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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쇼핑천국과 쇼핑지옥을 오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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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쇼핑천국과 쇼핑지옥을 오가며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2.02.16 09: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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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후반 한 5년동안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한 적이 있다.

 

당시 곤욕중 하나가 쇼핑하는 일이었다. 학교 수업 끝나고 나면 거의 저녁 6시쯤 되는데 40~50분쯤 걸려 집에 가면 이미 슈퍼마켓의 문이 닫혀 있다.

 

당시 차도 없는 형편이어서 학교 근처에서 장을 봐오기는 더 더욱 힘들었다.

 

주말에라도 장을 볼수 있음 좋겠지만 토. 일 어김없이 문을 닫는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처럼 시장이나 구멍가게가 촘촘하게 있는 것도 아니다. 시장은 자전거를 타고 30분 정도는 가야 하는데 그나마 오전 12시까지 뿐이다.

 

편의점이 있지만 그야말로 구급 식량이라 불릴 정도의 통조림이나 과자 음료 종류에 불과하다.

 

장을 보기 위해 일부러 수업을 빠지고 집으로 달려오기 한다. 그러나 시간을 턱걸이 해서 가면 입장도 불허다. 10분도 편의를 봐주지 않을 만큼 냉정하다.장보기 위해서 학교나 직장에서 휴가를 내야하는 쇼핑지옥이 바로 독일이었다.

 

언제라도 집문 밖을 나서면 물건을 살수있는 구멍가게 천국에서 살아온 나로선 그런 장사방식을 도통 이해할 수없었다.

 

아니 손님이 돈내고 물건을 사겠다는데 지네가 공무원도 아니고 뭐 이런 경우가 있나~

그러나 독일 친구들은 이미 그 관행에 익숙해져 있어서인지 아무런 불만이 없다.

 

오히려 한국의 상황을 얘기하면 그럼 ‘장사하는 사람들은 노동시간이 넘 길어지는 것 아니냐? 휴일도 없는 것은 너무 비인간적이다’며 걱정을 했다.]

 

독일등 유럽의 이같은 상점 개폐 시간 규제는 이미 100년 이상의 전통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미 그들 삶에선 아주 익숙한 문화다.

 

물론 최근 그나라들도 시간을 조금 연장했다 2003년 7월부터 저녁 영업이 오후 8시까지 연장되고 토요일 영업도 허용됐다.물론 일요일은 예전과 같이 전면 쉰다.

 

물론 유럽국가들의 이같은 대형 상점 개점법은 일요일은 성스런 날이라는 기독교적 문화에 기반하고 있지만 근로자와 중소 상인 보호라는 실질적인 효과도 겨냥하고 있다.

 

내 개인적으론 근로자 보호가 더 먼저고 그 다음이 중소상인 보호 명분인듯 싶다.

 

왜냐면 실질적으로 독일이나 유럽에는 우리와 같은 개념의 구멍가게나 동네 수퍼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얼마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전국 대형 슈퍼마켓의 개점 시간을 연장하는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부결됐다는 외신이 전해졌다.

 

현재 오전 8시~오후 7시인 개점 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1시간 연장하고, 토요일은 현행 폐점시간 오후 6시를 7시로 연장하며, 크리스마스 전 2주를 비롯해 연중 3주는 일요일에도 개점하자는 투표였다

 

그러나 제네바 주민들은 노동자들의 권익이 중시돼야 한다며 이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자신들의 일시적 편리함보다는 사회 전체의 균형과 함께 사는 이들에 대한 배려에서 도출된 결과였다.

 

최근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등 국내 대형마트의 강제휴무제를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이 뜨겁다.

 

지난 7일 전북 전주시가 대형마트에 대한 강제휴업 조례안을 통과시킨 이후 전국적으로 영업제한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골목까지 진출해 우후죽순 문을 여는 대형마트에대한 대응법이 없어 발을 구르던 지방자치단체들이 ‘이거다’싶은 묘안이라고 생각했는지 서울시를 비롯 전국 지자체들이 강제 휴무제 입법을 서둘고 있다.

 

물론 이에대한 담론도 뜨겁다.

      

대형마트가 심야영업을 지양하고 매월 1~2회정도 휴업을 할 경우 소비자들이 시장으로 좀더 스며들겠느냐? 아니면 잠재 대기수요로 남아 있다가 그 다음 영업일에 쇼핑을 할것인지?등 소비자 동향을 전망하는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중소상인들은 대형마트가 휴업한다고 소비자들이 우르르 시장으로 달려 가겠느냐?며 영업제한조치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기도 한다.

 

한술 더 떠 전문가들은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등 대형마트 3사의 강제 휴무 피해액이 최대 1조원이라는 분석가지 내놓고 주식 시장에서는 이들 회사의 주가가 이미 약세라는 보도도 이어지고있다.

 

그야말로 하나의 거대한 담론이 사회 곳곳에 일파만파의 파문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필자 개인의 생각으론 이 담론의 칼자루는 대형마트들이 쥐고 있다.

 

요즘 유행하는 중소상인 상생 차원에서, 인간적인 삶의 추구라는 면에서 보면 영업일과 영업시간 제한은 필연의 상황이 아닌가 싶다. 한가지 더 꼽으라면 에너지 절감도 부수적인 소득이다.

 

24시간 영업을 추구하는 편의점이 골목마다 진을 치고 있는 바에 커다란 빌딩 전체가 하나의 상점인 대형마트까지 24시간, 혹은 밤 11시 12시까지 불을 켜고 있어야 될까?

 

물론 연장수당을 받겠지만 밤도 없이 휴일도 없이 일하는 근로자들의 근무 만족도가 높을까?

 

그 커다란 빌딩을 여름에는 냉방으로 겨울에는 난방으로 에너지를 펑펑 소모하는 것이 과연 국가경제에 효율적인가?

 

나보고 넉넉한 유럽 물 먹어 한국 사회의 치열함에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몰아붙이면 할말은 없을 듯하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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