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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구찌, 갤빈, 발렌베리 그리고 한국의 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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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구찌, 갤빈, 발렌베리 그리고 한국의 재벌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2.03.30 0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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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주 가문이 경영권을 대물림한뒤 몰락해가는 과정을 가리켜 ‘부덴브르크 현상’이라고 부른다.             

 

독일의 문호 토마스 만이 1901년 무역업으로 거부가 된 유럽 상인가문의 몰락 과정을 그린 장편소설 ‘부덴브르크가의 사람들’ 에서 유래했다.

 

부덴브르크 현상의 실례를 들자면 한도 끝도없지만 이탈리아 구찌가와 미국 통신업체 모토로라를 창립한 갤빈가문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명품 브래드 이탈리아 구찌는 1904년 구찌오 구찌에 의해 탄생됐다. 가죽제품에 대한 독특한 안목으로 가방 구두등 가죽 제품을 만들어 팔면서 50~60년대 전성기를 누렸다.

 

하지만 창업주의 나이가 들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의 골육상쟁이 시작됐다. 둘째아들 알도는 막내인 로돌프의 경영권을 축소하고 자신의 입지를 굳히기위해 무분별한 라이선스 사업을 펼쳐 브랜드의 쇠락을 자초했다.

 

알도의 아들인 3세 파울로 구찌도 별도의 브랜드 라인을 설립해 회사를 흔들었다. 알도가 아들 파울로를 해고하자 이에 앙심을 먹고 아버지를 탈세혐의로 고소하는 엽기적인 사건도 발생했다.

 

창업주의 또 다른 아들 로돌프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아 최고경영자가 된 3세 마우리치오는 구찌가의 명성을 회복하는데 나름의 성과를 거뒀지만 이혼한 전처에 의해 청부살해됐다.

 

경영권을 둘러싼 가장 잔인한 골육상쟁의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갤빈가문은 창업주 1세대에서 3세대로 내려오면서 기업가적 재능이 쇠퇴해 몰락한 케이스다.

 

갤빈가문은 1928년부터 2004년까지 76년간 모토로라를 창업해 경영한 가문이다.

 

창업자 폴 갤빈은 1928년 큰 배터리로만 작동하던 라디오를 가정용 전기로 직접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정류기를 개발하고 이어 자동차용 라디오를 개발해 ‘모토로라’라는 상표를 붙이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세계2차대전 당시에는 무전기를 개발해 큰 돈을 벌었고 이어 반도체 공장 설립, 미국 우주개발 프로젝트 참여, 유인ㆍ무인 우주선의 통신장비와 설비를 개발하면서 눈부신 발전을 이어갔다.

 

아들 로버트 갤빈이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모토로라는 반도체와 휴대폰 통신장비분야에서 경쟁자가 없을 정도로 최고 전성기를 맞았다.

 

그러나 1997년 3대 크리스 갤빈 취임 이후 모토로라는 경쟁사들에 밀려 점차 몰락하기 시작했다.

 

반도체는 세계적인 칩 수요 감소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고 휴대폰도 디지털화에 늦어 시장서 밀려났다.

 

위성통신사업이 파산하고 반도체 사업도 내리막길을 걷자 결국 2003년 갤빈가는 가족경영의 막을 내렸다.

 

물론 가족경영이 몇 대를 거치면서도 탄탄히 유지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곳이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다.

 

지난 19일 일가가 전격 방한해 다시한번 한국인의 관심을 모은 스웨덴 발렌베리가는 창업주인 안드레 오스카 발렌베리가 엔실다 은행(현 SEB)을 1856년 세운 이후 무려 150년 이상 경영권을 지켜오고 있다.

 

발렌베리는 우리에게 친숙한 통신장비업체 에릭슨과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전투기 생산업체 사브 등을 소유하고 있으며, 손자회사까지 합치면 100개가 넘는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100여개 기업이 스웨덴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담당하고 있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측면에서는 80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한국 GDP의 20%를 차지하는 삼성가와 닮은꼴이다.

 

발렌베리가 유명한 것은 이같은 규모보다도 사실은 자국민에 존경받는 이른바 `착한 기업`으로 널리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발렌베리는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인베스터라는 투자회사를 세워 이곳에 가족들의 지분을 맡겼다. 각 계열사가 거둬들이는 이익은 인베스터로 모여 발렌베리 후계자들이 세운 공익재단에 귀속, 대부분 사회

로 환원된다.

 

큰 돈을 벌지만 볼썽 사나운 경영권 다툼없이 윤리적 경영을 실천하고 수익의 많은 부분이 사회로 환원되기 때문에 국민적인 존경심이 높아고 한다.

 

나이어린 후계자들의 개인재산만 수천억~수조원대에 달하고 사회환원은 커녕 골목길의 자영업자까지 내몰고 있는 우리나라 재벌들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인간의 욕구5계층 설을 주창했다. 인간의 욕구는 점차 저차원의 것에서 고차의 것으로 발전 고도화된다는 것.

 

배고픈 자본주의 단계에서는 임금이나 소득보장 등을 통한 저차원의 물질적 경제적 욕구충족을 가장 추구한다.

 

하지만 이들 욕구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인간의 욕구는 보다 고차원의 사회적 욕구로 옮겨간다.

 

존경의 욕구, 애정의 욕구, 자기실현의 욕구 등이다. 자기존중 신뢰감 성취감 명성 지위 평판등을 추구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배고픈 자본주의 시대를 넘어서면서 사회 각층에서 매슬로우의 고차원 욕구가 분출하고 잇다.

 

그러나 수천억 수조원의 재산을 쌓고 있는 재벌들만 아직도 저차원의 물질적 경제적 욕구에 목마른듯 보인다.

[마이경제뉴스/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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