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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BMW 녹차 시위, 회사도 시위자도 '진정성' 어디에?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2012년 12월 07일 금요일 +더보기

6일 오전 BMW코리아 본사가 입주해있는 서울 회현동 스테이트타워에 카메라를 든 기자들이 삼삼오오 몰려들었다.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BMW 녹차', 즉 BMW 3시리즈와 1시리즈 일부 차량에서 녹이 생기는 현상과 관련해 시위가 벌어진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날 시위의 주인공인 박 모(남)씨가 일행 2명과 등장한 시각은 11시50분경. 당초 약속된 시간보다 50여분이 늦게 나타난 박 씨 일행의 손에는 흰색 BMW 모형 미니카와 녹차 한 박스, 그리고 녹차 휴지 등이 들려 있었다.

한 달 전 출고된 320d에서 녹이 발생한 것에 대해 BMW코리아로부터 합당한 합의를 받아 내기 위해 시위를 준비했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었다.

박 씨는 한 달 전 BMW 320d를 인수했고 언론 보도를 통해 차량의 녹 문제를 알게 됐다. 큰 맘 먹고 36개월 할부로 구입한 새 차 시트에서 녹이 나왔는데도 서비스센터 직원이 합당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행동에 나섰다고 했다.

박 씨는 이날 시위가 있기 전에 BMW코리아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불만을 토로하며 자신의 차량 전면 유리를 망치로 부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이들은 'BMW코리아에는 없는 3도(道)'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먼저 배포했다. 차량 결함을 알고 판매한 죄, 고객의 불만을 무시한 죄, 독극물 수준의 방청제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내세운 죄가 그 골자였다.


박 씨는 "과거는 용서해줄 테니 제발 귀를 열고, 고객의 불만을 듣고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BMW코리아가 되기를 희망한다"며 "녹차를 드시며 반성하고, 면봉으로 귀를 쑤시며, 휴지로는 볼 일 볼 때마다 고객을 생각해서 이 녹차량을 금차로 만드는데 힘써 달라"고 말했다.

기세는 당찼지만 이들은 BMW코리아 관계자를 만나기는커녕 사무실에도 접근하지 못했다. 빌딩 관리원에 막혀 즉시 건물 밖으로 쫓겨난 것이다.

결국 박 씨 등은 건물 밖에서 준비해온 모형차 파손과 성명서 낭독으로 시위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 장면에서부터 이들의 진정성에 의문이 떠올랐다.

이날 박 씨 일행이 보여준 행동은 모형차 앞유리를 망치로 깨고 비비탄 총을 쏜 게 전부였다. 사진 안 찍냐며 기자들을 종요하던 가벼운 언행도 실망스러웠지만 가장 큰 문제는 BMW 차량의 결함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려는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날 시위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320d에 녹이 낀 것을 보지 못했다. 이들에게 증거를 보여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정색을 하며 거절했을 뿐이다. "녹차가 많이 있으니 다른 사람을 통해 보라"는 답변이 고작이었다.

BMW의 측의 성의 있는 행동을 요구하기에는 이들의 준비가 너무도 치밀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진하게 몰려 들었다. 


물론 이들의 준비성이 철저하지 못했다고 해서 BMW에 녹 문제를 따지는 전체 소비자들의 항의가 진정성을 잃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들의 시위를 무시하는 것으로 일관한 BMW 측의 태도가 정당화될 수도 없다.

박 씨가 활동 중인 BMW 뉴3시리즈 F30 동호회만 봐도 수십 명의 회원들이 녹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사진을 올리고 있다. 교통안전공단 산하 자동차 결함 신고센터에도 BMW 320d 결함과 관련한 민원은 매일 십여 건씩 접수되고 있는 상황이다.

수천만원을 주고 산 고급차에서 녹이 생겼으니 당사자들은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그러나 BMW 코리아는 줄곧 문제를 축소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BMW코리아는 앞좌석 시트 프레임 부품에서 녹이 발생한 대상 차종은 지난 2월부터 10월 사이 판매된 3시리즈 5천6대와 올 판매된 1시리즈 58대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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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관련 카페에는 회사 측이 문제 없다고 밝힌 11월 이후 출고 차량에서도 녹이 발생했다는 글이 게재되고 있다.

그런데도 BMW코리아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최근 배포한 보도자료에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소비자에게 불편함을 제공했다고 미안해 하거나 재발방지를 언급하는 대목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사건 자체가 대수롭지 않다는 뉘앙스만 풍기면서 방청캠페인을 벌이겠다는 내용이 전부다.  주행 안전과 관련 없다는 이유다.

청년 셋이 모형차나 들고 나타나 장난스런 행동을 보였다고 해서 그들이 제기한 문제조차 가벼워지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라도 고객의 말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진정성 있는 태도를 BMW코리아에 요구하는 것은 무리일까?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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