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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착한 소비와 나쁜 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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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착한 소비와 나쁜 소비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2.06.15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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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한 동물보호단체의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바쁘다는 구실을 대고 사실 큰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이름만 달고 있는 점이 미안해서 몇 번이고 퇴임 의사를 밝혔지만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해 머물러 있는지가 거의 15~16년에 이른다.

 

동물들의 생명과 권리에 관심을 갖다보니 자연스럽게 먹거리를 채식으로 바꾸었고, 또 자연스럽게 환경문제에도 관심을 쏟는다.


주변에서 이러다가 얼마안있으면 식물의 생명과 권리를 외치며 아예 굶어죽는거 아니냐며 우스개 소리를 던지기도 한다.


채식외에 나름 일상 소비생활에서도 이념적인 대안을 고민한다.


가급적 친환경 제품을 사서 극도로 아껴쓰고 화장품은 동물실험을 하는지 하지 않는지 체크해본다. 동물실험을 했다고 반드시 안사는건 아니지만 같은 가치라면 선택의 기준은 명확하다. 요즘엔 이런걸 큰 범주에서 착한 소비라고 칭한다.


최근 나같은 사람이 조금씩 늘어나나보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7명 이상(73%)은 ‘착한 소비’를 하고 싶다고 답했다. 가격과 품질이 비슷하다면 인권, 노동, 환경과 같은 윤리적 가치를 반영한 제품을 구매하겠다는 것이다.


우선 상공인의 이익을 대변해온 지극히 ‘경제적’이고 ‘상업적’인 대한상의가 이러한 설문조사를 했다는 것 자체가 이채롭다.대한상의가 ‘착한소비‘라는 키워드로 설문조사를 할 만큼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다는게 놀랍다.

 

착한 소비의 개념은 하위 키워드인 녹색소비, 윤리적 소비, 공정무역, 사회적 소비등을 보면 명확해진다.

 

값이 조금 비싸더라도 친환경적인 상품을 사고, 공정무역(fair trade) 커피나 홍차 초콜렛 등을 소비하는 것이 권장된다. 얼마간 개인적 희생이 요구되는 덕목이다


반대로 잔혹한 동물 실험을 통해 효능 혹은 부작용을 검증한 화장품, 자연을 망가뜨리는 대가로 생산된 제품, 제3세게 노동자들을 착취해서 값싸게 만든 제품을 소비하는 것은 '나쁜 소비'다


어떻게 보면 착한 소비는 가장 비합적인 소비생활이다.교과서대로라면 합리적인 소비생활은 가장 품질좋은 제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하는것이다.


 

농약이나 비료를 가득 주어서 기른 과일과 야채는 먹음직스럽게 보기 좋다. 유통기한도 길어서 가격을 상대적으로 낮출 수있다. 합리적인 소비가 지향하는 지향점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토양은 오염되고 오명된 토양에서 자란 과일과 야채는 약이 되기 보다 되레 독이 되기도 한다. 농약을 주는 농부가 병에 걸릴 수도 있다.

 

소비자 개인에게는 일시적으로 합리적일 수있으나 좀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보면 결코 싸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요구한다.

 

기업들도 착한소비 키워드에 한발 다가서고 있다.

 

공정무역을 통한 착한 초콜릿과 커피는 이마트와 스타벅스등 대중 매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있을 만큼 소비자들의 인식속에 제대로 각인됐다.

 

‘건강에 이롭지 않은 음료’로 눈총을 받아온 코카콜라와 펩시는 최근 비용 부담을 감수하고 친환경 페트병을 사용해 일약 이미지 반전에 성공했다.

 

미국의 탐스라는 신발업체는 한 켤레를 팔때마다 아프리카등 어려운 나라에 한 켤레를 매칭 기부하는 ‘착한 경영’을 펼치고 있다.

 

클라란스 메리케이등 일부 화장품 업체는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윤리적 제품을 생산해 주고객인 여성들의 애정과 배려를 받고 있다.

 

LG생활건강 더페이샵도 공정무역 원료를 사용한 ‘착한 손 크림’을 선보여 ‘착한 회사’의 이미지를 고양했다.

 

‘착한 소비’ 마케팅 붐은 특히 기업들이 주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의식으로 이뤄낸 변화라서 점에서 더욱 값지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하루에도 수백건의 소비자 불만이 물밀듯 밀려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억울한 피해가 모두 합리적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개인 소비자는 무력하지만 의식이 모아지면 여기서도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내지 않을까?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편집국장의 어깨가 한층 무겁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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