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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1100년 보도블록 vs 혈세 축내는 '1년 살이' 보도블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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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0-1100년 보도블록 vs 혈세 축내는 '1년 살이' 보도블록
<유태현의 '유럽돋보기'-12> 차라리 고구려 사람들에게 배워야
  • 유태현 yuthth@consumernews.co.kr
  • 승인 2006.12.07 0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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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지난 5일 한명숙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보도블록을 교체한 후 2년 안에는 다시 바꾸는 것을 막기 위한 ‘종합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보도자료까지 냈고 여러 언론 매체가 제법 크게 보도했다. 보도블록 공사가 얼마나 잦으면 국무총리 주재로 회의까지 열어 ‘종합방안’까지 마련할 판일까? 서울 대구 부산 광주 인천 등 대도시 거주자 가운데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발표된 후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매년 가을바람이 솔솔 불 때만 되면 대도시 보도블록은 남아나지 않는다. 보도뿐아니라 차도까지 막아놓고 누가 봐도 멀쩡한 블록을 뜯어낸다. 고질적인 시민의 혈세낭비와 쓰레기 양산, 자원낭비의 표본으로 지목돼 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대부분 보도블록 평균 수명은 1년이다.

    정부는 보도블록 수명을 1년에서 2년 이상으로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종합방안’을 마련해 내년 상반기 중에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키로 했다.

    이번 해외취재 중에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도(古都)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체코 프라하에서 1340년대에 깔아놓은 보도블록 위(사진)를 걸으면서 우리나라 보도블록의 수명을 생각해봤다.

    이 보도블록 구역은 신시가지 지역이다. 우리나라 고려시대 때 조성된 도로다. 9세기부터 조성된 구시가지에는 이보다 훨씬 더 오래 묵은 보도블록이 수두룩하다. 당시 우마차가 달렸던 보도블록을 지금은 자동차와 사람들이 함께 이용하고 있다. 물론 돌로 만들어져 있다.

    우리도 국력이 하늘을 찔렀던 고구려 때에는 도로망이 바둑판처럼 얽혀 있었다. 고구려 사람들은 이 도로 위를 마차로 달리고, 뛰어다녔다. 나라가 망하고, 국력이 쇠퇴하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지금도 고구려 수도였던 평양 근처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이를 후세 사람들은 농사를 짓기 위한 '정전제도'를 실시한 흔적이라고 착각했다. 도로의 흔적이었다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고구려시대에는 따라서 튼튼한 도로를 뜯어내고, 고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국무총리실이 ‘종합방안’까지 마련해 보도블록 수명을 2년 이상으로 연장하지 말고 차라리 한꺼번에 돈을 좀 많이 들여 프라하 런던 로마 파리 등 유럽 도시들처럼 보도블록을 돌로 만들면 어떨까?

    2년 이상으로 연장해 본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2년마다 또 너도나도 멀쩡한 도로를 파헤칠 텐데. 교체시한을 2년 이상으로 하지 말고 5년이나 10년 이상으로 하면 큰일이라도 날지 모를 일이다.

    돌로 길을 포장하면 담당 공무원과 이들 공무원과 ‘매우 친한’ 공사업체만 빼고 모두 좋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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