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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산층 집값 프랑크푸르트의 9~1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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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산층 집값 프랑크푸르트의 9~12배
<유태현의 '유럽돋보기'-9>소득 차이는 반대로 2.7배 '중산층 소멸'
  • 유태현 yuthth@hanmail.net
  • 승인 2006.12.04 0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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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독일 체코 등 유럽국가 취재 중에 우리나라의 집값 수준을 알아 보기로 했다. 집값이 얼마나 비싸길래 언론과 정치권, 국민이 거의 하루도 안 빼고 비명을 지를까?

    집값을 비교하는 데 큰 걸림돌이 하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도시거주자들이 아파트를 선호한다. 아파트 값만 연일 치솟고, 연립주택ㆍ다세대주택ㆍ단독주택 값은 소폭 오르거나 거의 변동이 없다. 아파트 미보유자들 가운데는 버젓이 자신의 주택이 있으면서 아직 무주택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수두룩할 정도다.

    반면 유럽에서는 정반대다. 도시지역 아파트에는 서민보다 못한, 상당히 가난한 사람들이 거주한다. ‘닭장’에서 탈출하는 것이 이들의 꿈이지만 그 꿈을 이루는 것은 쉽지 않다. 한국의 연립주택에 사는 사람들이, 단독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녹록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아파트값과 독일의 중산층이 거주하는 단독주택 값을 대비해 봤다. 깜짝 놀랐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나 줄곧 이곳에서만 살아온 스테판 뢸(37)씨. 그는 두가지 직업을 갖고 있다. 근교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며 틈틈이 관광버스 운전을 한다. 상점 운영도 꽤 안정돼 있고 버스기사 수입도 쏠쏠하다고 한다. 이곳의 대표적인 중산층 거주자다.

    버스기사라 길을 잘 알 것으로 판단해 그 유명한 쾰른 대성당을 찾아가는 방법을 물어 본 것이 인연이 돼 매우 효과적인 취재를 할 수 있었다. 영어를 상당히 유창하게 구사했다.

    “프랑크푸르트 근교 중산층 거주지역에 집 하나 짓거나 장만하는 데 얼마나 필요하나?”

    “내가 지난 9월에 3층 짜리 집을 하나 지었다. 총23만3000유로(약3억 원)를 썼다.”

    “건평과 대지는?”

    “대지 102평에 건평 117평 3층 짜리 집이다.”

    마당에는 정원과 꽃밭이 있는 그림같은 집을 지어 매우 행복하다고 했다. 집 지을 때 부엌 때문에 부인과 많이 다투고 돈도 15% 이상 더 많이 썼다고 했다. 그러나 지어 놓고 보니까 너무 편리해 요즘은 부인에게 오히려 고맙게 생각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뢸씨는 자신이 명백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연간 소득과 자산 보유규모도 중산층에 해당된다고 믿고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뢸씨와 대칭되는 중산층은 어떤 사람들일까? 지금까지는 상식적으로는 지속가능한 연봉 또는 연간 소득이 5000만 원대까지는 올라가야 자칭이든 타칭이든 중산층이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서울 거주자의 경우 연간 5000만 원대의 고정소득 외에 적어도 서울 강남ㆍ용산ㆍ목동, 경기도 분당 등 괜찮은 거주지역에 32평형 아파트 한 채 정도는 갖고 있어야 중산층 대접을 받는다. 이런 지역에 이 규모 아파트 한 채 마련하려면 현재 7억~12억 원이 있어야 한다. 이보다 더 비싼 아파트도 즐비하다.

    뢸씨는 “18세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정말로 열심히 일하고 억척같이 저금해 20여년 만에 그림 같은 집을 장만해 너무 너무 행복하다”며 활짝 웃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와 독일의 단독주택을 비교해 그 수치를 계량화하는 것은 쉽지 않다. 땅값, 공사비용, 재료비용, 건폐율, 용적률 등을 따져 수평대비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단순 거주면적 비교로 117평에 3억 원 대 32평에 최저 7억 원, 최대 12억 원이다. 평당 가격을 보면 256만 원 대 최저 2200만 원, 최고3750만 원이다. 푸랑크푸르트와 서울의 집값 차이는 최저 9배, 최고 12배나 되는 셈이다.

    독일의 1인당 국민 소득은 3만3390달러로 한국(1만4151달러)의 2.7배나 된다. 우리나라의 집값, 거주비용이 얼마나 비싼지 쉽게 알 수 있다. 연봉 5000만 원인 서울 거주자가 월급 417만 원 가운데 절반을 저축하면 209만 원이다. 1년 모으면 2500여만 원이고 10년 모아 봤자 2억5000만 원, 20년 모아도 5억 원이다.

    10~20년을 모으는 동안 화폐가치는 떨어지고 집값은 몇 배로 더 뛰어 개미처럼 일하고 저금해 온 사람들은 닭 쫒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된다. 우리나라의 중산층이 몰락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는 것은 이 같은 이치 때문이다.

    도대체 우리나라에 지속 가능한 연봉이 5000만 원 이상 되고 7억~12억 원짜리 집 가진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청와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알고 있을까? 알고 있다면 나라가 이 모양 이 꼴이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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