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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포인트 카드의 노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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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포인트 카드의 노예들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2.12.02 0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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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개월 전 서울 중구에서 성동구로 이사하면서  포인트 카드 사용하려다 낭패를 본 일이 있다.

아파트 지하 수퍼마켓에 포인트 카드를 정리하려고 갔다. 이사가면 이 아파트까지 다시 올 일이 없어지기에 지난 3년간 열심히 모은 포인트를 써야 겠다고 생각한 것.

3년 모았기에 꽤 많는 적립이 이루어졌을 것이라 내심 큰 기대를 가지고 물었다.

 

“포인트가 얼마나 돼요?” 리더기로 읽더니 8600포인트라고 한다. 순간 당황.

 

식구가 많지 않아 장보는 물건이  그다지 많지는 않았지만 과일이며 두부 콩나물 휴지등 여러 소소한 물품들을 3년동안 꼬박 구입했다. 수퍼 밖 노점상이 파는 좀 더 싼 물건이 있어도 포인트를 적립하는 것이 더 알뜰하다 싶어 충성스럽게 이용했는데 8600포인트뿐이라니..애초 적립률을 따져보지도 않은 채  거저 주는 것이니 그냥 이용하면 쌓이겠지 멋대로 생각한 것이 잘못됐다.

그러나 더 황당한 일은 그 다음이었다. “그럼 이 포인트로 물건 사면 돼나요?” 주인 왈 “아뇨 1만포인트부터 사용할 수있어요” ????


결국 그 아무 쓸모없어진 카드는 그냥 쓰레기통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서랍에 쓰지 않는 신용카드가 하나 항상 굴러 다닌다. 몇 년전에 아는분이 할당받은 거라며 발급을 꼭 요청해서 받아놓은 거다. 처음에 이런저런 할인 혜택이 있다고 해서 몇 번 사용했지만 여러개의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번거롭고 분실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에 그냥 서랍에 두고 있는 카드다.

 

1년전인가 결국 카드를 해지해버리는 편이 안전할 것 같아 카드사에 전화해 해지를 요청했다. 상담원은 내 카드에 6700포인트가 들어 있는데 그냥 해지하면 아깝지 않냐고 은근 나의 알뜰 심리를 자극했다.

 

“고객님 제휴 주유소에 가셔서 그 카드로 결제하시면 바로 6700원 할인받으세요. 포인트 사용하고 나서 해지하시는게 유리하시잖아요”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카드 해지를 포기했다. 그러나 그 포인트를 사용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들고 다니는 카드가 아니다 보니 언제 쓸려고 보면 지갑에 없고, 그렇다고 집에서 그 카드를 들고 제휴 주유소를 찾아 가려면 너무 멀었다.

 

그럭저럭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난 뒤에 카드 내역을 살펴보니 5000원의 연회비가 빠져 나가 있었다.

 

그런 ‘쓰라린’기억이 있지만 아직도 내 지갑에는 십수장의 카드가 뒹굴고 있다.

 

자주 가는 대형마트부터 가끔씩 가족과 식사하러 들르는 몇군데 외식 체인점, 회원 가입한 대형 서점,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쇼핑몰 제휴카드부터 소소하게는 회사 빌딩 1층 커피전문점, 아파트 상가 베이커리, 단골 미용실, 세탁소 카드까지 다 갖고 있다.

 

이런 저런 카드가 가득해 내 작은 지갑은 언제나 터질듯 빵빵하고 필요한 카드 하나 찾으려면 지갑에서 이카드 저카드 다 꺼내서 ‘신원’을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기억해보면 이렇게 열심히 포인트를 모으지만 이용한 기억은 거의 없다.

 

중간에 카드를 잃어버리기도 일쑤고 포인트를 쓸 수있는 조건이 너무 제한적이어서 수퍼마켓 포인트 카드처럼 수년간 갖고 다니다가 그냥 버린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대책없는 카드 콜렉터는 나 뿐이 아니다. 딸애 지갑도 나 못지 않다.

오히려 그 카드 종류가 나보다 더 자질구레하다. 필요한 물건을 살 뿐인데 조건없이 거저 적립해준다는 그 유혹을 떨쳐 버리지 못하고 이래저래 수집한 것들이다.마치 거저 주는 포인트를 마다하면 돈을 그냥 버리는 것같은 심정이 소비자를 카드 콜렉터로 만드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렇게 만든 카드는 결국 나를 포인트의 노예로 만든다.더 좋은 선택을 포기하고, 불리함을 알면서도 포인트에 충성을 바치는...

 

그래 이 카드들 다 쏟아버리고 자유로운 소비자가 되어야지..

 

그러나 사람의 습관이 그리 한 칼에 끊어지랴?

 

저녁 장을 보고 계산하는 카운터 앞에서 아가씨가 경쾌하게 묻는다.

“포인트 카드 있으세요?”

“없어요”

“하나 만들어 드릴까요. 현금하고 똑같이 사용할 수있는데..”

또 다시 고질병이 도진다.

“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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