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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의 세상보기> 화려한 '조명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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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의 세상보기> 화려한 '조명발' 이야기
  • 오승건 한국소비자원 미디어사업팀 차장 osk@kca.go.kr
  • 승인 2007.08.08 07: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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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나 남자나 화장을 한다. 화장은 본래의 자기 자신보다 돋보이게 하거나 강조하는 행위를 포함하는 상징어다. 화장발을 조심하라는 우스갯소리에서부터 ‘키높이 구두’, ‘뻥브라’는 진실과 사실 사이에서 갈등하게 만든다.

조명은 본질을 보지 못하게 하므로 사람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디스코텍ㆍ나이트클럽ㆍ콜라텍ㆍ쇼윈도는 각종 현란한 조명으로 사람의 눈을 현혹한다. 프로들은 나이트클럽의 조명발을 감안해 의상을 선택한다.

조명 아래에서의 선택은 신중해야 한다. 불빛이 사람 눈을 멀게 한다. 제품 구입 후 조명발에 속았다고 생각되면 바로 조치해야 한다. ‘다시보자 조명발’은 더 이상 나이트클럽에서만 통용되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사람들의 눈길이 머무는 곳에는 조명은 살아 있다.

상점의 조명은 사람들의 감성을 움직인다. 조명은 그냥 장치하는 것이 아니다. 밝고 어두운 조명의 대조와 부드러운 빛으로 마음을 끌어당긴다. 백화점이나 고급 상점에 진열된 옷이나 제품을 구입해 집에 와서 보면 다른 분위기가 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조명은 사물의 인지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행동과 사고에도 영향을 미친다. 조명의 종류에 따라 로맨틱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어떠한 물체를 부각시키기도 한다. 조명에 따라 제품은 본래 가치보다 돋보이기도 하고 본래 가치보다 평가 절하되기도 한다.
     의류는 조명이 살아 있는 매장에서의 때깔과 신용카드로 멋지게 결제한 뒤 집에서 입었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다르다. 조명에 현혹돼 구입한 경우는 색상에 불만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조명을 받지 않았을 때의 본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상품을 고르는 안목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은 더 중요하다.

화려하게 전시된 제품에만 유독 마음이 가는 사람은 물건 보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조명의 허상에 속는 것이고 제품의 본질 가치를 평가하는 안목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조명을 하지 않아도 제품의 가치를 알아보는 안목과 지혜가 필요하다.

투자의 귀재인 워런 버핏은 시장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들여 시장 가치가 반영되는 시점에 판매하는 투자법으로 세계적인 부자의 반열에 올랐다. 주식에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 사람에게도 본질 가치가 존재하므로 훈련을 통해 보는 눈을 키우는 것이 좋다.

조명은 상징이다. 제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 받거나 다른 사람들 눈에 띄게 하려면 조명이 필요하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예를 들면 브랜드나 광고, 포장 같은 것이 조명에 해당한다. 본질에 이미지를 덧씌우는 작업이다.

시장이 제품 가격을 결정하지만 거꾸로 내가 제품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어떨까. 내가 만드는 삶의 주인공은 시장이 아니고 바로 나다. 내가 지불하고자 하는 가격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선택하는 습관은 인생을 풍요하게 만든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조명은 영향력을 발휘한다. 조명은 필요하기도 하고 존재하기도 하므로 본질 가치를 파악하는 능력이 인생을 풍요하게 만든다. 집안이나 학벌ㆍ직장ㆍ직위ㆍ매너ㆍ옷차림 등 모든 것이 조명으로 작용한다.

명품의 조명발에 끌려 결혼했더니 신용카드 빚이 몇 천만원 따라왔다는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씁쓸한 풍경화다. 명문대 출신을 사칭하는 처녀ㆍ총각에게 속아 신세 망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

‘학벌’이라는 조명에 수많은 사람들이 울고 웃고, 상처 받고 상처 주는 요지경 세상이다. 행복한 소비 생활은 ‘조명’에 현혹되지 않는 안목과 ‘조명’에 흔들리지 않는 주도적인 행동에서 비롯된다.

* 한담(閑談)을 접으면서 행복을 위한 지혜의 말씀을 청하자 혜국 스님은 “행복하게만 살려고 하는 그 생각을 놓기 전에는 행복할 수 없다”고 했다. 밤과 낮, 남과 여가 반반이듯이 행복과 불행은 섞여서 오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행복이 와도 웬만해선 성에 차지 않고 불행을 실제보다 크게 여기고 있으니 행(幸)과 불행을 보는 안목부터 바꾸라는 얘기다.

여름 감기로 연신 기침을 해대는 기자에게 던지는 선사의 말씀이 보약이다. “병을 고마운 벗으로 삼으세요. 왜 나만 아프냐고 원망하지 말고 더 큰 병이 걸리기 전에 몸 조심하라는 신호로 여기면 더 빨리 낫습니다. 기왕 찾아온 손님이니 감기 바이러스한테 푹 쉬었다 가라고 하세요.”

- 서화동 기자의 석종사 금봉 선원장 혜국 스님 월요 인터뷰 <남과 다름을 인정해야> 중에서(한국경제 2007년 8월 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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