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하기 
기획 & 캠페인
[기자수첩] 휴대폰 2년 쓰면 바보?
상태바
[기자수첩] 휴대폰 2년 쓰면 바보?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3.02.18 07: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휴대폰 구입은 2년 약정으로 하고, 기간이 지나면 무조건 바꾼다. 휴대폰 교체의 기준은 고장도, 성능도 아닌 ‘약정기간’이다.

그런데 일부 빠꼼이들은 '약정기간'도 우습게 여긴다. 일명 ‘폰테크족’이라 불리는 사람들은 3개월에 한 번씩 최신 휴대폰을 바꿔가며, 그것도 돈을 벌면서 쓰고 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 걸까?

기자가 며칠 전 휴대폰 신규 가입을 위해 통신 3사 대리점을 방문한 일이 있다. 모든 대리점이 방통위 제재를 피하기 위한 편법적 현금지급을 약속했다. 바로 옆에서는 기자에게 제시한 조건보다 십수만 원 높은 가격을 고객에게 제시하고 있었다. 모두에게 고시된 공평한 가격이 아닌, 그때그때 사람 봐 가며 가격이 매겨지는 것이다.

꼼꼼하게 알아보고 싸게 사는 게 나쁜 것은 아니다. 백화점 바겐세일과 다를 바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 와중에 절대다수의 일반 고객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100만원을 넘나드는 부풀려진 출고가에 '제조사 할인+통신사 할인+판매점 할인'이 덧붙여진 우리나라의 휴대폰 가격은 그야말로 ‘엿장수 마음대로’다. 휴대폰 정보를 제법 알고 왔다 싶은 손님에게는 최대한 할인해주고 아무 것도 모르는 순진한 고객에게는 바가지를 씌우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똑같은 스마트폰을 어떤 사람은 20만 원에 구매하고, 어떤 사람은 100만 원에 구매하는 것이다. 


현재 구조하에서 스마트폰을 가장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역설적이게도 동일 휴대폰을 오래 사용하지 말고 3개월에 한 번씩 교체하는 것이다. 온라인 ‘스팟’ 약정은 일반적으로 3개월 의무사용 기간을 기준으로 한다. 오프라인보다 월등하게 낮은 할부원금을 제공하면서도 3개월만 사용하면 위약금 없이 해지가 가능하다.

폰테크족의 등장이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3개월 간 최신 스마트폰을 낮은 할부원금으로 사용한 뒤 잔금을 지불하고 해지한 후, 공기계가 된 휴대폰을 중고로 팔면 수십만 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24개월 간 똑같은 휴대폰을 사용하는 것보다 이득이라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123.png
휴대폰의 잦은 교체는 휴대폰에 들어가는 자원낭비는 물론이고, 통신사 이동과 번호 교환 등 수많은 부가적인 비용이 뒤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이익만 챙기려 마음먹는다면 ‘폰테크’가 유리하다. 약정기간을 다 채우고, 그 이후에도 자신이 이용하고 있는 통신사와 제조사에 충성을 바치는 사람은 '바보'가 되는 게 작금의 현실이다.

방통위가 최근 27만원으로 제한돼 있는 기기보조금을 재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왜곡된 통신요금을 정상화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는 방통위의 착각이다. 왜곡된 통신요금은 왜곡된 출고가격 때문이지, 기기보조금이 적어서가 아니다. 이미 편법·불법적으로 엄청난 금액의 기기보조금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27만 원의 보조금 제한을 지키는 곳은 단 한 군데도 없다. 이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기자는 독자들에게 "바보같이 2년 동안 충성을 바칠 게 아니라 3개월에 한 번씩 통신사를 바꾸라"고 권장하는 게 옳을 것이다.

정말 그래야 하는가. 편법을 쓰지 않으면 손해 보는 세상보다는, 모두가 공정하게 이익을 고루 볼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나. 답답할 뿐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김건우 기자]

주요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