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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럴해저드' 공기업, 망각의 늪에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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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모럴해저드' 공기업, 망각의 늪에 빠졌나?
  • 유성용 기자 soom2yong@csnews.co.kr
  • 승인 2012.10.18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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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를 줄 때마다 종소리를 들려주는 ‘파블로프의 개’ 실험처럼 어떤 한가지 행위를 반복하면  아무리 지능이 떨어지는 동물이라도 학습이 가능하다. 심지어 식물도 조건반사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속된 말로 '닭대가리'라는 놀림이 있을 정도로 조건화 과정이 전혀 통하지 않는 먹통도 있는 듯하다.

‘닭대가리’는 기억력이 좋지 못하고 어리석은 사람을 놀림조로 이르는 말이다. 실제로 닭은 아이큐가 7~11 정도라고 한다. 속설에서는 닭이 눈을 굴리며 이쪽저쪽을 볼 때마다 조금 전에 본 것을 잊어버린다고도 한다.


공기업의 행태를 보면 비슷한 생각이 든다.


공기업들은 해마다 이어지는 국정감사와 언론의 감시기능 속에서 꾸준한 지탄을 받고 있지만 매년 도를 넘은 도덕적 해이를 반복하고 있다. 학습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모양새다.


사고로 기억을 잃거나 병에 걸려 망각의 늪에 빠진 게 아니고서야 있을 수없는 일이다. 아니면 사리사욕이 학습의 기억을 넘어설 정도로 과도하던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엄청난 적자를 내면서도 임직원들에게는 막대한 성과급을 꼬박꼬박 지급하는 상식 밖의 관행이다.


지난해 말 기준 정부산하 27개 공기업들의 부채 합은 360조원 이상으로 전년 보다 40조원 가량 늘어났다. 우리나라 전체 공기업 부채는 460조원으로 국가 부채 420조원보다도 많다.

이중 한국토지주택공사는 130조원으로 부채가 가장 많은데 지난해 기본급 및 기타수당(1억)보다 성과급(1억2천만)을 더 많이 지급했다.

엄청난 부채를 지고 있을 뿐 아니라, 경영평가에서 낙제점을 받고도 직원들에게 무이자 대출을 일삼는 곳도 있다. 그것도 연봉 7천 만원 이상의 고액 연봉자에게 말이다.

공기업의 경영개혁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경영진 선임도 구태를 반복할 따름이다.


공기업 수장은 언제나 정권의 최측근들이나 퇴직 공직자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전문성 보다는 출신 성분이 더 중요하다는 듯이 말이다.


특히 금융공기업 14곳의 경우 역대 최고경영자 196명 중 내부 출신은 불과 6명(3%)에 불과할 정도다.


경영진 인선이 이런 식으로 이뤄진다면 공익성을 추구하면서 관료주의의 폐해를 막기 위해 독립된 기업으로서 운영한다는 공기업의 존재이념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공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리 없다. 한국관광공사는 해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13억원 이상의 국고를 쏟아 붓고도 겨우 17명을 취업시켰다.

한국토지주택공사를 비롯해 한국도로공사, 대한지적공사 등은 1조원 이상의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지만 지방 혁신도시로 이전하며 호화스러운 사옥 건립을 계획하고 있다. 적자가 만연해 실질적으로 호화로운 사옥을 세울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음에도 말이다.

공항 탐지견은 아침 8시 전후에 기상해서 정확히 9시에 배변을 하고 10시께 훈련을 시작해 오후 4시까지 지능과 신체를 단련하는 고된 훈련을 받는다. 입에 기름칠 할 일도 없다. 살찌고 둔해질까봐 사료만 준다.

이렇게 1년에서 1년 반을 훈련 받아야 진정한 마약 및 폭탄 탐지의 프로가 된다고 한다. 고난을 이겨낸 탐지견의 몸값은 10배 가까이 뛴다.


심지어 동물이라도 이처럼 제대로 배우고 학습하면 쓸 모 있는 존재가 되는 법이다.

공기업은 대부분 공익을 위하는 독점적 위치에 있다. 부실해지면 그 부담이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해진다.


그들에게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단지 약간의 지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일, 같은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는 방법을 배우라는 것이다.


[마이경제 뉴스팀/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유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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