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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칼럼]한국에서는 왜 자꾸 '진의가 와전'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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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 칼럼]한국에서는 왜 자꾸 '진의가 와전'될까?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03.28 0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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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대지진과 원전 폭발로 공포의 도가니가 된 도쿄에서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도쿄도 지사가 자신의 망언에대해 싹싹 빌고 철회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대지진은 천벌이라는 말이 이재민, 국민 그리고 도쿄도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었기 때문에 발언을 철회하고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전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인들이 탐욕스러워졌다. 쓰나미를 이용해 탐욕을 한번 씻어낼 필요가 있다. 천벌이라고 생각한다. 이재민이 불쌍하다”고 말해 일본인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아왓다.

 

다음날 김순택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은 사장단협의회 후 "이건희 회장은 발언의 진의가 그게 아니었는데 하면서 매우 당혹해 하고 있다"며 최근 논란이 된 이회장 발언에대한 해명을 내놨다.

 

이 회장이 지난 10일 전경련 회장단 회의 직전 기자들과 만나 현 정부의 경제성적표를 '낙제점은 아니다'고 평가하고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해 반대입장을 내놓은 것과 관련한 논란에대한 언급이었다.

 

이번 두 사건의 핵심은 설화(설화)다. 의도적이건, 의도하지 않았던 내뱉은 말이 파문을 일으킨 것이다.

 

그러나 진화의 방식이 너무 다르다.

 

이시하라 지사는 아무 군더더기 없이 자신의 발언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사과와 철회로 마무리했다. 물론 그럼에도 그 파괴적인 말이 준 충격 때문에 비난의 강도는 여전히 수그러들고 있지 않지만...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발언의 진의가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이 회장이 한말을 다시 한번 짚어보자

 

이회장은 전경련 회의 참석에 앞서 기자들이 정부 정책에대한 평가를 묻자 "흡족하다기보다는 낙제는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초과이익공유제에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는 질문에는 “(초과이익공유제라는 말이) 이해가 가지 않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그 말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 경제학 책에서 배우지도 못했고,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누가 들어도 그 뜻이 명확한 직설화법이다. 뜻이 모호하거나 해석이 엇갈릴 수있는 비유적표현도 없었다. 작심한 듯 던진 일갈이었다.

 

그러나 발언의 파장이 커지자 삼성은 진의가 와전됐다고 해명했다.

 

그럼 이회장의 진의는 무엇이었을까?

 

삼성 관계자는 "발언의 본 뜻은 경제를 잘했다는 것인데, '낙제는 아니다'라는 단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자꾸 갈등이 이어지는 것에 당혹스럽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낙제는 아니다’ 앞에 있는 ‘흡족하다기보다’와 합쳐 보면 삼성의 해명이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

 

초과이익공유제 발언에대해서도 “이회장이 동반성장을 강조해 오고 있는데 삼성이 동반성장의 의지가 없는 것처럼 잘못 내비쳐지고 있다"며 "정부의 동반성장에 대해서 모든 범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달라"는 다소 엉뚱한 해명을 내놨다.

 

와전된 진의를 바로잡는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삼성이 이렇듯 궁색한 해명에 나설 수밖에 없는 벼랑끝 상황에 일면 공감가는 부분이 있다.

 

이회장 발언후 바로 청와대, 동반성장위원회,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모두 나서 역시 직설화법으로 “정부 정책의 지원을 받은 대기업의 총수가 낙제점수 운운하는 것이 서글프다” "이익공유제를 제안하게 된 가장 직접적 계기가 바로 삼성이다. 색깔론이나 이념 잣대로 매도하지 마라"며 공권력이 총공격을 해댔다.

 

‘할말을 했다’고 해도 버텨날 재간이 없었을 것이다.

 

비난이나 악평에 못참기는 개인이나 정부나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명박 정부들어 외형적인 각종 경제 지표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문제는 국민들의 체감에 와닿지 않는 것이다.

 

수출액 경제성장율등 거시적 지표는 좋은 성적을 내고 있지만 실업률 물가등 서민 경제 지표는 그 어느때보다 바닥이다.

 

작년내내 전세값 폭등으로 집없는 서민들은 집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었고 1년내내 계속된 물가 폭등으로 삶은 말할 수없이 팍팍해졌다.

 

경제지표가 좋아지는데 실업율조차 웬일인지 나아지지 않고 있다.

 

어느 평론가고 평론을 할때 극단의 한끝을 잡아 흔들지는 않는다.

 

이건희 회장이 얘기한 ‘흡족하지는 않지만 낙제점은 아니다’란 말이 따지고 보면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노련한 평론가의 수사어일 수있다.

 

이런 수사어에 매달려 정부가 총동원돼 발끈하는 모양새가 오히려 우습다..

 

칭찬에 꾀춤을 추는 것도, 악평에 창을 들고 반격하는 것도 정부의 자세는 아니다.

 

물론 이건희 회장이 가지는 재계나 사회적 위상, 그리고 그 말이 가지는 파급력 때문에 극히 민감했을 수있다. 또 한편으론 ‘정부의 수혜를 입고 자란 기업’이 감히 그런 말을 할수있냐는 일종의 배신감의 토로이기도 한 듯 싶다.

 

이건희 회장이 얘기한 낙제점이 몇점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학교에서의 기준으로 하면 대개 50, 혹은 60점이 낙제점이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대개 이 수준이었다. 한자릿수로 떨어진 적도 있고 많이 올라가도 50%를 넘는 적은 없었다.

 

물론 지지율의 실체가 모두 경제정책은 아니지만 정치 이념의 시대가 가고 대개 먹고 사 는 문제로 지지율의 척도를 삼는 점을 고려하면 크게 틀린 수준이 아니라고도 봐진다.

 

기자들이 이건희 회장에게 던진 질문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들이대도 이회장의 답변과 크게 다른 결과가 나올거 같지는 않다.

 

말하는 사람만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정부가 한번쯤 팍팍해지는 서민 살림살이를 챙겨보는 자성과 내부성찰의 계기로 삼는 대승적인 자세를 보여줄 수는 없었을까?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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