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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재벌가의 남녀 차별, 조선시대보다 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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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재벌가의 남녀 차별, 조선시대보다 더해?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2.09.27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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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를 통털어 여성 인권의 암흑시대를 꼽으라면 열에 아홉은 단연코 조선시대를 얘기한다.

 

남녀 평등에서 보면 남존여비(男尊女卑)의 키워드로 대변될만큼 암울한 시대였다.

 

그러나 이 암흑기에도 여성들의 권리가 21세기 오늘날 여성들보다 더 높았던 부분이 있었다.바로 재산상속 문제였다.

 

놀랍게도 여성들이 남자들과 차별받지 않고 말하자면 N분의 1의 권리를 보장받았다. 시집간 딸도 마찬가지였다고 하니 더 더욱 입이 벌어진다.

 

물론 그도 17세기 이전 뿐이었다고 한다. 이후는 점차 재산 상속에서도 남존여비의 차별이 이루어져 오늘날 상속 관행의 근간이 됐다.

 

16세기 ‘율곡선생남매분재기’에 보면 자식들은 부모 양쪽으로부터 재산을 장유(長幼)의 차례대로 ‘경국대전’에 따라 나눈다고 돼 있다.

 

분재기란 오늘날의 상속문서와 같은 것.

 

분재기에 따르면 율곡과 그 남매들은 아버지 이원수로부터의 재산만이 아니라 어머니 신사임당이 가지고 있던 재산까지 모두를 똑같이 나누어 가졌다. 당시 상속되는 재산은 대개 땅과 노비였다.

 

율곡 남매들은 토지는 20에서 40복(卜)으로 약간 차등있게 나누었으나 노비는 15, 16구로 균등하게 분배받았다.

 

상속분에 차이가 나는 것은 땅의 비옥도나 집안형편 등에 따른 것으로 특별히 아들, 딸에 대한 차등은 아니었던 것으로 학자들은 분석하고 있다.

 

또 하나 이 시대에는 시집간 딸도 다른 형제들과 똑 같은 재산 상속의 권리를 보장받았다. 출가외인이라며 신분으로는 차별을 받았을지언정 결혼한 여성도 재산상속에서는 똑같은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신사임당의 재산이 자식들에게 분배되는데 신사임당의 재산은 기본적으로 친정 부모로부터 상속된 재산이었다.

 

이처럼 남녀 차별없이 재산이 분배된 것은 부모의 제사를 여자도 구분없이 모셨기 때문이다.

 

제사를 아들 딸이 돌아가면서 모시니 재산도 역시 차등없이 나누어진 것이다.

 

그러나 17세기에 들어서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제사가 아들 그것도 장자에게 집중되면서 재산도 제사를 모시는 장자에게 차별 상속되기 시작했다.

 

1760년경부터 모든 제사를 장남에게 일임하게 되고, 이후 1790년대부터는 출가한 딸이 제사에서 제외됨에 따라 일체의 재산을 상속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이같은 전통은 20세기까지 그대로 이어져 와서 1990년 상속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우리나라 가정의 재산상속은 우선 호주가 독점 상속한 다음 다른 상속인들과 나누도록 돼 있었다.

 

다른 상속인들과 나눌때에도 호주에게는 5할의 인센티브를 인정했다. 다른 형제들보다 월등히 많은 재산을 가질 수있었던 셈이다.

 

그러나 법이 개정된 이후론 공동상속으로 바뀌었고 상속분도 모두 똑같이 나누도록 했다.

 

시집간 딸도 친정의 남동생과 똑같은 권리를 갖는다.

 

5할의 인센티브는 여전히 남았는데 수혜의 주인공은 호주가 아니라 배우자로 바뀌었다.

 

조선시대 17세기 이전으로 법을 되돌린 셈이다.

 

최근 재벌및 CEO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LG, 롯데, 삼성 등 국내 대기업그룹들의 경우 자산을 아들에게 집중적으로 물려주는 장자상속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들 딸 자산 차이가 가장 큰 현대차그룹의 경우 아들인 정의선 부회장에게 3조6001억원을 물려준 반면 3명의 딸들에게는 2천억원 정도만 나눠줬다.

 

전세 상속재산의 95%를 아들이 갖고 딸들에게는 5%만 돌아간 셈이다.

 

롯데도 아들 2명이 3조5천억원을 물려받은 반면 2명의 딸들은 3천억원 정도만 받았다.

 

LG와 삼성도 아들들의 재산이 딸들보다 4~5배 많았다.

 

17세기 이후 조선의 철저한 장자+호주 상속의 전통을 잇는 셈이다.

 

서민 가정은 17세기 이전의 남녀균분제로 돌아갔는데 재벌들은 17세기 이후 남녀차별제의 전통을 버리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재벌들의 가부장적 문화도 구태의연하지만 재벌가의 문화가 일반 사회에 주는 영향이 막강한 점을 감안하면 재벌가문들이 한국사회 성 평등권의 시계 침을 거꾸로 돌리는게 아닌가 우려스럽다

[마이경제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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