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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의 소비자경제> 중3 딸아이 '토플 소란' 겪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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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인의 소비자경제> 중3 딸아이 '토플 소란' 겪고보니
  • 이종인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8.27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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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3인 딸아이가 외고를 준비하고 있다. 초등학교를 미국에서 졸업하다 보니 어학(영어)을 좋아하게 되어 자연스레 외국어고 진학을 택했다.

학교 과정에만 충실하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특목고 열풍이나 지난 봄 인터넷 토플접수 장애 문제도 그냥 흘려들었고, 영어능력시험은 텝스(TEPS)와 같은 국가공인 시험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원하는 외고 진학을 앞두고 보니 토플시험을 봐야만 했다.

지난 25일 어렵사리 신청한 토플시험을 경기도에 있는 모 대학 컴퓨터실에서 보게 되었다. 저녁 6시에 도착하여 접수를 하고 기다렸으나 밤 9시가 되도록 시험장에 입장조차 할 수 없었다.

담당자의 해명도 없었으며 에어컨도 들어오지 않는 찜통 교실에서 수십 명의 학생과 학부모가 “기다리면 볼 수 있다”는 궁색한 변명만 들으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대체시험을 보기에는 시간이 없고 언제 또 시험접수가 가능할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많은 수험자가 시험을 보는 시험 장소에 아르바이트 행사원만 몇 명 있고, 시험주관처(ETS) 관계자는 한두 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수험생과 학부모의 거센 항의가 있은 후에야 “인터넷 접속문제로 인해 장애이며, 룰에 따라 환불이 가능하며, 재시험 자격이 있다”라는 자기들의 원칙을 내세울 뿐, 수십일 동안 시험을 준비해 온 수험자들의 사정은 관심에 두지도 않았다.

한 사람당 170달러, 우리 돈으로 16만원이라는 큰 금액을 응시료로 받았으면서 그에 따른 서비스는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오늘 뉴스를 보니 한국에서 여러 수험장에서 많은 학생들이 피해를 보았다고 한다.

지난 봄 이른바 토플대란 때에는 토플시험 응시 자체가 불가하여, 유학의 꿈을 이루지 못한 피해도 많았었다. 그럼에도 토플시험 주관처에서는 이러한 피해와 불만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늑장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번 일로 딸아이도 충격을 받은 듯싶다.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 겨우 시험을 볼 수 있게 되었지만, 시험 중에도 자주 접속이 끊어지거나 느려서 집중할 수 없었고, 졸음과 옆 사람의 구술(speaking)소음으로 청취(hearing)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짧은 기간에 나름대로 준비해 온 외고진학 준비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한해 270만 명 정도가 토플이나 토익과 같은 영어평가시험을 치루며, 수천억 원의 외화가 빠져나가 국부 유출이 심각한 상태라고 한다. 딸아이도 외고진학이라는 목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토플시험을 보게 되었지만, 한해 60만 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이 시험에 매달리는 상황은 큰 국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에서도 2011년부터 도입하기로 한 국가영어능력평가시험의 공신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그 시행일을 가능한 앞당기는 것이 좋겠다. 무엇보다 국내의 학교진학이나 공무원·직원채용 등 영어평가시험에 대한 수요 측면에서도 토플과 토익 등 외국시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획기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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