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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한국인삼공사의 '꼼수'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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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한국인삼공사의 '꼼수'마케팅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2.01.16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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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나 설 등 전통 명절에 가장 인기있는 선물로 단연 홍삼이 꼽힌다.

홍삼이 면역력 증강에 효과가 있는 것 외에도 당뇨병 고혈압 암 등의 예방효과가 널리 알려지면서, 나이 많은 어른들은 물론 최근에는 아이들 선물로도 환영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농산물로서 흔치 않게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원조’제품으로서의 위상도 우뚝하다.

홍삼은 언제부터 민간에 알려지기 시작했을까?

고려도경(高旅圖經)(1123, 고려 인종 원년)에 보면 산삼을 증숙(蒸熟)한 것과 날 것(백삼)이 있다고 언급된 대목이 있다. 이 증숙한 산삼이 바로 홍삼이라고 보면 홍삼의 역사는 대략 1000년이 넘는 셈이다.

홍삼 제조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조선시대 영·정조대. 중국과의 인삼 교역 도중 백삼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는 중국인에게 안좋다는 소문이 전해져 수요가 줄어들자 홍삼으로 가공해 보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홍삼의 수요가 늘어나고 이를 통한 수익이 급증하자 고종은 1899년 궁내부에 삼정과를 설립, 민간 상인들이 독점하던 인삼에 대한 국가사업화를 시작했다.

 

그러나 1900년부터는 일본 무역회사인 미쓰이(삼정)가 독점판매권을 위탁 받아 중국과의 무역으로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일제는 이 막대한 이익을 다시 한국을 침탈하는 자본으로 사용해 결국 홍삼이 일제의 경제적 앞잽이 역할을 한 셈이다.

 

1910년 한일합방이후에는 조선총독부가 아예 홍삼을 국가기관에서만 제조하고 판매하도록 하는 전매제를 실시했다. 이 홍삼 전매제는 1996년 폐지되기까지 무려 80여년간 계속됐다.

 

홍삼 판매로 막대한 재미를 본 일제는 그나마 소규모로 이어져온 민간업자들의 불법 유통마저 막기 위해 '정부가 관장하는 공장'이라는 의미에서 '정관장'이라는 상표를 붙이고 독점을 더욱 확대했다.

 

현재 한국인삼공사의 ‘정관장’브랜드는 말하자면 조선총독부가 만들어 한국에대한 자신들의 지배체제를 공고히 하는 밑천 브랜드인 셈이다..

 

홍삼 전매법은 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설립돼서도 폐지되지 않은 채 전매청을 통해 계속됐다.

 

전매제가 폐지된 것은 1996년 7월로 이때부터 민간인도 일정 시설을 갖추면 홍삼을 제조 판매할 수 있게 됐다.

 

이와함께 2002년 공기업이었던 한국담배인삼공사도 KT&G로 민영화됐다.

 

이처럼 지루하게 한국인삼공사의 히스토리를 살펴본 것은 과연 인삼공사가 회사명에 ‘한국’‘공사’ ‘정관장’을 쓰는 것이 정당한 지에대한 의문이 들어서다.

 

한국인삼공사는 민간기업인 KT&G의 자회사다. 당연히 인삼공사도 민간기업이다.

 

그러나 공사(公社)라는 말 자체는 공기업이란 뜻이다. 기업의 정체성과 회사명이 불일치한다. 거기다 ‘한국’이란 접두어까지 겹쳐 공기업이란 무게가 더욱 두드러진다.

 

일제 시대에 만들어진 정관장 브랜드도 ‘정부가 관장하는 공장’이란 뜻을 담고 있다. 일반인들에게 공신력에대한 믿음을 주기에 딱 좋은 제품명이다.

 

이런 이름들 때문에 한국인삼공사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공기업이란 인식이 뚜렷하다.

 

은연중 ‘정부가 만드니 믿을 수있다’ 란 인식을 풍기고 있다.. 한마디로 소비자를 현혹하는 ‘꼼수’다.

 

사기업이 된 한국인삼공사가 ‘공사’라는 명칭을 계속 쓰게 된 것은 지난 2008년 대법원이 ‘공사’명칭을 사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민영화된 공기업들은 모두 회사 이름을 바꿨다. 포항제철은 포스코(POSCO)로 사명을 바꾸었고, 한국통신은 KT로, 한국중공업은 두산중공업, 유공은 SK에너지로 이름을 바꿨다.

 

한국인삼공사의 모기업인 한국담배인삼공사도 KT&G로 바뀌었다.

 

유독 한국인삼공사만 대법원의 유권해석까지 받아가며 옛 이름을 고수하고 있다. 더욱이 한국인삼공사는 그냥 민간기업도 아닌 외국계 회사다.

 

외국인지분률이 60%를 넘는다. 외국기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매년 외국인주주들에게 수천억원의 이익을 배당하고 있다. 외국인 주주에대한 충성도가 높다.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인삼공사는 왜 여전히 공기업인냥 포장하는 것일까? 그 이름으로 인해 얻는 이익이 너무 크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인삼공사의 이익이 커지는 만큼 귀가 어두운 소비자들은 댓가를 치루고 있다.

 

정관장 제품은 다른 홍삼 브랜드 제품보다 크게 비싸다. 소규모 영세업체는 제쳐 놓더라도 시장에서 알아주는 대기업 제품보다도 2~5배 비싸다.

 

그런 비싼 값을 주고도 정관장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는 것은 공신력에대한 오해 때문일 것이다.

 

정부의 묵인하에 조직적인 ‘꼼수’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설이다. 연중 최대 대목을 맞은 홍삼업계의 마케팅이 불을 뿜고 있다.

 

어리숙한 소비자들이 여전히 ‘한국’ ‘공사’ ‘정관장’브랜드에 홀려 값비싼 댓가를 치룰까봐 한자 적고 넘어간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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