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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애플의 한국 차별, 힘없는 '부모'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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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애플의 한국 차별, 힘없는 '부모' 탓?
  •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13.04.04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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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아이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있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사람에게 무엇이든 더 주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옛말이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은 아닌 듯싶다. 우는 아이가 어떤 집안인지, 좋은 배경과 경제력을 가졌는지 그 스펙에 따라 똑같이 목청껏 울어도 대접이 달라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인 모양이다.

애플의 최근 행보를 보아하니 딱 그 모양새다.

최근 애플 최고경영자(ceo)인 팀 쿡이 중국 소비자들 앞에 무릎을 꿇었다. 팀 쿡은 지난 1일 중국 애플 누리집에 ‘존경하는 중국 소비자에게 띄우는 편지’를 올려 공식 사과의 뜻을 전했다.

그동안 도도하고 콧대 높은 자세를 고수해왔던 애플은  중국 언론과 정부가 입을 모아 지속적으로  AS정책에 대한 부당함을 지적한데 이어 소비자 불만이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질 조짐을 보이자 ‘서툰 의사소통에서 야기된 오해’라며 부품 교체가 아닌 새 제품 교환을 약속했다.

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2년)과 달리 품질보증기간 1년을 적용한 것에 대해서도 새로 산정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중국을 애플의 최대 시장’으로 만들겠다던 팀 쿡에게 이런 중국의 반애플 정서가 무섭기는 했던 모양이다.

애플사의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고 있자니 지금껏 한국 소비자들은 애플의 부당한 정책에 대해 입을 닫고 있었나하는 착각마저 든다.

다양한 소비자 불만 유형을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매체에 몸담고 있으면서 지금껏 소비자들이 애플의 AS에 대해 개선을 요구해왔던 목소리가 얼마나 높았고 간절했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아이폰 3가 국내에 처음 출시된 2010년 9월 이후부터 리퍼(재생제품)교환 정책에 대한 소비자 민원이 줄을 이었다. 부분수리가 불가능해 작은 부품만 교환해도 될 것을 단말기 자체를 교환해야 하고 그마저 흠집이라도 있으면 이용자 과실로 적지 않은 비용을 부담해야 했다.

아이폰이 스마트폰 시장을 독주했던 2011년의 경우 하루에도 애플 AS정책 관련 10여건 이상의 민원이 접수될 정도로 불만이 폭주했다. 기존 리퍼제도에 대한 불만은 물론이고 침수 이력 없이 변색된 침수라벨, 구입하자마자 발견된 외관케이스 흠집 등에 대해 모두 모르쇠로 일관해 원성을 샀다.

거센 불만 여론에 밀려 부분 수리를 진행하기도 했지만 타사 대비 높은 AS비용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은 사설업체를 찾아나서야 했다.

매번 이런 부당한 정책에 대한 개선의지나 입장표명 요청에 애플 측의 답변은 한결 같았다.

“본사 규정을 따르고 있고 현재 AS시스템으로도 충분히 고객들의 불만사항을 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는 고압적인 자세.

자사 제품에 대한 자신감은 가히 하늘을 찌를 기세다. 본체가 휘거나 나사가 빠져버린 단말기에 대한 피해 제보에 사실 확인조차 없이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 소비자를 블랙컨슈머로 몰아세웠다.

오히려 애플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확대해석하고 필요 이상의 비난의 잣대를 대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돌아왔다.

2년이 넘는 시간동안 애플 관련 취재를 하면서 조금도 달라진 바를 찾을 수 없자 ‘옆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오로지 앞만 보고 가는’ 외국기업에 대한 개선 요구 목소리를 낮춰야 하나 싶어 힘이 빠지려는 찰라 ‘팀 쿡의 직접 사과’라는 놀라운 소식이 들렸다.

과연 한국 소비자들이 중국 소비자들과 무엇이 달랐던 걸까?

세계 최대 시장이라는 든든한 집안에서 태어나지 못하고 부모(정부)의 든든한 지원을 받지 못한 것이 결국 소비자 권리조차 외면 받게 된 족쇄가 된 것인지...

우는 아이들에게 어떤 떡을, 얼마큼의 떡을 줄지 결정하는 것은 애플의 선택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울다 지쳐 등을 돌린 아이를 다시 웃을 수 있게, 품으로 돌아오게 하려면 이전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충성도 높은 것으로 명성이 자자한 애플매니아들마저 ‘눈 막고 귀 막은’ 애플사의 불통 경영 방침에 질려 하나 둘 떠났고 그 수는 점차 많아지고 있다.

작금의 애플 행태에서 잘난 장남의 응석에만 눈이 팔려 다른 가족들은 뒷전으로 미뤄놓은 일그러진 가장의 모습을 보게 되는 건 지나친 억측일까?

부디 앞서간 우려였다는 기분좋은 후회를 할 수 있도록 애플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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