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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못 믿을 공인 연비 과연 누구 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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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못 믿을 공인 연비 과연 누구 탓인가?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2.11.22 08: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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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시장에서 역대 최고 점유율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던 현대기아자동차가 최근 미국에서 발생한 연비 과장 사태로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승인한 연비측정 과정에서 현대차 모델의 평균 연비가 실제 보다 높게 산출된 것으로 드러났고 회사측도 이를 시인했다.

그 과정에서 현대차 평균 공인연비는 기존 27MPG(리터당 11.4km)에서 26MPG(11km)로 3.8%가 깎였다.

1 리터로 400m를 더 가느냐 마느냐 하는 차이지만 파급효과는 컸다. 현대차는 사과의 의미로 800억원대의 보상안을 내놓았지만 미국 소비자들은 8천500억원 규모의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추진하고 나섰다. 그 보다 브랜드 이미지가 땅에 떨어진 게 더 뼈 아팠다.

현대차는 이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연비 과장이 의도적인 게 아니라 측정방식이나 운전습관 등 주관적 변수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주장이 미국에서 앞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지만 사실 연비 부풀리기는 현대차만의 문제라고 볼 수는 없는 것 같다. 국내에서 시판되는 국산차와 수입차 역시 연비에 적잖은 오차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이뤄진 지식경제부 발표에 따르면 주요 메이커의 대표 차종들이 신고한 연비가 실제 측정에서 최고 4% 이상의 오차를 보였다고 한다. 대표적인 사례를 들자면 현대차 싼타페 2.2 디젤 모델은 실제측정치가 신고치에 비해 4.4% 미달했고 BMW 528 모델은 4.3%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같은 현상은 자동차업체들이 판매에 유리하도록 최대한 높은 수치의 연비를 내놓는데 혈안이 돼 있는 데 그 원인이 있다. 유가상승에 따라 소비자들이 연비에 갈수록 민감해지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체들은 연비를 측정할 때부터 오차 범위 안에서 최대한 높은 숫자를 얻어내는 데만 골몰해 있다.

이번 지경부의 발표를 보더라도 자동차 업체들이 연비 부풀리기를 그저 관행으로만 생각하고 별로 심각하게 여기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동차 메이커가 차량을 준비하고 테스트를 거쳐 그 중 가장 좋은 연비를 뽑아 표시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나올 수 없는 수치이고, 같은 실험을 반복해도 다시 나온다고 보장할 수 없는 수치다. 그런 줄 알면서도 그 숫자를 표시하는 것은 정부가 5%의 오차를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결국 애초에 틀릴 것을 알면서도 최대한 연비를 높게 표시하는 게 불문률로 고착화된 셈이다.

그러나 모든 업체가 그런 식으로 연비를 표시하는 것은 아니다. 닛산의 경우 연비측정 테스트에서 나온 최고 수치보다 많게는 리터당 1km까지도 낮춰서 표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손해인 줄 알지만 연구개발 부서에서 신뢰도를 이유로 강력하게 밀어붙인 결과라고 한다.

자동차 회사들이 본받아야 할 자세가 아닌가 싶다. 그렇다고 연비 부풀리기 문제를 자동차 회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공인 연비란 말 그대로 국가가  공식 인정한 연비다. 공인연비의 신뢰도는 결국 감독기관이 책임져야 할 문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점수를 높이고 싶은 게 수험생의 마음이라면 엄격한 감독을 통해 공정한 점수를 도출해 내는 게 시험감독관의 책임이듯.

정부는 연비 문제가 논란이 되자 뒤늦게 사후대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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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경제부는 현대차로부터 촉발된 이번 사태를 수습하게 위해 현재 에너지관리공단이 전체 출시 차종 중 3~4% 정도만 사후 점검하던 것을 앞으로 5~10%까지 확대하고 재측정 결과가 공인 연비 기준 5% 이하면 인정해주던 오차 범위도 3%로 좁히는 개선방안을 내놨다.

그간 공인 연비에 대한 관리가 부실했다는 점을 스스로 시인한 셈이다.

내년 1월이 되면 모든 자동차는 기존 연비를 도심·고속도로·고속 및 급가속·에어컨 가동·외부저온조건 등 측정조건이 까다로워진 신연비 기준으로 바꿔 표기해야 한다.

측정 조건이 복잡해진 만큼 연비 측정과정에서 오류가 나거나 부풀리기가 행해질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한다. 판매보다 신뢰를 우선시하는 자동차업체의 태도 변화와 정부 당국의 철저한 감독으로 연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안이 말끔히 해소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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