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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흡연 = 살인" vs 한국 "건강해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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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흡연 = 살인" vs 한국 "건강해친다"
[유태현의 '유럽 돋보기'-1]국민건강 걱정? KT&G 매출 걱정?
  • 유태현 기자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1.21 08: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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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moking kills.'  '흡연이 사람 죽입니다' 또는 '흡연이 살인을 합니다'란 말이다.

    지난 14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다. 면세점에 화려하게 진열돼 있는 ‘말보로’ 담배 제품에 붙어 있는 이런 문구를 보고 놀랐다. 읽기만 해도 섬뜩했다. 담배를 끊은지 10년 된 기자도 등골이 오싹했다.

    모든 브랜드 상품에 예외 없이 경고 문구가 붙어 있다. 그리고 그 경고 문구는 담배 이름보다 더 크게 인쇄돼 있다. 쾰른, 뒤셀도르프 등 다른 독일 지역을 돌며 담뱃가게 진열대를 유심히 살펴봤다. 예외 없이 섬뜩한 문구들이 붙어 있다.

    독일 취재 후 체코 프라하로 이동했다. 그 곳의 담배 경고 강도도 마찬가지였다. 국산 담배에 붙어 있는 경고와는 비교가 안 됐다. 경고 강도뿐 아니라 글자 크기도 너무 달랐다.

    한국의 ‘디스 플러스’에는 '경고:건강을 해치는 담배 그래도 피우겠습니까?'라고 인쇄돼 있다. '흡연이 살인을 한다'는 내용에 비하면 경고라고도 할 수 없다. 글자 크기도 깨알 만하다.

국산 담배를 제조ㆍ판매하는 KT&G 사장과 임직원들 가운데 이같은 차이를 아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기 때문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매출이 떨어질까봐 경고 내용과 강도를 축소했을까?

    국내에 시판중인 외국산 담배를 아무리 살펴봐도 똑같은 유럽 제품과 유사한 경고가 붙어 있는 제품은 없다.

    담배는 산업코드상 식품으로 분류된다. 보건복지부장관과 관료, 그리고 식품의약품안전청장과 그 직원들은 유럽의 담배 구경을 한번도 한 적이 없을까, 아니면 KT&G와 외국의 다국적 담배회사들의 매출 하락 걱정 때문에 알고도 모른 척하고 있을까?

    담배연기 속에는 약 4000여종의 발암물질과 독성 화학물질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이중 20여종이 A급 발암물질이다.

    담배연기는 주류연과 비주류연으로 구분된다. 주류연은 담배를 피울 때 입으로 빨아들이는 성분이다. 비주류연은 담배 끝에서 나오는 연기와 종이를 통해 확산돼 공기중으로 나오는 물질이다. 직접 흡연자는 주류연과 비주류연을 다 마시게 되고, 간접 흡연자는 비주류연을 흡입한다.

    대한결핵협회와 한국갤럽연구소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인구 대비 흡연률은 세계 2위, 청소년 흡연률은 1위에 올라 있다. 지난 1999년말 기준 흡연인구는 1240만명이다. 성인 남녀의 흡연율은 64.9%, 고등학교 3년생의 흡연율은 41.6%로 모두 세계 최고수준이다.

    매년 흡연 때문에 걸린 병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3만5000명을 웃돌고 있다. 최근 통계는 작성조차 돼 있지 않다. 여성흡연자와 청소년 흡연자 증가가 남성 흡연자 감소를 상쇄해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치권은 현재 담뱃값을 갑당 500원 인상하는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만 할 뿐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가격인상에 앞서 경고규정부터 강화해 소비자들이 스스로 담배를 줄이거나 끊도록 유도하는 게 급하다는 것이 기자만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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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노랑 2006-11-21 08:48:08
말보루 담배갑이 엄청 겁주네요.우리나라 kt&g 욕먹어도 싸지. 국민목숨 담보로 돈 버는데 혈안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