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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쿠데타' 그들은 진정 모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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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쿠데타' 그들은 진정 모르는가
'곳간'은 다 비어가는데도 '그들만의 잔치'는 계속...
  • 유태현 발행인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1.02 07:4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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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태국에서 쿠데타가 일어나 탁신 총리가 축출됐다. 쿠데타는 원래 정치적인 목적을 가진 군부가 반란을 일으켜 국가 원수를 권좌에서 몰아내는 것을 의미한다. 태국 군부는 국민들의 대대적인 환영을 받으며 거사에 성공했지만 대체적으로 쿠데타는 섬뜩하고, 무섭고, 고약한 행위를 의미한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군부 쿠데타보다 더 무섭고, 고약한 쿠데타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기업들의 쿠데타다. 기업들이 노무현 정부에 쿠데타를 전개하고 있고, 쿠데타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라고 주장한다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실이다.

    기업들이 노무현정부의 정책, 정치ㆍ경제ㆍ사회 환경에 환멸을 느낀 나머지 해외로 해외로 떠나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섬뜩할 정도다. 올해 9월말 현재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직접 투자는 49억7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33억2000만달러)에 비해 무려 50%가량이나 증가했다.

    현대자동차그룹, 삼성, LG등 국내 간판 기업들이 지구촌 곳곳에 공장 짓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우리나라 기업들이 아니다. 인도에서 공장을 짓고,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고, 이익이 나면 재투자하거나 또 다른 나라에 투자를 하는 현상이 우리나라 국민과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가장 높은 산업을 꼽으라면 자동차 산업이다. 현대ㆍ기아자동차가 지난 10여년 이상 국내에 설비투자를 했다거나 앞으로 할 계획이란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나라간 시장 장벽이 허물어진 글로벌 시대를 맞아 이같은 현상은 당연하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시대적 조류를 감안해도 그 도가 지나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내 기업들조차 투자를 기피하는 데 외국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 투자를 확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올해 9월까지 외국인의 국내 직접 투자는 7억9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지난해 같은 기간(34억2000만달러)의 4분의 1 수준이다.

    국내 기업과 외국 기업이 동시에 이 땅을 떠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 무슨 고용 창출이 있고, 국부창출이 있겠는가? 국내 기업들의 지난해 설비투자는 지난 2000년에 비해 겨우 1.8% 증가했다. 10년전인 1996년과 견줘 봐도 11.4% 증가에 그쳤다. 연평균 설비투자 증가율을 보면 1971~1980년 19.6%, 1981~1990년 12.1%였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10년새에 10분의 1이하로 줄어 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운운하는 것 자체가 무식한 발상이다.

    외환위기 이후, 중국경제의 부상 이후 기업들의 해외 탈출현상은 계속 진행돼 왔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기업들은 사실상 쿠테타에 버금가는 ‘보이콧’을 하고 있다. 북한 핵실험 이후 중국과 러시아까지 북한을 견제하고 있는 마당에 노무현 정부는 아직도 김정일 정권에 대한 퍼주기 정책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따가운 눈총은 외부에서만 쏟아지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 대기업 총수 가운데 검찰 법원에 불려 나가 본 적이 없거나 감옥생활을 해 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드물다. 정몽구 현대ㆍ기아차그룹 회장, 김우중 대우그룹 창업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장진호 전 진로그룹 회장 등 감옥 신세를 져 본 사람만 해도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회원국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지구 전체를 통틀어 봐도 이런 나라는 드물 것이다.

    재계의 대부인 이건희회장도 편법증여 등의 혐의로 검찰 소환을 눈앞에 두고 있다. 검찰 소환 한번 안 받아 봤다면 한국에서는 재벌 자격 없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물론 이들이 이런 상황에까지 몰린 데는 그만한 이유와 근거가 있을 것이다. 법을 어기면 벌을 받는 것은 법치국가에서 당연한 이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기업환경을 뜯어 보면 법을 지키다 보면 기업으로 또는 기업가로 살아남기 어려운 척박한 곳이다. 살인적인 상속세, 난마처럼 얽혀 있는 규제의 사슬, 세계에서 가장 사납고 힘센 노조, 고임금, 정치권과 관료의 부패, 교육 부실에 따른 고급 인력난, 반(反) 재벌 문화 확산, 북한 핵을 둘러 싼 지정학적인 불안 고조 등 일일이 열거 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장벽이 곳곳에 늘려 있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그룹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역대 정권 중에서 노무현 정부만큼 기업들을 옥죈 적은 없다”며 “노무현 정권출범 이후 코드 코드 하는데 한마디로 말해 이 정권만큼 기업과 코드를 맞추기 어려운 정권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는 게 자연의 이치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실제 대한상공회의소가 최근 해외진출 제조업체229곳을 대상으로 ‘외국과 비교한 국내 투자여건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52.3%가 열악한 사업 여건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기업들의 쿠데타가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는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모두 안다. 기업탈출→산업공동화→수출 감소, 실업률 증가→경상수지적자 확대, 경기 침체→가계ㆍ정부 부채 증가→정치ㆍ사회 불안 심화의 과정을 거쳐 자칫하면 나라가 거덜 날 수밖에 없다. 이미 상당부분 거덜 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청와대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이런 상식 조차 모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약 알고 있다면 대책을 내놓아야 국민들로부터 밥값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밥값을 할 자신이 없으면 밥숟가락을 놓고 밥상에서 물러 나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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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팀목 2006-11-02 08:57:36
장미빛 2030을 재시 할 것이 아니라.실업율 부터 좀 해결하라는 조간신문을 보면서 자녀키우는 한 사람으로서 가슴이 답답하더이다. 정신이 선진화 되지않은 나라에서 기업 한다는게 쉽지않죠 권력을 쥐면 세도를 부리고 그 힘을 빌어서 부정을 저지르니...자연히 기업이란 뿌리가 좋은 토양 좋은 환경으로 뻗어 나갈 밖에요. 기업도 울고 일하고 픈데 일할자리없는 청년도 우는데 빼찌달고 모자쓴 사람들은 얼굴에 기름기가 ...ㅠㅠ

쓰리고 2006-11-02 23:28:38
이눔의 나라. 땅 팔고 집팔고 빨리 떠나야지.
이따위 정부, 나라에 어떻게 자슥 새끼
맡기고 저승 가겠노.
한심한 작자들.
꼴나게 논다.
맘대로 해라.

유레카 2006-11-05 11:07:18
돈만 만들어지면 어디던지 우리나라만 아니면 좋아요..떠나야 겠어..그래도 이날에 사는 동안은 애국하고 살아야지머머머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