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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5~10년 내다본다면 외곽보다 도심 아파트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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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5~10년 내다본다면 외곽보다 도심 아파트 사라"
  • 박원갑 객원논설위원 psjin@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1.09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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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 일대 아파트값이 이상 급등하자 내 집 마련 수요자들은 속이 탄다. 집을 안 사자니 불안하고, 사려고 해도 상투를 잡는 게 아닌지 걱정이 앞선다. 전문가들마다 집값 전망도 달라 헷갈린다.

    사실 집값이 언제까지 상승세를 탈 지 예측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집값에 미치는 변수들이 워낙 다양해 어디로 튈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거품은 꺼진 뒤 알 수 있다’고 했을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가격이 오르면 오를수록 그만큼 위험이 커진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혹시 올지 모를 하락기나 불황기에 대비해 안전투자를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단기차익보다 중장기를 내다보고 주택을 매입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런 점에서 10년 불황을 겪은 일본을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을 만하다. 우리나라는 산업구조나 인구 고령화 등에서 닮은 게 많아 일본의 경험은 투자 방향을 잡는데 나침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 주택시장 도심 쏠림 현상 뚜렷

    최근 일본 부동산시장의 가장 큰 트렌드는 도심 회귀(도심 U턴)현상이다. 불황으로 도심 주택가격이 싸지자 외곽을 팔고 도심으로 옮기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주택 시장의 ‘외연 확장’보다는 ‘수축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러다보니 종전의 외곽 지역 주택은 매물이 늘어 소화 불량에 걸렸다. 가격도 도심보다 더 많이 떨어졌다. 싸게 내놓아도 팔리지 않아 애를 태우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정부가 주택 수급 안정을 위해 의욕적으로 지어놓은 외곽의 신도시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젊은 층의 인구가 도심으로 빠져나가면서 실버타운으로 전락했다. 상가는 텅텅 빈 곳이 많다. 노인들이 많이 살다보니 유치원이나 소아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자녀를 키우는 젊은 층들은 더욱 외곽 신도시 입주를 꺼린다.

    도심과 외곽간의 차별화가 극심해진 상황으로 앞으로 이런 추세는 더 심화할 것으로 일본 주택업계는 내다본다.

    아직 수요 초과 상태인 국내 주택시장은 당장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에는 주택 수요 둔화, 인구 정체, 고령화 등이 겹쳐 ‘도심 부상-외곽 침체’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5~10년 뒤를 보고 집을 산다면 외곽보다는 도심을 고르는 게 유리할 수 있다.

    ◆전원주택을 조심하라

    국내 전원주택 시장은 30~40대층 전문직 등을 중심으로 그나마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도 일본처럼 도심쏠림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전원주택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도 수도권을 제외한 전원주택은 급매물이 나와도 팔리지 않는 등 시장이 경색돼 있다. 앞으로 시골 전원주택의 소유자들의 ‘설움’은 더 심해질 것이다.

    따라서 전원주택을 고르더라도 한적한 시골을 고르는 것은 피해야 한다. 농사를 직접 지을 목적이 아닌 단지 ‘공기가 좋아’ 시골의 전원주택을 사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은퇴이후 시골에 전원주택을 지었던 60대 지인이 최근 배우자가 사망하자 서울 도심으로 다시 올라왔다. 이 지인은 “혼자 지내기 너무 외로웠다”고 말했다.

    따라서 50대 이상의 경우 전원주택을 고르더라도 도심 근처에 들어선 집을 사는 게 좋다. 예컨대 대도시 안의 자연녹지에 지어진 전원주택의 경우 도심의 편의시설을 그대로 이용할 수 있어 그나마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고급 주택 강세

    또 하나 두드러진 현상은 고급 주택가격의 강세이다. 도쿄 등의 고급 주택가격은 1990년 이후 한동안 가격이 떨어졌지만 금세 회복해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택이 남아돌자 투자자들이 ‘양’보다 ‘질’을 따지게 됐고, 그 결과 침체속에서도 나 홀로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989년 11월 일본 간사이권 부동산 가격 대폭락을 예견해 일급 부동산 애널리스트로 이름을 날린 고다 마사노리씨는 자신의 저서에서 “도시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주택지는 아주 안정된 지역이기 때문에 공급이 부족해 가격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장기 불황기에는) 면이 아니라 점 단위로 장소를 엄선하는 시대이다. 그 결과 이용목적에 딱 맞지 않는 부동산은 용서 없이 선별돼 가격이 놀랄 만큼 떨어진다. 수요의 양극화가 일어나고 여기에 발맞추듯이 가격의 양극화가 일어나는 시장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그는 진단했다.

    급등락하는 시세에 일희일비하기보다 시장을 멀리 내다볼 수 있는 안목이 절실한 때다. 그래야 불황이 찾아 와도 적어도 남들보다 손해는 덜 본다. <스피드뱅크(www.speedbank.co.kr) 부동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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