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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의 세상보기>똑같이 돈벼락 맞아도 '극과 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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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의 세상보기>똑같이 돈벼락 맞아도 '극과 극'
  • 오승건 한국소비자원 미디어사업팀 차장 osk@kca.go.kr
  • 승인 2007.05.2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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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쫓아가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일시적으로 부자가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계속 부자로 살지 못하는 것 같다. 돈은 집착의 대상이 아니라 성공하면 주어지는 대가이기 때문이다.

갑자기 돈벼락을 맞아 부자가 된 사람은 행복할까? 외국의 사례나 우리나라 경우 거액의 복권에 당첨돼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은 드물다. 흥청망청 돈을 쓰다 보면 시나브로 더 심한 불행으로 떨어진다. 대박의 행운도 관리할 능력이 있을 때 곁에 머물지 그렇지 못하면 불행으로 이어진다. 극과 극의 두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미국의 평범한 자동차 수리공이었던 폴 쿠니는 1988년 봄 26세로 복권에 당첨됐다. 엄청난 대박이었다. 상금이 무려 2071만달러로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약 230억원에 이른다. 쿠니는 상금을 받은 뒤 자신이 일하던 자동차판매회사의 경영권을 사들였다.

쿠니의 회사는 방만한 경영으로 1년 만에 망했다. 부부 사이가 나빠져 3년 뒤 당첨금의 33%인 690만달러를 주고 이혼했다. 쿠니는 돈이 많아 쉽게 재혼했지만 위자료만 주고 또 이혼했다. 새로 시작한 중고차 판매사업도 잘되지 않아 고리의 사채를 쓰기 시작했고, 빚이 500만달러가 넘자 결국 파산 신청을 냈다.

미국의 피트니스 강사인 듀크는 대박의 행운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모범 사례다. 2005년 파워볼 로또 1등에 당첨돼 8000만달러를 받은 듀크는 변호사와 회계전문가 등의 자문을 받아 안전 자산과 위험 자산에 분산 투자했다.

듀크는 복권에 당첨되자 주택담보대출과 다 갚지 못한 학자금 대출을 모두 상환했다. 소비는 최대한 합리적으로 쓸 것만 썼다. 그가 부린 사치는 17명의 친구와 타히티로 여행을 가고, 소형 중고차를 구입하고, 고급 자전거를 산 것 정도가 전부다.

가족들에게는 요트를 한 척 선물했다. 조카들에게 학자금을 지원해 주기 위해 세금 절감 차원에서 가족 명의로 130만 달러 규모의 재단을 설립했다. 듀크는 복권에 당첨되기 전에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지 않고 계속 다닌다.

듀크가 투자한 당첨금은 18개월 사이 1억3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재테크가 계획대로 잘 돼 가고 있으며 12년 뒤에는 10억달러로 불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조카 등을 포함한 가족들에게 세금이 부과되지 않을 정도의 돈을 줘 아무도 빚이 없는 상태이며 모두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밝혔다.

행복한 부자가 되려면 돈을 버는 기술과 관리하는 능력을 겸비해야 한다. 돈이 많다고 행복해 지는 것은 아니다. 돈은 많지만 관리할 능력이 없으면 더 불행해진다. 쿠니의 사례가 그것을 증명한다.

재테크를 하려는 사람이 늘어나자 그런 기술을 알려주는 교육 시장도 커지기 시작했다. 족집게 주식 교육, 재무 컨설팅, 부동산 강좌,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테크 등 다양한 강좌가 열린다.

사람들은 날로 먹는 것을 좋아한다. 밥을 해도 뜸을 들여야 하고, 씨를 뿌려도 세월이 지나야 싹이 돋는데 바로 돈이 되는 것을 요구한다. 주식도 기본 지식이 선행돼야 하는데 간결하게 오를 종목을 찍어 달라고 한다. 고기 잡는 법을 배워야 하는데 고기를 잡아달라고 하는 격이다. 고기를 잡을 확실한 능력이 있으면 자기가 잡지, 목소리 높여 고기 잡는 법을 초보자에게 가르치면서 푼돈을 챙기겠는가.

부자들이 몰라서 금융 교육을 배우러 오는 것은 아니다. 아는 것을 확인하고 혹시 자기가 모르는 새로운 정보가 있는지 확인하러 온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교육도 마찬가지다. 시간 내고 교육비 내고 들으러 다니는 사람이 계속 다니므로 전문성이 쌓인다.

유료 금융 강좌는 서울에서도 강북보다는 강남에서 많이 열린다. 강북에는 강좌가 개설돼도 최소 수강 인원이 모집되지 않아 폐강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몇 만원의 교육비와 시간을 낼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강사의 동일 강좌가 강남에서는 인기인데 강북에서는 폐강된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되는 이유 중 하나다.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남이 잡아주는 고기를 먹기보다는 고기 잡는 법을 배워야 한다. 기초부터 다져야 한다. 기초는 다지기 싫고 돈이 탐날 때 인생은 꼬이기 시작한다. 세상에 쉬운 재테크는 없다. 있다고 말하는 사람을 조심하라.

돈 버는 것을 가르쳐 주는 재테크 강연장의 분위기도 주제와 주최측에 따라 차이가 많다. 경제의 전반을 다루는 강연회, 대박 나는 종목을 찍어주는 강좌, 황금알을 낳는 벤처 사업 설명회 등 다양하다.

대박과 쉬운 재테크를 말하는 강연장은 대체로 분위기가 어둡다. 교육 받으러 오는 사람들의 옷차림은 칙칙하고, 눈알이 충혈된 사람들이 많다. 강사는 깔끔하게 옷을 차려 입었지만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재테크의 기본인 자기 계발 강좌나 건전한 금융 교육 강연장에 가면 건강한 에너지가 넘친다. 강사의 강연은 물론이지만 교육생의 열정과 태도에 감동 받는다. 스스로 교육비 내고 시간 내서 참여하는 교육생이 많은 강연장은 에너지와 열정으로 밝고 경쾌하다. 교육을 마치고 돌아가는 사람들의 얼굴은 생기가 넘친다.

재테크의 핵심은 자기 계발과 평생 공부다. 관심을 가지고 시간을 투자하면 작은 것이 보이기 시작한다. 작은 성공의 축적이 큰 성공을 만든다. 재테크 지식을 하나씩 배우고 실천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 통장에 잔고가 쌓이고 금융 근육은 튼실해진다.

높은 산에 올라가면 멀리 보인다. 올라가기가 힘들지만 말이다. 올바른 투자 철학과 실행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선택의 폭은 넓어지고 부가 가치는 높아진다. 금융 지식이 쌓이면 리스크는 더 이상 위험이 아니다. 오히려 위기를 기회로 만든다.

* 어떤 일을 하게 되었을 때 또는 해야만 할 때, 그 일을 즐겁게 해치우는 것이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이다.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일수록 즐겁게 하면 결과도 좋다.- 데일 카네기의 <행동하지 않으면 실패도 성공도 없다> 16쪽, 아이디어북 발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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