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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면 팔겠다구?

박원갑 객원논설위원 www.speedbank.co.kr 2006년 10월 08일 일요일 +더보기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 사는 자영업자 김혁수(가명.60)씨는 아파트가 5채나 되는 집부자다. 지난 2001∼2002년 집값 상승기에 투자용으로 사놓은 것이다. 그 사이 집값이 적게는 40%, 많게는 곱절이상 올랐다. 많이 벌었지만 차익을 실현하지 않은 평가 이익일 뿐이다. 양도소득세를 내고 나면 수익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그가 지금 아파트를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하는 이유다. 그는 “노무현 정권이 바뀌면 그 때 팔겠다”고 말했다.

   요즘 부동산 중개업소를 둘러보면 김씨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투자자들이 제법 된다. 정부가 쏟아내고 있는 고강도 투기 억제책이 다음 정권에 가면 완화하지 않겠느냐는 희망이다. 새 정부가 들어설 2008년 이후 부동산을 팔면 세 부담이 낮아 차익을 충분히 챙길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런 꿈이 과연 가능할까.

   일각에선 다음 대선 때 보수당인 한나라당이 승리하면 부동산 정책 기조가 확 달라질 것으로 기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 과거를 되돌아보자. 나중에 위헌 판결이 났지만 종합부동산세 못지않게 위력적인 토초세는 1990년대 노태우 정권 때 여당인 민자당 주도로 입안된 것이다. 더욱이 그때와 지금은 사회 주도세력이 다르다. 지금 주도세력은 개혁 성향의 386세대가 아닌가.

   물론 정권이 바뀌면 지금보다는 부동산 정책의 수위가 약간 낮아질 것이다. 한나라당이 최근 내놓은 세제 개편안을 보자. 한나라당은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금액을 현행 공시가격 기준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고 세대별 합산을 인별 합산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라고 밝혔다. 고가주택의 기준 가격으로 6억원의 기준이 실효성이 없는데다 세대별 합산은 결혼에 대한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현행 6억원 이상인 1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부과기준을 9억원으로 높이고, 20년 이상 장기보유 1주택자에 대해서는 양도차익을 공제해주는 등 세법도 손을 댈 예정이다. 한나라당의 세제 개편안을 요약하면 획기적인 완화책은 아니다. 투기와 관련이 없는 실수요자 등 1주택자를 보호하고 거래에 숨통을 터주는 정도다. 큰 틀을 바꾸기 보다는 부분적인 손질 정도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참여정부의 부동산 세제의 큰 틀은 보유세를 올리고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다. 이런 원칙은 이미 선진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한나라당이 집권한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한나라당도 부동산 시장 안정의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그동안 수많은 부동산 법안의 입법 과정에서 찬성표를 던진 이유이기도 하다. 한번 만들어 놓은 법을 손대려면 반대 여론 등 역풍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따라서 한나라당이 집권해 세제가 개편된다고 하더라도 김씨와 같은 다주택자들이 보호받기는 어려울 것이다. ‘김칫국부터 마시는’ 김씨 같은 사람들이 너무 순진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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