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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M&A는 CEO 시험대.. 통 커서 탈, 작아서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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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M&A는 CEO 시험대.. 통 커서 탈, 작아서 탈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2.06.28 09: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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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이었던가? 어느날 저녁 헤럴드경제신문 (당시 내외경제신문) 편집국이 크게 술렁였다.

 

신동방이 대농에대한 적대적 M&A를 시도하고 있다는 정보가 날아들었기 때문.

 

당시 헤럴드경제의 모기업이 대농이었다. 모기업에대한 적대적 M&A는 기자들의 의협심을 자극했다. 비상 편집회의가 열렸고 다음날 1면에 적대적 M&A를 비난하는 기사가 큼지막하게 실렸던 기억이 있다.

 

어디 기자뿐이었나? 심지어 당시 전경련도 적대적 M&A는 비신사적인 행위라고 비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당시만 해도 M&A는 기업 사냥이고 적대적 M&A는 더욱이 비신사적 기업 사냥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이 도발적인 사건의 결말은 비극적이었다.

 

M&A를 시도한 신동방도 M&A를 방어한 대농도 얼마 안가 역사속으로 사라지는 비운을 겪었다. 양사가 모두 너무 격렬했던 M&A 후휴증에 시달렸던 까닭이다.

국내 M&A사에 있어 가장 비극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그러나 M&A는 이미 국내는 물론 글로벌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성장전략이 된지 오래다. 이제는 누구도 M&A에대해 도덕적 잣대를 들이밀지 않는다. 기업 생태계의 자연스런 진화과정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 생태계에 살면서 매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이를 정립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된다. 때문에 이미 일정 궤도에 오른 기업의 M&A를 통해 단시간 궤도진입을 기대하게 된다.기업의 진화가 곧 M&A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국내에서도 굵직굵직한 M&A들이 계속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M&A에서도 기업들의 문화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점이다. 특히 오너의 성격과 삶의 철학까지 드러나는 점이 흥미롭다.

 

가장 최근 롯데그룹은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실패했다.아직 자세한 내용이 공개되진 않았지만 인수가를 너무 적게 써냈다는 세간의 평가다.

 

롯데그룹은 2009년 오비맥주,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 2011년 대한통운 등 대형 M&A 뛰어들었지만 적은 입찰가 때문에 쓴 입맛만 마셨다.‘짠물 경영’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물론 부정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각자가 판단하는 가치와 가격이 있고 그이상은 불필요한 지출이라는 판단이 들면 그만인 셈이다.

 

롯데가 성공한 M&A도 많았다. GS마트·GS백화점, 두산 처음처럼, AK면세점, 바이더웨이, 우리홈쇼핑, 기린, 마이비, 파스퇴르유업 등을 잇따라 사들이며 왕성한 식욕을 자랑했다.

 

M&A시장에서 회자되는 또 하나의 그룹은 GS.

 

성공보다 실패한 사례가 더 많은 이유도 있지만 그 과정이 더 흥미롭다.

 

지난 2005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GS그룹은 출범 초기부터 그룹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M&A 필요성을 공언해 왔다.

그렇지만 결과적으로 거의 ‘빈손’에 가깝다. 대우조선 인천정유 하이마트 대한통운등 여러 시도가 번번히 실패로 끝났다.

 

특히 대우조선 인수전에서 입찰 마감 시한 하루를 남기고 포스코와의 컨소시엄을 번복한 것은 유명한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실패가 허창수 회장의 ‘새가슴’ 때문이라는 평가다.

 

반면 강심장 M&A로 기업을 키우기는 커녕 화를 부른 사례도 적지 않다. 금호아시아나 그룹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 인수가 대표적이다.

 

결국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 돼버려 얼마안가 소화안된 ‘코끼리’(대우조선과 대한통운)를 토해내고 보아뱀마저 병들어 눕게 된 꼴이다.

M&A의 여러 유형중에 가장 위험한 유형일 수있다.

 

물론 성공적인 M&A로 성공가도를 달리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섬유업으로 출범한 SK그룹은 1980년 대한석유공사를 인수했고 1994년 당시로선 엄청난 금액을 주고 한국이동통신을 인수, 오늘날의 SK에너지와 SK텔레콤을 이뤘다.

현대차의 기아차 인수, 하이트의 진로 인수, CJ의 CJ홈쇼핑 인수등 서로 시너지를 내며 그룹의 핵심으로 우뚝 선 기업들이 적지 않다.

 

통이 너무 커도 탈, 너무 적어도 탈인 M&A, 그래서 최고 경영자의 경영능력이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험대인지도 모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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