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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현의 '유럽돋보기'-10>태극마크와 中企 '눈물 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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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현의 '유럽돋보기'-10>태극마크와 中企 '눈물 사투'
  • 유태현 기자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2.05 08:0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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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월 15일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세계 최대 의료기 전시회(MEDIKA 2006)가 개막됐다. 이날 전시회에 참가한 한국 중소기업들을 지원하기 위해 출장온 뒤셀도르프 메세 한국지사인 라인 메세 박정미 이사의 휴대폰이 울렸다.

    전시 주관회사인 뒤셀도르프 메세 관계자가 한국업체들이 전시회의 규정을 어기고 불법 판촉활동을 하고 있으니 이를 제재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국의료기공업협동조합 산하 49개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부스를 마련해 참가한 한국공동관에서 관람객들에게 부스 홍보물이 인쇄된 가방을 나눠주고 있다는 것이다.

    박람회장에서 가방은 중요한 판촉물이다. 전시장에서 인쇄된 팸플릿이나 카탈로그, 명함 등을 많이 받게 되는데 이를 넣어 가지고 다닐 수 있는 가방이 여간 요긴하지 않다.

    그러나 박람회장에서 내방한 바이어에게 볼펜, 가방 등을 선물하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지나가는 관람객에게 무작위로 판촉물을 나눠주는 것은 금지돼 있다. 박 이사와 함께 길고 긴 전시회장을 급하게 뛰어 한국공동관이 있는 17번 홀로 갔다.

    그러나 상황은 이미 종료돼 있었다. 전시사 측의 제재로 가방 나눠주기를 중단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의료기업협동조합 안병철 차장은 씩 웃었다. “우리가 어디 그리 호락호락하게 중단할 사람들입니까? 전시회장 가방을 밖에서 나눠주고 있어요.”

    의료기기 조합 측이 전시사 측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나눠주는 장소를 박람회장 경계선 밖으로 옮긴 것이다. 박람회장 밖에서의 판촉에 대해서는 전시사 측도 제재할 명분이 없다.

    또 다시 신고를 받고 배포장소로 출동한 전시사 측도 “이렇게 악착스러운 사람들은 처음 보겠다”고 머리를 설레설레 흔들고 가버렸다. 그러나 가방 나눠주는 사람들은 따뜻한 홀이 아닌 11월 중순의 매서운 날씨 속에 야외에서 ‘언 손’을 팔고 있었다.

    눈물겨운 장면이었다. 이들에게 조국 코리아는 도대체 무얼 의미할까? 조국은 이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도와 줬을까?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이다 보니 판촉물 가방도 그리 세련돼 보이지 않았다. 흰 부직포 원단에 태극기와 ‘Dynamic Korea‘를 프린트한 것이 전부였다. 급하게 달려 나오느라 카메라도 프레스센터에 두고 왔다.

    프레스센터에 태극마크가 선명하게 인쇄된 부직포 가방을 하나 받아들었다. 그리고 여행가방에 구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집어 넣었다. 귀국 후 이들의 사투를 한 줄의 기사와 한 컷의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다.

    안 차장은 “한국에서 5000개를 만들어 직접 공수해 왔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들의 사투가 눈물겨웠다. 이처럼 발버둥치는데도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갈수록 쪼그라들고만 있다. 중소기업 10개 중 7개가 환율 하락, 인건비 상승 등으로 적자수출을 감수하고 있다. 올 한해에만 2000여개 중소기업이 수출을 접었다. 요즘 가장 유행하는 시중의 개그가 떠 올랐다. “이 지경이 되도록 놈현은 뭐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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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2006-12-05 21:25:55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