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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한방울의 기름도 손해볼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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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한방울의 기름도 손해볼수없다?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04.19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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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렷을 적 우리집은 주유소였다.

 

당시 면 단위 동네에서는 처음으로 주유기를 설치하고 폴사인까지 단 버젓한 주유소로 문을 열었다.

 

공무원이셨던 아버지는 공무원 박봉으로는 자식 5남매를 공부시킬 가망이 없다고 판단되자 과감하게 퇴직하고 주유소를 차리신 것이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흔한 구멍가게나 그런 것도 아니고 주유소를 차리신데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별 돈이 안들었던 탓이다. 버젓히 저장탱크와 주유기까지 있는 주유소 창업 비용이 구멍가게 열기보다 더 돈이 적게 들었다는 것.

 

믿기지 않는 얘기지만 당시 정유사들의 판매 경쟁이 너무 치열해서 주유소를 하겠다고 일단 신청만하면 창업비용을 거의 장기 무이자로 꿔주는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렇게 차린 주유소로 부모님은 5남매의 교육을 무사히 마칠 수있었다.

 

주유소 기름마진이 그렇게 좋았던 것일까? 그러나 내가 부모님으로부터 들은 얘기는 우리 형제들 교육비를 충당한 수익의 대부분은 ‘기름값’이 아니라 ‘기름값 인상’이었다.

 

기름을 저장 탱크에 가득 받아 놓은 뒤 기름값이 오르면 그걸 오른 값으로 팔았다. 물론 정유사 결제는 인상전 가격을 기준으로 했다.

 

당시 70년대도 기름값은 1년에도 수십차례 득달같이 뛰었고 부모님은 자식 교육비 걱정을 덜 수있었다.

 

최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등 정유사들이 기름값 100원 인하를 발표했음에도 주유소들의 반란으로 기름값 인하가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는 소식이다.

 

실제 인하분은 소비자들이 느낄 수없을 정도로 미미하다. 어쨌든 주유소들의 반란으로 기름값은 또 다시 ‘묘해지고’있다.

 

주유소들은 기름값을 내릴 수없는 이유에대해 내리기 전 가격으로 기름을 받아 놓아 내린 가격으로 팔면 손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유소들이 단 한번이라도 오르기 전 가격으로 받아놓은 기름이라서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겠다고 ‘양심선언’을 한적 있을까?

 

정유사 기름값 인상 발표가 이루어진 뒤 다음날 주유소에 들러보면 기름값은 에누리없이 제깍 올라있었다.

 

기름값 인상 행진은 작년 10월 10일부터 시작돼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올랐다. 4개월동안 16%나 폭등했다.

 

그렇다고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매일 올린 것도 아니다.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가격은 물론 전반적인 상향세 이긴했으나 국제 유가나 환율 움직임에 따라 오르내렸다.

 

통계에 따르면 정유사 공급가격은 총 22주 중 14주는 올랐고, 8주는 내렸다. 그러나 주유소들은 정유사 공급가격이 내렸을 때에도 소비자 가격을 내리거나 동결하지 않고 계속 올리기만 했다.

 

이번 주유소들의 반란은 ‘묘한’ 기름값 사태의 백미다. 이렇게 반년 동안 쉼없이 올렸으면서 마지막 한방울의 기름도 인하된 가격으로는 못팔겠다는 이기심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번 기름값 인하는 오는 7월초까지 한시적 조치다. 정유사들이 기름값을 원위치할 때 과연 주유소들의 행태는 어떨까?

 

기름값 인상 덕분에 대학 교육을 마친 ‘주유소집’ 딸이 이런 얘기할 자격이 있냐고 되묻는다면?...

 

부모님이 주유소를 그만두신 건 80년대 중반이었다. 그 땐 기름값이 내리는 경우도 많았다. 부친은 정유사에서 기름값이 내렸다는 통보가 오면 어김없이 다음날 값을 내렸다.

그래서 전에는 정유사 통보를 받고 기름값을 내리지 않으면 매점매석으로 처벌을 받는 줄 알았다. 

 

이제야 그게 부친의 원리원칙주의였던 사실을 알게 된 만큼  '주유소 집 딸'이 큰소리치며 칼럼을 쓸 수있는 이유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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