면서 1분기에 값이 급등하는 현상을 이미 경험했다. 매물 품귀 등으로 나타난 이상 호가 급등이다. 내년에도 이런 현상이 재연될 수 있다. 내년에는 그동안 주요 매물 공급처였던 1가구 2주택자들의 양도세 절세매물이 나오지 않는다.

    다만 일정 정도 오르면 값은 계속 오르기 힘들다. 아무리 장사라도 힘을 계속 쓰면 일정기간 지나 기운이 빠진다. 아파트 시장도 마찬가지다. 만약 연말 연초에 값이 급등한다면 하반기에는 숨고르기를 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내년 아파트시장은 ‘전강 후약’(前强後弱)이 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이 아파트시장에서 대선 재료가 선반영되고 있는 측면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변수는 또 있다. 요즘 들어 시장의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게 정부의 정책이다. 정부 입장에선 ‘눈에 가시’인 강남 아파트값이 요동칠 경우 시장에 개입할 것이다. 이럴 경우 상승기간은 더 짧아질 수 있다. 이런 점은 감안하고 투자에 임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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