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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 세상보기> '지옥같은 브랜드 중독' 명품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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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건 세상보기> '지옥같은 브랜드 중독' 명품의 유혹
  • 오승건 한국소비자원 미디어사업팀 차장 csnews@csnews.co.kr
  • 승인 2007.09.12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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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중독자인 영국의 닐 부어맨은 어느 날 자신이 갖고 있던 브랜드 제품을 몽당 불태워버렸다. 부어맨은 깨어 있는 시간의 대부분을 유명 브랜드에 정신을 쏟았고, 번 돈의 대부분은 유명 브랜드 제품을 구입할 정도로 자타가 공인하는 브랜드 중독자였다.

부어맨은 1년간 브랜드 제품 없이 살기로 결심했다. 고가의 구치ㆍ루이뷔통 같은 신발과 값비싼 명품 의류를 불에 태웠다. 그 동안의 소비 생활과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생활 필수품인 로레알 샴푸와 스타벅스 커피도 끊었다.

브랜드 제품을 사지 않기 위해 가공 식품은 재래 시장에서 구입했다. 옷은 중고품 가게에서 아주 싸게 사 입었다. 브랜드 제품을 광고하는 TV와 DVD 보는 것도 끊었다. 브랜드 제품의 유혹해서 벗어나기 위해 브랜드 광고가 나오는 TV 시청도 멀리 한 것이다.

브랜드 중독자가 브랜드 중독에서 벗어나기 위해 벌인 눈물겨운 노력은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이다. 부어맨도 처음에는 “지옥 같았다”고 고백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고통스러운 것은 당연하다. 돌아보면 오히려 고통이 약이 되는 경우도 많다.

1년 뒤 부어맨의 의식과 행동은 환경운동가 수준에 이르렀다. “브랜드 없이 1년을 지내는 동안 몸무게가 빠졌고, 옷차림은 실용성 위주로 단순해졌으며, 바닥 났던 은행 잔액는 흑자로 돌아섰다”고 털어놓았다.

브랜드 중독자 부어맨은 1년 만에 브랜드의 유혹에서 벗어났다. 브랜드의 유혹에서 벗어나자 부수적으로 은행 잔고가 쌓였다. 브랜드 제품인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지출하던 비용이 줄어들자 은행 잔고가 흑자로 돌아섰다. 허영을 버리니 실속으로 보상이 찾아온 것이다.

기업은 강력한 브랜드로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해 마케팅 전쟁을 벌인다. 그 중에서도 명품은 매혹적인 상징으로 소비자를 포로로 만든다. 백화점의 명품 전쟁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하다. 그만큼 이윤이 많다는 뜻이고, 원가에 비해 비싸다는 것이다.

명품으로 광고하는 비싼 옷을 걸치면 사람까지 명품이 된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어울리는 옷을 입어야 빛이 난다. 명품이라서 빛나는 것은 아니다. 명품이라서 품위가 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기업이 좋아하는, 의식 없는 소비자일 뿐이다. 이런 이유로 명품을 사는 사람은 ‘멍품’을 소유할 뿐이다.

몇 년 전 여고생들이 등교할 때 등에 메고 가는 가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십중팔구, 대부분의 여학생이 프라다 상표가 찍힌 가방을 메고 교문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그때 내 눈에는 진품이나 짝퉁의 문제보다는 모두 ‘멍품’으로 보였다.

브랜드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 상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나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나의 브랜드 가치를 명품으로 갈고 닦는 것이 브랜드 상품을 소유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신용카드로 비싼 명품을 구입해 메고 다닌다고 해서 소유자가 명품이 되는 것이 아니다. 내실이 따라주지 않으면 과대 포장이 되고, 궁극적으로 은행 빚이 늘어난다. 경제적으로 악순환의 에스컬레이터에 옮겨 타는 꼴이 된다.

명품을 갖고 싶은가. 먼저 나의 브랜드를 명품으로 만들어라. 그렇지 않으면 브랜드와 1년 만이라도 결별하라. 최소한 은행 통장에 잔고가 묵직하게 쌓일 것이다. 영국의 브랜드 중독자 부어맨이 그 증거다.

* “나처럼 브랜드 제품을 몽땅 태워 버리라고 충고하지는 않겠지만, 브랜드에 집착하지 않는 삶이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것은 틀림없다.”

- 강경희 특파원의 닐 부어맨 인터뷰 <유명 제품 안 쓰고 1년을 살아보니…> 중에서(조선일보 2007년 9월 6일자 인터넷 기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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