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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삼성은 왜 자동차를 그리워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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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삼성은 왜 자동차를 그리워하는가?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2.05.17 0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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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발명한 문명의 여러 이기가 많지만 그중 자동차는 좀 더 특별하다.

인간에게 공간 이동의 자유를 쓰고 사물의 운반을 획기적으로 늘렸다는 문명적 도구의 의미와 함께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기여도는 더 엄청나다.

 

산업의 종합예술이라고 할 만큼 인간이 만든 가장 최첨단의 기계와 전자제품 화학제품이 총망라 하모니를 이룬다.

 

산업의 전후방 효과는 또 얼마나 큰가?

 

전방에는 철강, 부품업체가 있고 후방에는 신차 판매 유통부터 정유, 정비, 보험, 할부금융, 중고차, 렌트카, 견인차 사업까지 자동차와 관련돼 일자리가 무궁무진하다.

 

통계로 보면 국내 완성차 매출이 전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10년 기준 7.6%에 달하고 종업원 수도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1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동차가 곧 국가의 국위를 선양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도 여러 기자들과 떠난 유럽 출장에서 길만 나서면 자동차 뒤꽁무니 쳐다보는 것이 일과였다.

 

현대기아차나 르노삼성 GM대우 쌍용차 직원이 아닌데도 불구 나도 모르게 혹시 국산차 없나 찾고 있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같이 간 동료들도 “저기 스포티지 간다” “저 차 쏘나타네” “저기 프라이드 폼나는데..”하면서 다들 한마디씩. 마치 숨은 그림 찍어내듯 딴 볼일 바쁜 와중에도 국산차 찾기는 출장내내 멈추지 않았다.

 

국내에서는 “현대기아차 독과점이라 제멋대로야“라며 반감을 드러내던 기자들이지만 해외에 나가면 돌아다니는 국산차의 대수가 마치 나의 긍지요 자존심인듯 돌변한다.

 

1980년대 말 독일 유학시절, 우리나라에 이미 엑셀 르망 같은 국산차가 잘 나가고 있었지만 독일 유학 5년동안 국산차를 단 한 대도 본적이 없었다.

 

한국사람들 끼리 모여 누구는 철판이 얇아 비가 많이 오는 나라에서 견디지 못한다고 말하고 다른이는 매연이 많아서 환경장벽이 높은 유럽에는 못들어온다고 하고 뭐 확인되지 않은 수군거림이 많았지만 다들    가슴 한켠에는 국산차가 없는 서운함과 서러움 같은 감정이 묻어 있었다.

 

물론 삼성전자나 LG전자가 만드는 TV나 휴대폰을 보는 것도 큰 자부심이다.

 

공항이나 택시승강장등에 걸려있는 광고를 보는 것도 어깨를 우쭐하게 한다.

 

그러나 자동차에 견주진 못한다. TV나 휴대폰은 대부분 개인용품이라서 밖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데다 기술적인 가치에서 자동차보다는 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엉덩이에 이름표를 달고 천리, 만리를 달리는 자동차는 그 자체로 홍보대사이며 기술적인 측면은 물론 문화적인 의미까지 그야말로 한 국가의 종합 산업 발전 척도로 인정받기에 충분하다.

 

자동차의 문화적인 가치 역시 다른 상품들과는 남다르다.

 

자동차는 기본적으로 실용성을 위해 개발된 도구지만 개인의 기호나 삶의 가치, 재력, 문화적인 배경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나이와 재산정도에 비추어 격에 맞지 않는 차는 단박에 가십에 오른다.

 

이 때문에 세계적인 부호중에 자동차 콜렉션으로 자신의 가치와 부를 뽐내는 이가 많다. 자동차 수집이야 말로 콜렉션의 종결자가 자동차 아닌가 싶다.

 

이러한 자동차의 문화적인 가치 때문에 타지도 않을 자동차를 또박또박 사서 차고에 보관하는 그야말로 관상용 차가 많다는 점도 특이하다.

 

비행기나 배가 더 비싸기는 하지만 그걸 콜렉션하지는 않는다. 문화적인 가치를 부여받지 못했기 때문

 

세계 최고의 부자이며 50세 생일에 마이클잭슨을 초청하는등 화제를 뿌리는 브루나이 하사날 볼 키아 국왕은 약 220억달러(약22조원)의 재산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그가 관상용으로 수집한 자동차가 약 5천대에 달한다고 한다.

 

우리가 수퍼카라 부르는 람보르기니 페라리등은 그분의 수집목록엔 별로 이름도 없다. 멕라렌 다우어...이런 브랜드들이 소문을 타고 있는데 보통사람들에겐 도통 감도 잡히지 않는 슈퍼카다.

 

최근엔 세계적인 디자이너이자 폴로 랄프 로렌의 창업자 랄프 로렌 회장이 자신이 콜렉션한 60여대의 슈퍼카 전시회를 열어 화제가 되고 있다..

 

그의 전시회에서는 부가티, 알파 로메오, 벤틀리, 메르세데스-벤츠, 재규어, 애스턴 마틴, 포르세, 페라리 등 세계적인 클래식 명차들이 대거 선보인다는 소식이다.

 

국내에서는 슈퍼부자 이건희 회장의 콜렉션이 유명하다. 벤츠 재규어 아우디 마이바흐 페라리 포르세등 이름있는 슈퍼카를 대거 보유하고 차에 식견이 프로페셔널하다고 알려져 있다.

 

최근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사장이 잇따라 세계적 자동차 회장들을 만나면서 삼성의 자동차 진출설이 뜨겁게 회자됐다.

 

삼성그룹의 자동차 사업 실패가 워낙 뼈아팠기 때문에 설욕전이 벌어지지 않나 화제를 모은 것이다.

 

그러나 이재용 사장은 최근 자동차 진출설을 강력히 부인했다. 오너의 공개적인 발언이기 때문에 더는 논란의 여지가 없게 됐지만 한편으로 자동차의 이같은 문화적. 산업적적인 가치 때문에 삼성이 여전히 애착의 한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느낌도 지울 수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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