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박재만의 한방이야기> 너, 참 비위도 좋다
상태바
<박재만의 한방이야기> 너, 참 비위도 좋다
  • 박재만 객원칼럼리스트 csnews@csnews.co.kr
  • 승인 2006.12.18 0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시절 해부학실습은 긴장되기도 했지만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사람 몸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야말로 노골적으로 까발려 볼 수 있었습니다.

    시체 부패를 막기 위한 포르말린은 처음에는 냄새도 역겹고 눈물이 날만큼 따끔거렸지만 조금씩 눈과 코가 적응해갔습니다. 해부학실습은 사람의 모발, 피부, 지방, 근육, 뼈, 내부 장기 심지어 뇌까지 모조리 들추어내는 잔인한 실습이었습니다.

    각을 뜬다는 것이 이런 거였구나 싶었습니다. 사람 살리는 의학공부를 한답시고 시신의 육신에 칼을 댄 죄스러움에 수업의 마지막은 시신의 혼령에 경배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시신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였습니다.

    실습을 마치고 함께 실습했던 친구들과 저녁 먹으러 일부러 곱창집에 가거나 감자탕집에 갔었습니다. 한 친구는 실습시간에 보았던 내장과 척추뼈와 너무나 흡사한 저녁거리에 도저히 못 먹겠다고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곤 했습니다.

    또 한 친구는 아무 일 없었던 듯이 양손에 돼지 등뼈를 들고 뼈 속 신경이며 살이며 쏙쏙 빼먹으며 맛있다고 눈웃음을 치곤 했습니다. 우리들은 그 친구에게 너, 참 비위도 좋다며 쓴웃음을 짓고 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이 싫다고 핀잔을 주거나 인간적으로 무시해도 대수롭지 않게 친한 척하는 사람들에게도 우리들은 너, 참 비위도 좋다고 하곤 합니다. 이렇듯 주위 상황에 개의치 않고 평소 하던 대로,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비위가 좋다는 말을 합니다.

    비위(脾胃)는 비장(脾臟)과 위(胃)를 지칭하는 것으로 음식을 받아들이고 소화를 담당하는 장기들입니다. 위는 주로 음식을 받아들이는 것을 담당하고 비장은 음식물을 흡수해서 영양을 온몸에 고루 퍼트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비위는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 중 토(土)에 해당됩니다.

    목(木)은 봄처럼 새싹이 나는 기운이고 화(火)는 여름처럼 무성한 기운이고 금(金)은 가을처럼 군더더기를 떨구어내고 수렴하는 기운이고 수(水)는 겨울처럼 핵심으로 저장하려는 기운을 말합니다. 토(土)는 이러한 기운들의 중앙에서 받아들이고 통합하여 변화를 만들어내는 기운입니다.

    그래서 토의 속성을 가진 것들은 외부 환경의 변화를 받아들여서 새로운 상황을 현재 상황으로 여기게끔 합니다.

    비위는 외부로부터 들어온 음식물이 이물질이지만 자기 몸의 일부분으로 변화되도록 하는 기능을 합니다.

    그런 비위에 견주어서 이전까지 무슨 짓을 했던지 간에, 남이 뭐라고 하던 그건 그거고 지금 당장 내 할 일은 해야겠다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비위가 좋다는 표현을 합니다.

    어떤 사람이 비위가 좋게 행동한다면 그 사람은 대개 음식 섭취와 소화를 담당한 비위 기능이 좋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오장육부의 상태는 그 사람의 말, 행동, 태도 등등으로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날씨가 갑자기 변화해가는 환절기에 감기 잘 걸리는 사람들도 대개 비위가 약한 사람들입니다. 갑작스런 날씨 변화라는 외부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기 때문에 감기에 걸리는 것입니다.

    비위가 좋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날씨 영향을 훨씬 덜 받기 때문에 환절기라도 별다른 병치레를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비위 기능은 사람 몸의 면역력, 저항력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얼굴빛이 누렇고 트림, 신물이 잘 나며 메스껍고 배가 그득하기 쉽습니다. 생각이 많아서 식욕이 별로 없고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습니다. 또 몸이 무거우며 뼈마디가 아프고 권태로워서 눕기를 좋아하며 팔다리를 잘 쓰지 못합니다.

    비위가 약한 사람들은 토 기운을 기르는 노란색 음식들이 좋습니다. 늙은 호박, 멥쌀, 생강, 귤껍질, 대추, 꿀, 붕어, 소고기 등이 좋습니다. 또 비위 기능을 키우기 위해서는 팔다리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비위가 좋다는 사람은 주위 사람들로부터 분위기 파악 못한다고 핀잔을 듣기 쉽습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꾸준히 자기 갈 길을 갈 수 있는 마음가짐은 든든한 재산임에 틀림없습니다.

    요즘처럼 외부의 변화에 변화할 것을 강압당하는 시절에, 뱃심 든든하고 넉살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