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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만의 한방이야기> 무서움을 잘 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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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만의 한방이야기> 무서움을 잘 타는 사람
  • 박재만 객원칼럼리스트 pjaeman@hotmail.com
  • 승인 2007.08.01 0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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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눈이 작습니다. 어릴적 사진들을 보면 눈을 감고 찍은 것 같은 사진들이 한둘이 아닙니다. 친구들이 저더러 웃으면 눈이 사라진다며 하회탈 같다고 놀리기도 하였습니다. 눈이 크고 작은 문제는 다른 문제로 이어졌습니다.

혹시 눈이 크면 세상을 더 많이 보고 눈이 작은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시야가 좁은 건 아닐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눈이 큰 아이가 보는 시야의 위쪽, 아래쪽, 왼쪽, 오른쪽 끄트머리와 나의 시야 범위를 비교해 보았습니다.

놀랍게도 눈이 크던 작던 시야의 범위 차이는 없었습니다. 얼마나 다행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가뜩이나 눈도 작은데 남들보다 덜 보고 살아간다면 이보다 더 불공평한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참으로 다행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시각은 눈의 크기에 달린 게 아니라 눈동자 안에 있는 검은 동자로 빛이 흡수되어 보는 것이었습니다.

왠만한 작은 눈일지라도 그 검은 동자 크기 이상은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양은 차이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눈은 작지만 무서움을 잘 타지 않는 저로서는 눈 큰 사람들보다 눈 작은 것에 대한 위안만 남게 되었습니다.

눈이 크면 겁이 많다고 하고 눈이 작은 사람은 무서움을 잘 안 탄다는 말이 있습니다. 눈은 간장(肝臟)의 구멍이고 간담(肝膽)이 허한 사람은 겁이 많다고 합니다. 또 신장(腎臟)이 허하거나 담(膽)이 약하면 무서움을 탄다고 합니다.

그러나 눈이 크다고 해서 무서움을 잘 탄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눈은 사람의 정기(精氣)가 다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정(精)이 허한 사람이 무서움을 탄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내공을 갈고 닦아 실력이 뛰어난 사람은 누구를 만나더라도 상대할 수 있기 때문에 무서움을 잘 타지 않겠지만 내공이 약한 사람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더라도 자기 다리가 후들거림을 느낄 것입니다.

정(精)이라고 하는 것은 은행에 쌓아둔 목돈과 같아서 사람 기운의 엑기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精)으로 새 생명이 생기기도 하고 인체의 온갖 생명 활동을 유지하며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사기(邪氣)를 방어하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정(精)은 타고나는 선천적인 기운과 음식을 먹어서 생기는 후천적인 기운이 만나서 생깁니다. 이러한 정은 간(肝) 심(心) 비(脾) 폐(肺) 신(腎) 오장 모두에 있는데 특히 모든 정은 신장이 주관합니다.

어려서 뼈가 단단하거나 머리카락이 검으며 이빨이 튼튼하며 귀가 발달되어 있으면 정이 충분하고 신장이 건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장이 건실한 사람은 병치레가 적고 추위, 더위도 잘 견디며 무서움을 잘 타지 않습니다.

하지만 신장이 허한 사람은 뼈가 무르고 머리카락 색깔이 연하며 이빨이 부실하기 쉬우며 가는귀가 먹거나 이명 증상이나 허리 통증을 호소하기 쉬우며 무서움을 잘 탑니다.

신장은 물에 해당되는데 물이 마르면 반대로 허화(虛火)가 뜨기 쉽습니다. 그래서 신장을 든든하게 하기 위해서는 진액(津液)을 잘 간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운 맛을 가지고 있는 누런 기장, 닭고기, 복숭아, 파로 윤택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약간의 짠맛을 가지고 있는 콩, 돼지고기, 밤, 콩잎도 신장을 든든하게 합니다. 약간의 소금기는 신장을 튼튼하게 하지만 과도한 소금 섭취는 소금에 절인 배추김치처럼 사람 몸을 흐물흐물하게 하니 주의하기 바랍니다. 신장에 좋은 약재로는 오미자, 복분자, 녹용, 밤, 검정콩, 산수유 등이 있으니 참고하기 바랍니다.

두려움은 앞날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막막해서 드는 기분입니다.

반면 무서움은 아직 닥치지 않은, 드러난 그 무엇이 나에게 위협을 가할 것 같아 드는 기분입니다. 두려움이든 무서움이든 모두 자기 자신이 자기(自己)로 충분히 채워지지 않을 때 생깁니다.

몸을 채우는 것이 정(精)이라면 자기를 채우는 것은 다름 아닌 무엇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는 자기 의지가 아닐까 합니다. 무서움의 감정이 들거든 자기 몸과 마음을 다시 돌아볼 기회로 삼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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