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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재계에 자매의난, 모녀의 난, 부녀의 난이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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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칼럼]재계에 자매의난, 모녀의 난, 부녀의 난이 없는 이유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2.12.20 0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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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는 물보다 진하고 돈은 피보다 진하다는 속설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하루가 멀다고 재벌가의 돈싸움 뉴스가 터지며 서민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한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그의 형인 이맹희 씨의 수조원대 재산 분쟁이 연일 지면을 장식하더니 엊그제는 느닷없이 태광그룹 남매의 재산 다툼이 불거졌다.

 

21세기 대한민국 사회에 가족간 돈싸움하는 집안이 어디 한두곳이랴만은 재벌들의 돈싸움은 유독 사람들의 흥미를 끈다.

 

예부터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불구경과 싸움구경이라고 했던가?

 

아니면 우리나라 최상류 사회에 사는 그들의 사고와 삶의 방식의 편린이라도 엿볼 수있어서 일까?

 

그것도 아니면 정말 죽을때까지 펑펑 써도 마르지 않을 재산을 가진 그들이 왜 이렇게까지 피투성이 될 때까지 싸우는지 궁금해서일까?

 

암튼 쏟아지는 재벌가 재산 싸움을 보며 한가지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가장 많은 다툼은 형제간에 일어났다. 소위 형제의 난이다.

 

삼성 현대 롯데 한화 한진 두산 금호등 우리나라 재벌사에 형제의 난이 일어나지 않았던 기업을 찾기가 되레 힘들 지경이다.

 

현재 진행형인 삼성 이건희 회장-이맹희 씨, 태광 이호진 회장- 이재훈 씨는 물론 현대가의 정몽구-고 정몽헌 회장, 두산家의 박용오-박용성 회장, 한화의 김승연-김호연 전 의원 , 롯

데 신격호- 신준호 회장, 한진 조양호-조남호. 조정호 회장도 재산을 두고 법정다툼을 벌였다.

 

그럴수밖에 없다. 여늬집도 마찬가지지만 돌아가신 고인의 유산을 둘러싸고 각자 권리가 있는 자식들이 충돌할 여지는 얼마든지 발생한다.

 

특이한 다툼도 있다.

 

이례적으로 모자의 난, 부자의 난도 있다.

 

모자의 난은 몇 년전 화제가 됐던 녹십자가 대표적이다.

 

창업주인 고 허영섭 회장이 사망한 지 열흘 만에 큰 아들과 어머니 사이에 유산 다툼이 일어난 것.

 

큰 아들인 허성수 전 녹십자 부사장이 자신에게 한푼의 유산도 물려주지 않은 아버지의 유언장이 어머니 정인애씨 의해 거짓 작성된 것이라며 법정소송을 벌인 것이다.

 

앞서 2007년에는 오양수산 창업주 고 김성수 회장의 장남인 김명환 전 부회장이 자신 소유의 채권 40억여원 어치를 돌려달라며 어머니 최옥전 씨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었다.

 

부자의 난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제약 강신호 회장과 둘째아들인 강문석 수석무역 부회장의 경영권 다툼이다.

 

강문석씨는 지난 2007년 주주총회에서 두 차례의 표 대결까지 펼쳐가며 아버지인 강신호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으나 고배를 마신 후 퇴사했다.

 

부자는 이 와중에 서로 화해하는 기자회견까지 열었으나 얼마 못가 다시 표대결을 벌임으로써 돈이 피보다 진하다는 속설을 유감없이 증명했다.

 

이같은 형제의 난, 모자의 난, 부자의 난은 한가지 특징이 있다.

 

바로 남자가 중심이 된 분쟁이라는 점이 그렇다.

 

돈. 경영권을 놓고 바람 잘날 없었던 재계지만 아직까지 자매의 난, 모녀의 난, 부녀의 난은 그 사례를 찾기 힘들다.

 

여자들의 타고난 천성 자체가 덜 공격적인지, 아니면 권력의 의지가 약한건지? 보수적인 재벌가문에서 여자는 항상 수동적인 입신을 교육받고 자란 탓인지, 원인은 분명치 않다.

 

경영권 분쟁은 커녕 책임있는 자리를 맡아 경영에 참여하는 경우도 거의 드물다.

 

그야마로 주식을 갖고 배당이나 받는 ‘안방마님’의 전형적인 역할에 그쳐 있다

 

하지만 앞으로 양상은 좀 달라질 듯싶다.

 

책임있는 경영자로, 대표이사로, 아니면 재벌2세 오너로 당당한 입지를 다지는 여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자신의 남자 형제와 같은 입지에 서기 위해서, 아니면 자신의 정당한 권리와 몫을 차지하기 위해서 형제의 난, 모녀의 난, 부녀의 난을 부를 여지도 그만큼 커진 것이다.

 

남자들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재계의 경영과 상속에 어머니 부인 딸까지 개입될 경우 그야말로 ‘바람잘 날’이 아닌 ‘폭풍멎을 날’ 없는 재계가 될 지도 모를 일이다.

[마이경제/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최현숙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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