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데스크 칼럼]거품 경제와 골프장 공화국
상태바
[데스크 칼럼]거품 경제와 골프장 공화국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03.11 09: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전 강원도 홍천을 갈 일이 있어 볼일을 보고 잠시 서면 모곡에 눌러사는 지인을 만났다. 흙과 자연이 좋다며 자그마한 농막을 짓고 주말 살이를 하고 있는 분이다.


막걸리 한잔을 걸치며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중 물좋고 산이 좋아 이 골짜기까지 들어왔는데 바로 뒷산에 골프장이 들어와서 난감하다는 고민을 털어놓았다.


클럽모우라는 골프장인데 산림이 울창한 장락산을 헤집어 1년이상 골프장을 지으면서 마을 앞 개천은 흙탕물이 돼 물고기가 종적을 감추고 대형 공사차량과 소음 먼지 때문에 전원에 사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


앞으로 골프장이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하면 수질 오염도 불을 보듯 뻔해 주말살이하는 의미 자체가 없어진다고도 한탄했다.


더 황당한 일은 그와 마을사람들에게 그 큰 고통과 희생만 안겨준 문제의 클럽 모우가 그나마 회원권 분양이 안돼 개발업체가 빚더미에 휘청거리고 제대로 문을 열 수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


당초 명품 골프장을 표방하며 4억5천만원을 부르던 회원권이 1억5천만원까지 떨어졌는데도 불과 200여개 분양에 그쳐 막다른 골목에 몰리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더 아이러니 한 것은 클럽모우가 이렇게 허덕거리는데 부근엔 또 다른 대형 골프장이 들어설 예정이라는 것.


같은 장락산 기슭에 맞닿아 지어지는 새 골프장은 클럽 모우보다 서울 근접성이 훨씬 뛰어나고 규모도 36홀이어서 클럽모우의 분양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이지만 지금과 같은 골프장 과잉시대에 그 골프장이라고 제대로 완공될지 의문이라면서 지인은 쓴 웃음을 지었다.


말로만 듣던 골프장 과잉 시대의 후유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실감나는 사례였다.


한국에서 골프장은 이미 포화상태고 경제성을 따져보아도 타당성이 없다는 것이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일부 골프장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다 도산 위기에 처해 있고 회원권 가격도 절반으로 떨어진 곳이 한두 곳이 아니다.


한쪽에서는 도산하고 있는데 다른 한쪽에서는 여전히 골프장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도 되는 듯 경쟁적으로 지어대고 있다.


어느 산업에서나 적자생존의 논리가 작용한다고 하지만 골프장은 환경을 무자비하게 파괴한다는 점에서 식당이나 헬스클럽의 도산과는 후유증의 차원이 다르다.


인간과 동물 식물등 살아있는 모든 존재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 남는 것이 엄청난 재정 손실과 복구되지 않는 환경 파괴뿐이라면 얼마나 허망한 일인가?


한국 골프산업의 미래는 이웃 일본을 보면 쉽게 예측된다. 일본도 한국처럼 마구잡이로 골프장을 건설했다가 거품이 빠지면서 전체 골프장의 3분의 1인 500여개가 문을 닫았고, 20년 전에 5억8000만원 하던 회원권이 지금은 2500만원대로 폭락했다는 보고다.


한국의 실정은 어떤가?


지난해 말 기준 우리나라엔 477개의 골프장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추가로 119개의 골프장이 건설되고 있다. 그 면적은 무려 여의도 면적의 63배에 달한다.


반면 국내 골프인구는 지난 2008년 350만명으로 최고점을 기록했으나 이후 정체 또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지인이 살고 있는 강원도 홍천만 해도 새로 건설 중이거나 추진중인 골프장이 12개이며 강원도 전체로는 41개에 달하고 있다.


아직 개장하지 않은 골프장이 더 많은데도 강원도 골프장 회원권은 지난 2월말 이미 벌써 평균 거래가격이 1억3115만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6% (2074만원)나 하락했다. 클럽 모우가 신규 분양하는 회원권에도 못미치는 가격이다.


세계 최초의 버블 경제현상으로 인식되는 유명한 사건이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벌어진 튤립파동이다.


당시 황금시대를 맞은 네덜란드에 터키의 튤립이 새로 소개되면서 너도나도 구근을 사재기 시작했다.


미래 어느 시점을 정해 특정한 가격에 매매한다는 선물거래가 등장했고 뿌리 하나가 약 1억 6천만원까지 치솟는 미친 거래가 이루어졌다. 일설에 의하면 경매에서 15억원에 낙찰된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 순간 가격이 하락세로 반전되자 튤립은 그야말로 매물만 가득한 무가치한 상품이 되고 말았다. 수많은 상인과 중산층 귀족들이 줄줄이 빈털터리로 전락해 네덜란드가 경제대국의 지위를 영국에 넘겨주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인간의 광기가 거품경제를 만들고 그 광기가 나라의 근본을 흔들 수있는 위험한 요소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례였다.


그러나 거래가치가 떨어진 튤립은 버려도 그냥 흙의 거름으로 돌아가는 이상의 생태 후유증은 남기지 않았다.


골프장 버블은 경제를 흔들고 환경을 파괴하는 씻을 수없는 상처를 남긴다. 골프장 공화국 이대로 괜찮을까? [biz&ceo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임경오 편집국장]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