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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만의 한방이야기>병원서 만나는 사람 '멍든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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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만의 한방이야기>병원서 만나는 사람 '멍든 노동자'
  • 박재만 객원칼럼리스트 pjaeman@hotmail.com
  • 승인 2007.09.03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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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초 홈에버 상암점, 뉴코아 강남점이 수백명의 노동자들에 의해 점거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그들은 이랜드그룹 계열인 홈에버와 뉴코아 대형매장에서 계산업무 등을 담당해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었는데 회사의 정리해고에 항의하기 위해 점거를 시도했다고 한다.

올해 7월 1일로 시행된 비정규직 법안에 따르면 2년간 근무한 비정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되어 있는데 회사는 2년이 되기 전에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다른 업체에 용역을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이 점거 사태는 결국 경찰 공권력이 투입되어 점거농성 노동자 전원을 연행, 해산함으로써 마무리 되었다. 하지만 이랜드그룹 홈에버, 뉴코아 노동자들은 아직도 정리해고 반대와 정규직 채용을 주장하며 연일 집회와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얼마전에 홈에버 **점에서 근무했다는 여성노동자 한 분이 병원을 찾아왔다. 공권력이 투입되는 과정에서 연행하려는 전투경찰과 점거농성하고 있던 노동자들 사이에 충돌이 있었는데 그 와중에 갈비뼈, 옆구리, 등 부위를 가격당해서 온몸에 멍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숨을 크게 들이 쉴 때 가슴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어혈로 인한 협통, 흉통이었다. 눈으로도 금방 확인될 수 있는 멍이 들어 있었고 또 특정 부위가 바늘로 쑤시는 듯한 통증이 있는 것이나 증상이 생긴 정황상 병의 원인은 어혈이 분명했다. 그 노동자는 다른 동료들 중에도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프며 멍이 든 사람들이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어혈은 쉽게 말해 피가 정체되는 것이다. 피가 특정 부위에서 흐르지 않고 고여 있으면 겉으로 볼 때는 멍이 들고 속으로 멍이 든 경우에는 그 부위에 바늘로 찌르는 통증을 유발한다.

교통사고 후유증, 골절상, 타박상 등은 외부 충격으로 어혈이 생긴 경우인 반면 출산후 또는 월경시 요통, 소복통은 자궁 어혈로 인한 경우이다.

어혈은 피가 고인 경우만을 지칭하지는 않고 피의 순행이 늦어진 경우도 해당된다. 사람 몸은 기혈 순행이 원만해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어혈은 질병을 유발하는 중요한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어혈이 생겼을 경우는 피의 순행을 빠르게 하고 새로운 피를 왕성하게 만들며 노폐물을 없애는 치료를 한다. 당귀, 천궁, 익모초, 쑥, 연근 등은 피를 잘 돌게 할 뿐만 아니라 어혈을 풀어주는 약재들이다.

또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약재들은 코피, 피똥, 피오줌, 하혈 등 출혈 증상에는 피를 멎게도 한다. 피의 순행을 정상 상태로 회복시키기 때문이다.

홈에버 농성에 동참했던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어혈을 풀어주는 처방을 했는데 다른 동료들 역시 이러한 증상이 많다고 하니 어혈 처방을 많이 달여서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그 노동자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79만원에 조금 넘는 기본급 받아가며, 일이 너무 바빠서 4시간에 한번, 화장실 한번 갈까 말까 하며 하루 온종일 서서 일해 왔는데 이제 와서 나에게 날아온 게 해고라니 지난 세월이 너무 서럽고 부당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원통해서 농성을 한 것뿐인데 어느새 비정규직 문제에서 태풍의 눈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부자는 안 되도 좋으니 먹고 살 수 있게 일자리만이라도 안정시켜주었으면 한다고...

그 노동자 몸에는 어혈이 생겨 몸이 아프지만 우리 사회에는 비정규직이라는 어혈이 가득 들어차서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일자리 불안과 생계 곤란으로 신음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몸의 중심은 머리도, 가슴도 아니라 아픈 곳이라고 한다. 아픈 곳에 온갖 신경과 관심을 집중시키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비정규직 문제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애정어린 관심을 기울여할 때인 것 같다. 그리고 그 문제의 중심에 있는 이랜드, 홈에버, 뉴코아 노동자들에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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