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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기기 점검ㆍ청소 나왔다"… 문 열었더니 세제 '강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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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기기 점검ㆍ청소 나왔다"… 문 열었더니 세제 '강매'
  • 백상진 기자 psjin@consumernews.co.kr
  • 승인 2007.04.25 0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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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레인지나 식기세척기 등 가정용 주방기기를 점검ㆍ청소하러 나왔다고 주인을 속이고 집 안으로 들어와 세제를 '강매'하는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특히 출입 관리가 다소 허술한 신규 입주 아파트가 판매원들의 주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

판매원들은 해당 회사의 작업복을 입고 점검이나 청소를 해주며 거절할 수 없도록 만든다. 이어 제품박스를 뜯어놓고 "홍보기간이라 싸게 드리고 있다"거나 다른 세대의 점검표와 상품구매수를 적어놓은 표를 보여주며 소비자에게 다량의 세트구매를 유도한다.

그러나 이들 제품은 대부분 이름과 제조회사가 생소한데다가 가격이 비싸고 품질도 좋지않아 소비자가 뒤늦게 계약 철회나 반품을 요청하면 전화를 잘 받지 않거나 사용했다는 등 이유로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사례1=소비자 권영순(여ㆍ37ㆍ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씨는 지난 5일 집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던중 "가스레인지 후드를 점검하러 나왔다"는 말에 현관문을 열어줬다.

집 안으로 들어온 아주머니는 가스레인지와 싱크대에 세제를 뿌려가며 청소를 했다. 입주한지 5개월밖에 안됐는데 구정물이 나온 것을 보고 깨끗해진 것을 확인하고 나니 마음이 동했다. "몇 개만 사겠다"고 말하자 "한 상자(12개)를 사면 싸게 주겠다"며 자꾸 권유했다.

생각이 바뀔 경우 다시 전화를 하겠다는 조건으로 23만원을 일시불로 계산했다. 아주머니는 물건과 함께 명함 한 장을 주고 집 밖으로 나갔다. 카드에 찍힌 회사 이름은 '네오스페샬'이었다.

그러나 한꺼번에 너무 많은 양을 구입한 것 같아 다음날 아주머니 휴대전화로 연락을 했다. "반만 사겠다"고 말했더니 "다음 주에 수원에 들를테니 그 때 얘기하자"며 전화를 끊었다.

며칠을 기다려도 연락은 오지 않고 답답해서 아주머니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어떤 남자분이 전화를 받더니 "언제올지 모른다. 사무실에 며칠째 나오지 않는다"며 잡아뗐다.

그 뒤로,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몇 번 더 했지만 통화를 할 수 없었다.

권 씨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분들도 이런 경험이 있을 것 같다"며 " 어떻게 해야 좋을지 답답한 심정"이라며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 호소했다.

#사례2=주부 김경숙(45ㆍ서울 광진구 자양3동)씨는 14일 오후 외출을 하려고 나가려는데, 어떤 회사 옷을 입은 아저씨가 "가스레인지 후드를 점검해주겠다"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가스레인지 후드를 열어보고 점검하는 척 하더니 세제를 꺼내놓으며 "15일마다 후드를 물로 씻은 뒤 이 세제를 뿌려놓으면 코팅도 되고 항균ㆍ탈취도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홍보기간이라 싸게 드린다"며 1년치를 한꺼번에 구입할 것을 권유했다.

그러나 가격이 2개 짜리 묶음(3개월 사용)에 4만3000원으로 만만치않아 나머지는 어렵게 거절하고 한 개만 샀다. 세제는 테비스의 '실버스토리'란 은나노 제품이었다.

김 씨는 "아파트 관리실을 통해 '협력업체, 회사 직원 등을 사칭해 물건을 팔러다니는 사람이 있으니 주의하라'는 방송을 수시로 들은터라 기분이 찝찝하고 가격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로 확인전화까지 했다"며 "제품은 쓰봐야 알겠지만 많이 사지 않아 그래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사례3=소비자 이미선 씨는 이달 초 주방 팬 후드를 청소해준다기에 문을 열어주었다.

당연히 아파트 관리실에서 연결해주는 방문업체인줄 알았다. 그러나 방문판매원이었다. 청소까지 해주고 너무 고마워 거절할 수가 없어 가격을 물어보니 신혼부부세트가 25만원(20개)이라고 했다.

가격이 비싸 1차 거절을 하니 15만원짜리 선물용세트(10개)를 내밀었다. 후드 청소까지 해주고 2개를 서비스로 준다고 해서 결국 후드 교체비 1만원 포함해 16만원을 할부로 결제했다.

사용해보니 생각만큼 좋지않고 독한 것같아 7개를 반품요청했다. 서비스로 받은 것 2개까지 포함해 6개(12개의 반)만 보내라고 했다.

이 씨는 "박스도 뜯어서 가져왔고, 세트를 반품하면 소비자가 불리하다고 협박까지 하고, 이 정도 해주는 것도 다행이라는데 속상해 죽겠다"며 억울함을 한국소비자원에 하소연했다.

#사례4=신규아파트로 입주한 주부 송효정 씨는 얼마전 "식기세척기 점검 나왔다"는 말을 듣고 문을 열어줬다. 삼성이나 LG 서비스센터 사원같은 옷을 입고 있었다.

식기세척기 사용방법에 대해 너무나도 익숙하게 설명하며 "지금 쓰고 있는 식기세척세제가 가루세제여서 잘 씻기지 않는다"며 액체세제의 구매를 권유했다.

그는 또 다른 세대들의 점검표와 상품구매수를 적어놓은 표를 보여주며 다른 집에서도 구매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금은 현금이나 인터넷뱅킹으로 바로 주어야 물건을 갖다준다고 했다.

인터넷뱅킹으로 송금하고 물건을 받았는데, '위니아' 제품이라던 상표도 없고, 주소지 연락처는 전화도 되지 않고, 내용물도 좋지않은 것같았다. 회사 이름은 너무나 생소한 '정진'이었다.

인터넷으로 사례를 찾아보다가 신규 아파트의 입구가 아직 관리되지 않아 방문판매원들이 점검을 사칭해 물건을 많이 팔러다닌다는 것을 알게 됐다.

송 씨는 "아파트 관리업체에서 나온 것처럼 소비자를 착각하게 만들고, 판매원을 계속 전화를 피하고 있고, 다른 번호로 전화해 겨우 통화를 해도 환불약속을 지키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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