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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칼럼> 찬바람 도는 전세시장… 내년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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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갑 칼럼> 찬바람 도는 전세시장… 내년 어떻게 될까
  • 박원갑 객원논설위원 www.speedbank.co.kr
  • 승인 2006.12.22 08: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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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파트 전세시장이 심상치 않다. 예년 이맘때 같으면 학군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전셋값이 꿈틀거렸다. 하지만 올해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곤 대체로 찬바람이 분다. 지난주 서울지역 전셋값은 평균 0.10%(스피드뱅크 조사) 올라 지난달 말에 비해선 상승률이 거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등지에선 집주인들이 시세보다 1000만원 이상 싸게 세입자를 구하려 해도 매수세가 없다. 전세를 내놓아도 한 달 째 나가지 않자 애를 태우는 집주인도 많다. 그래서인지 일부 언론에선 ‘역전세난’을 우려하는 분석도 나온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 까. 그리고 2007년에도 이어질까.

    ◆왜 갑자기 전세시장 침체인가

    일선 부동산 중개업소에서 나오는 전세 물량은 예년보다 많지는 않은 것 같다. 일부 집주인들이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낮추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린 경우가 많다. 월세는 넘치지만 전세는 많아봐야 단지별로 4~5개 정도다. 재건축,재개발,뉴타운 개발이 잇따르면서 국지적으로 매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수요는 이보다 더 줄었다. 쌍춘년인 올 가을 한꺼번에 신혼부부들이 대거 결혼을 하면서 전세를 구했지만 지금은 이런 수요가 많이 줄었다. 서울지역 예식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가을 결혼이 예년보다 30%가량 늘었다고 한다. 중소형 아파트 전세를 중심으로 미리 ‘소비’한 꼴이 됐다. 이러다보니 겨울 들어선 일시적인 수요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여기에다 2007년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전세 거주자들이 매매시장으로 대거 뛰어들었다. 그만큼 전세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다급하다 못해 전세를 안고 집을 산 경우도 있다.

    또 2008학년도부터 내신 위주로 대학입시가 바뀌면서 좋은 학군 지역으로의 전입 수요도 많이 줄었다. 서울 양천구 목동이 그 예이다. 좋은 학군으로 전학을 오면 내신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해져 대학 진학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는 꼴’이다. 굳이 좋은 학군으로 전입할 만한 메리트가 줄어든 것이다.

    이런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면서 초겨울 전세시장이 이상 침체를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내년 전세 공급은 줄지만

    하지만 내년은 언론에서 많이 지적했듯이 입주물량이 크게 줄어든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내년 서울지역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3만373가구로 올해(4만5645가구)보다 33.4% 줄어든다. 경기지역 역시 8만2183에서 6만1529로 25.1% 감소한다. 공급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수급불안으로 전셋값이 상승할 요인을 안고 있다.

    게다가 내년에는 종합부동산세 부담이 크게 증가(올해 집값 상승분이 반영될 수 있고,종부세 과표 적용률도 70%에서 80%로 올라간다)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려는 집주인이 많아 질 것이다. ‘반값 아파트’공급 방안이 보다 구체화할 경우 굳이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내년에는 그만큼 수요도 줄어

    하지만 수요 감소 요인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올해 쌍춘년에 앞당겨 결혼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결혼이 올해보다 크게 줄어들 수 있다. 결혼 감소는 곧 중소형 중심의 전세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게다가 전세거주자들이 이미 집을 많이 사 전세 수요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내년은 이사 수요가 많지 않은 홀수해라는 점도 무시하지 못할 또 다른 변수다.

    ◆여전히 시장은 불안

    시장을 예측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 다른 각 변수들이 어떻게 시장에 영향을 미칠 지 예측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셋값이 하락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전세의 수요 감소 효과보다는 공급 감소 효과가 더 크게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서다. 그렇다고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봄철 전세대란’같은 최악의 상황은 오지 않을 것 같다. 전세대란은 공급적인 측면만 보고 전망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또 다른 변수가 있다. 열린 우리당이 세입자가 바뀌어도 전세금을 5% 이상 못 올리도록 하는 법률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기존 세입자가 재계약할 때만 전세금 인상 상한선(5%)을 두고 있다. 만약 이 법률안의 입법이 본격 추진될 경우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집주인들이 법 시행을 앞두고 전셋값을 앞 다투어 올리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3년전 상가임대차보호법 시행 당시 건물 주인들이 “앞으로 임대료를 못 올릴 테니 법 시행 전에 올리고 보자”며 임대료를 대거 올려 세입자들이 큰 홍역을 치렀다.

    만약 신규 계약자에 대해서도 전세금 상한선을 둘 경우 단기적인 전세가격 상승은 불가피하다. 약세를 보이고 있는 지금 전세시장 판도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다. 내년 전세시장 안정 여부의 상당 부분은 부동산 내부 환경이 아닌 외부 환경에 달려있는 셈이다.<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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