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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포르말린 통조림과 포르말린 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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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포르말린 통조림과 포르말린 우유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1.05.03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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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7일 조간신문

 

시중에 유통되는 일부 통조림 제품에 시체 부패 방지용 유독물질인 `포르말린'이 검출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지검 형사2부(高永宙부장검사)는 8일 부패방지를 위해 포르말린으로 약품처리한 `한샘 번데기가미'등을 제조,판매해온 ㈜우리농산 대표 李宗純씨(50)와 공장장 徐基福씨(43)를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위반등 혐의로 구속했다.

 

검찰은 또 `물개표 번데기가미'와 `효성 번데기가미'등을 팔아온 대진산업 대표 盧權鎬씨(43)와 남일종합식품 대표 李吉星씨(53)를 같은 혐의로 불구속입건했다.

 

검찰에 따르면 李씨등은 지난해 8월초 전북 완주군에 공장을 차린 뒤 중국,태국등지로부터 수입한 번데기등 식품원료를 포르말린으로 방부처리하는 수법으로 지금까지 번데기 41만캔(제품 1㎏당 함유량 0.19㎎)과 골뱅이 74만캔(" 0.03㎎),마늘짱아찌 15만캔(" 0.15㎎),호박죽 1만6천캔(" 0.14㎎),단팥죽 3만캔("0.05㎎)등 시가 10억원상당의 통조림을 만들어 시중에 유통시킨 혐의다.

 

盧씨와 李씨 또한 포르말린("0.02∼0.05㎎)이 함유된 번데기통조림을 각각 41만캔과 37만캔을 제조,판매해온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수입된 식품원료에 이미 1㎏당 0.01∼0.02㎎에 이르는 포르말린이 함유된 사실을 알고도 유통기한을 더욱 늘리기 위해 재차 포르말린을 물에 섞어뿌린 뒤 이를 유통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포르말린을 비롯한 독극물이나 유해물질의 검사는 별도의 지정검사소에서 정밀검사를 실시해야 함에도 불구, 이들은 정밀검사는 물론 가장 기본적인 확인절차인 자가품질검사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기사만 보면 소름이 끼친다.

 

‘시체 처리에 사용되는 유독물질’이란 대목이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든다. 그리고는 다시 혈압이 치솟는다. 이런 극악무도한 인간들이 있나?

 

모든 언론에 당시 대서특필한 이 충격적인 사건은 2년뒤 기소된 4명이 모두 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는 ‘싱거운’ 헤프닝으로 끝나고 말았다.

 

그러나 이 싱거운 헤프닝의 결과는 참담했다.

 

소비자들의 분노와 불신이 극에 달해 해당업체는 물론 한 달 동안 30여 개의 통조림 제조업체가 문을 닫았다. IMF 한겨울에 거리로 내몰린 것이다.

 

통조림업체 관계자들은 2년뒤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남아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공장은 문닫았고 사회적으론 이미 회복할 수없는 ‘루저’로 전락한 상황이었다.

 

아마 이들은 이사건을 평생의 한으로 가슴에 품고 살고 있을 것이다.

 

포르말린 사건이 또 터졌다.

 

이번엔 매일유업이 화살을 맞았다.

 

매일유업의 어린이 우유에서 유독물질인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는 소식에 대형마트에서 쫒겨나고 엄청난 국민적 분노를 사고 있다.

 

매일유업이 우유를 착유한 젖소에 포르말린으로 처리한 사료를 급유함으로써 잔류물이 우유에서 검출됐다는 과정도 소개되고 있다.

 

매일유업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호주에서 제조된 해당 사료가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안전하고 우유에서 검출된 포름알데히드는 자연상태에서도 검출될 수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매일유업의 이같은 항변은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에서도 이미 확인된 내용이다.

 

당시 검찰이 통조림 업자들을 기소할 때 이들이 생산한 통조림에서는 0.19ppm의 포르말린이 검출됐었다.

 

그러나 나중 관련 부처의 자료에서 자연상태의 벌꿀에서 2.32ppm, 배추 등 채소류에서 10.94ppm,쌀 등 곡류에서 32.28ppm의 포르말린이 검출됐다는 정보가 공개돼 검찰을 유구무언으로 만들었다.

 

국내 식품사에서 이같은 싱거운 헤프닝이 어디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 뿐이었을까?

 

그보다 원조인 삼양식품의 우지 파동이 있었고 쓰레기 만두, 낙지 중금속 사건등을 손꼽을 수있다.

 

물론 불량 식품을 만드는 업자는 여전히 넘쳐나고 수사기관에서 엄한 처벌을 받은 경우는 수십 수백배 더 많다.

 

그러나 100에 한번의 억울함도 없어야 하는 것이 사회적 심판의 원칙이다.

 

매일유업 우유의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우유속의 포름알데히드가 실제 사료에서 유래한 것인지, 아니면 자연상태에서 유래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

 

파문이 일어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우유업계의 고질적인 이전투구 경쟁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고 관련 당국의 처신도 그닥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경쟁업체의 ‘언론플레이’설과 관계 당국의 ‘괘씸죄’설이 나돌고 있다.

 

'언론플레이'설은 경쟁업체가 가뜩이나 식중독균 사건등으로 수세에 몰려 있는 매일유업을 아주 밟기 위해 '고자질' 했다는 것이다. 괘씸죄설은 식중독균 사건 당시 매일유업이 검출 발표를 정면 부인함으로써 굴육을 당한 관계 당국의  보복이라는 추론에 기반을 두고 있다.

 

섣부른 심판은 또 한 번 많은 수의 억울한 ‘루저’를 만들 수있다. 나중에 억울함이 밝혀진다해도 원상회복의 가망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그래서 사회적 심판은 더 신중하고 정밀해야 한다.

 

그렇다고 이번 사건의 고통이 매일유업에만 국한 된 것도 아니다. 진실을 알 수없는 소비자들도 불안감을 안은 채 우유를 마시고 있다.

 

사건 규명이 늦어질수록 소비자까지 ‘루저’로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현재 진실을 밝힐 수있는 열쇠는 관계 당국의 신속한 검사와 가감없는 결과 발표 뿐이다.

 

포르말린 통조림 사건의 재연을 막기 위해서라도 관계 당국은 신속한 검사와 공신력있는 발표를 서둘러야 하고 소비자를 루저로 만들 수있는 더 이상의 담론은 자제돼야 한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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