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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쇼핑천국에서 살면 과연 행복할까?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2012년 11월 17일 토요일 +더보기

기자가 저녁 찬거리를 사러 주로 들리는 곳은 소위 SSM이다.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대기업이 동네에 출점한 소규모 슈퍼마켓이다. 소규모 슈퍼마켓이라고는 하지만 구색은 그런대로 잘 갖춰져 물건을 소량씩 사는 사람한테는 그야말로 안성맞춤인 곳이다.

 

더 환상적인 것은 이 가게가 24시간 운영된다는 것. 퇴근이 늦고 걸핏하면 회식까지 겸해 늦은밤 퇴근해도 낼 아침 먹을 두부 한모, 식빵 1봉지 사는데 어려움이 없다. 지하철 바로 앞에 위치하고 1층이니 드나들기도 여간 편리하지 않다.

 

이곳 성수동으로 이사오기전 살던 동네에는 아파트 앞 골목길에 자영업 슈퍼가 하나 있었다.

 

평수는 이곳 SSM보다 많이 넓었지만 건물 지하에 있다 보니 입구에 들어설 때마다 축축한 느낌에 여름에는 엷은 곰팡이 냄새까지 풍겨 꺼림칙했다.

 

물건은 그런대로 잘 정리돼 있었지만 회전이 잘 안돼 그러는지 가끔씩 유통기한 지난 제품이 발견되거나 채소나 과일이 시들어 있어 꼭 체크해야 했다.

 

그 전 다니던 구멍가게에 비하면 이곳 SSM은 그야말로 나에게는 쇼핑천국이다. 매장도 깨끗하고 계산하는 분들도 친철하다.

 

두부 한모를 사도 꼭 ‘현금 영수증 해드릴까요?’묻는다. 얼마전엔 부모님이 그곳에서 사과를 한봉지 사갖고 나오시다가 골목 노점상이 파는 사과가 훨씬 싼 걸 보시고 가서 환불을 요구했더니 지체없이 처리해주더란다.

 

그러나 이런 쇼핑천국에서 쇼핑하는 마음이 그리 편치 않다.

 

올 한해 뜨거운 SSM문제로 기사 쓰느라 씨름하면서 문득 예전 동네 그 지하 슈퍼마켓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아마 이런 SSM이 그 동네에 들어섰다면 그 슈퍼마켓도 문을 닫고 말았으리라.

 

월급쟁이들의 한잔은 으레 농사짖는 일이나 치킨가게 구멍가게 타령으로 끝난다.

 

“에이~이거 아니면 밥먹고 살 일없나? 고향가서 농사나 짓던지 구멍가게라도 하면 되지‘

 

그러나 이젠 어림없는 소리다. 막연한 기댈언덕으로 위안을 삼아왔던 피안처마저 사라져 버린셈이다.

 

얼마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국 대형 슈퍼마켓의 개점 시간을 연장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부결됐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현재 오전 8시~오후 7시인 개점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1시간 연장하고, 토요일은 현행 폐점시간 오후 6시를 7시로 연장하며, 크리스마스 전 2주를 비롯해 연중 3주는 일요일에도 개점하자는 투표였다

 

그러나 제네바 주민들은 노동자들의 권익이 중시돼야 한다며 이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자신들의 일시적 편리함보다는 사회 전체의 균형과 함께 사는 이들에 대한 배려에서 도출된 결과였다.

 

실제로 스위스 독일등 유럽의 쇼핑 편의성은 빵점이다.

 

지난 80년대 필자도 독일에서 5년동안 유학생활을 했다.

 

살 것이 많지도 않았지만 그 쇼핑도 전쟁이었다. 차도 없는데 무거운 물건을 학교에서부터 사들고 올수도 없고 집근처까지 오면 슈머마켓은 어김없이 문을 닫았다. 당시 독일 슈퍼마켓은 토요일도 오전만 문을 열었다.

 

편의점이나 구멍가게도 거의 없다보니 정말 쌀이 떨어지면 밥을 굶는 지경이었다.

 

그래도 의회는 상점 개점시간 연장 법안이 발의될 때마다 어김없이 부결시켰다.

 

한국은 그야말로 쇼핑천국이다. 대형마트가 곳곳에 포진하고 있고 골목골목마다 편의점이며 구멍가게가 빼곡하다. 그뿐이랴 리어카하나면 문을 여는 노점상은 또 얼마나 많은지...

 

SSM이 골목안까지 진출하고 24시간 문을 여는 것은 그야말로 공룡이 모기까지 잡아먹겠다고 버티는 꼴이다.

 

아무리 쇼핑천국도 좋지만 많은 사회 구성원에겐 지옥인 세상을 만들면서 나혼자 행복할 수있을까?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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