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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호재 ‘과대 포장’ 자칫 투자 실패 부를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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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호재 ‘과대 포장’ 자칫 투자 실패 부를수도
  • 박원갑 객원논설위원 www.speedbank.co.kr
  • 승인 2006.10.3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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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아파트 근처에 구민회관이 들어서는데 집값이 오를까요?”

    최근 수도권에 사는 한 30대 주부로부터 이런 전화를 받았다. 헬스장이나 수영장 등 편의시설을 갖춘 구민회관이 세워지면 ‘후광효과’를 보지 않겠느냐는 질문이다.

    이 주부는 구민회관 건립 자체를 대단한 호재로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 재테크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주부 같은 사람들을 의외로 많이 만난다.

    사소한 재료를 너무 크게 보는 것이다. 해당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이 동네 소식에 가장 밝지만 착각에도 빠지기 쉽다. 진정한 의미의 호재가 되려면 그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거나, 최소한 알고는 있어야 한다.

    최근 인천 검단신도시가 그 예다. 인천 검단은 이미 지난해부터 인천시가 '2020년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하면서 신도시로 개발키로 한 곳이다.

    검단신도시 개발은 지역 주민들만 아는 사실이어서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건설교통부가 이를 공식 발표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수도권 서부지역은 물론 서울, 심지어 지방 사람들까지 관심을 가지면서 급등세를 타고 있다. 지역 재료가 전국화할 때 값이 크게 오르는 것이다.

    ‘투자는 미인 선발대회’라는 말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곳보다 남들이 좋아하는 곳을 골라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얘기다. 재테크에 성공하려면 재료를 객관화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부동산을 ‘애인’으로 만들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사통팔달 아닌 곳 있나요

    집을 사기 위해 이곳저곳을 다니다 보면 우리 동네는 어디나 쉽게 오갈 수 있는 사통팔달 지역이라는 말을 많이 들을 것이다.

    하지만 지하철이나 도로가 많이 건설되면서 전국에 사통팔달 지역이 아닌 곳이 드물다. 예컨대 경기도 하남에 사는 사람들은 올림픽대로와 중부고속도로를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자신의 동네가 사통팔달 지역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경기도 구리나 김포 사람들도 비슷한 이유로 자신의 동네를 자랑할 것이다. 여태껏 많은 투자자들을 만나봤지만 자신의 동네가 사통팔달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역세권 희소가치 많이 줄어        

    역세권도 마찬가지다. 10년 전만해도 서울 등 대도시에선 아파트가 역세권에 속한다는 이유만으로 값이 비쌌다.

    하지만 지금은 역세권 희소가치가 많이 줄었다. 지하철 노선이 많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지역의 어지간한 대단지 아파트는 걸어서 10분 이내의 역세권 아파트이다.

    지금은 2~3개의 지하철 노선이 겹쳐 지나가는 ‘더블 역세권’이나 ‘트리플 역세권’이어야 진짜 역세권으로 취급받을 수 있는 시대이다.

    지하철이나 전철은 여전히 집값을 결정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이지만 평형에 따라 다르다는 점도 알아두는 게 좋다. 신혼부부 등이 많이 찾는 중소형 아파트값은 지하철 여부에 큰 영향을 받지만 중대형은 이보다는 덜하다.

    ◆교통발달이 모두 호재 아니다

    도로나 철도 개통이 모든 지역에 호재가 되는 것도 아니다. 특히 상권의 경우 시장이 재편돼 지역별 희비가 엇갈릴 수 있다. 성형의과 의사 김모(45)씨는 고속전철(KTX)을 타고 전북 익산까지 출퇴근한다.

    KTX가 생기지 않았다면 엄두를 못냈을 것이다. KTX가 없었다면 김씨 가족들은 익산 현지에서 아파트를 사고 쌀과 라면을 살 것이다. 하지만 KTX의 등장으로 김씨 가족들은 서울에서 대부분 소비를 한다. 익산 지역경제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교통의 발달이 지방상권에 되레 독이 될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소읍의 상권은 신설 역사 등 중심 상권에 고객을 빼앗기면서 침체가 올 수 있다. 이른바 ‘빨대효과(straw effect·중심지의 강력한 흡인력에 외곽이 쪼그라드는 현상)’라는 것이다.

    한 국회의원이 서울 강남구 소재 병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조사결과 KTX 개통으로 지방고객 수가 증가한 곳은 14.29%에 달했다. 지방 사람들이 교통이 좋아지자 서울로 원정 쇼핑을 온 것이다. 지방 상인들로선 그만큼 고객을 빼앗긴 꼴이 된 셈이다.

    ◆호재 ‘뻥튀기’습관 버려야

    부동산 투자에서 가장 빠지기 쉬운 함정이 개발 재료의 과대 포장이다. 이런 함정에서 벗어나려면 이해관계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본 뒤 결정해야 한다. 현장을 자주 찾아 부동산을 보는 안목을 기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스피드뱅크 부동산연구소장(www.spee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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