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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쇼호스트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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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쇼호스트가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이유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3.09.26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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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뒷베란에 쓰지 않는 물건들이 여럿 뒹굴고 있다. 대부분 청소기 운동기구들이다. 화장대 서랍에도 불용지물이 여럿 있다. 발 각질 크림, 새치 염색약등 기대했던 효과가 없어 내팽겨쳐둔 물건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홈쇼핑 상품이라는 점이다. 그나마 TV자체를 볼 시간이 거의 없고 저녁 뉴스정도나 틀어 놓은 내가 직접 산 물건들이다. 무심코 채널을 돌리다 10여분 빨려 들듯이 보다가 산 물건들이다.

아마 내게 TV보는 시간이 좀 더 많았다면 쌓인 물건도 몇 곱은 됐을 것이다. 평소 소비 자제력이 남다르다고 자부하는 나 자신도 홈쇼핑의 매직에서는 크게 못 벗어나는 듯 싶다.

홈쇼핑 세일즈의 주역은 단연 쇼호스트다.

청소기만 해도 그렇다. 내가 집안일중에 가장 힘들고 하기 싫은 일이 바로 청소다. 쇼호스트는 말한다. “우리 주부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일 바로 청소죠” 이 대목에서 안도가 생긴다. “아~ 청소를 싫어하는게 나만 아니구나” 이어지는 멘트 “청소 걱정 확 날려 버리세요. 그냥 쓱 쓱 밀면 먼지며 묵은 때 싹~” 실제 이어지는 시연에서는 그냥 둥그런 밀대를 힘도 안들이고 미는 것 뿐인데 방바닥에 있던 아이들 크레용 자국이며 커피 얼룩이 매직처럼 사라진다.

어디 그 뿐인가 걸레 빨 일도 없다. 그냥 간단한 플라스틱 통에 넣고 발로 몇 번 밟아주니 땟물이 쑥 쑥 빠지고 마지막엔 통이 휙휙 돌면서 물을 꼭 짜주기까지 한다. 손에 물 한방울 안묻히고 물걸레 청소까지 간단하게 쓱 싹 해치우게 된다.

이 대목에선 결국 지름신이 내린다. 집에 먼지 청소기뿐 아니라 스팀청소기 로봇청소기까지 있건만 홀린듯 ARS주문에 돌입한다. 이렇게 질러버린 청소기만 몇종류인지....

이렇듯 사람에게 마법을 걸어 홀린듯 물건을 팔던 국내 정상급 쇼호스트가 갑자기 스캔들에 휩싸였다.

지난 24일 ‘정윤정’이란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1위로 혜성처럼 떠올랐다. 가수 영화배우도 아니고 누굴까? 호기심에 클릭해보니 홈쇼핑 쇼호스트였다.

그녀가 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오른 것은 홈쇼핑에서 다름아닌 기적의 크림 ‘마리오 바데스쿠 힐링 크림’을 판 당사자 쇼호스트였기 때문이었다. 너무 심각한 부작용 때문에 피해를 당한 소비자들이 부글부글 끓다 결국 제품 판매를 주도한 쇼호스트에게까지 화살이 날아간 셈이다.

사실 그녀가 짊어져야 하는 법률적 책임은 전혀 없다. 그녀는 홈쇼핑사의 직원일뿐이고 자신의 업무에 충실한 방송을 진행해 대박 판매를 이끌어낸 것 뿐이기 때문이다. 회사 조차도 문제의 화장품이 스테로이드를 함유했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치면 더욱이 그녀가 그런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 수 없다.

다만 네티즌들의 분노는 그녀의 마법같은 ‘멘트’를 향하고 있다. 문제의 크림을 자신이 바를 뿐만 아니라 아들에게도 발라준다고 했다는 것이다. 물론 회사 측이 이 부분을 부인하고 있지만 성난 여론은 곧이 곧대로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

아마 그날 방송을 보진 않았지만 1시간여의 그 수많은 ‘멘트’중 사람들을 가장 많이 움직인 촌철살인은 바로 ‘우리 아들에게도 발라준다’는 한마디였을 것이다. 공식적인 광고 멘트보다 정상급 쇼호스트의 사유화한 한마디가 주는 마력은 엄청났을 것이다.

피해자들은 이 부분에대해 쇼호스트에게 도덕적 책임을 묻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이제 곧 20여년의 업력을 바라보는 우리나라 홈쇼핑의 총체적 문제를 대변하고 있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이 운영하는 소비자고발센터에는 한달 수십건의 홈쇼핑 불만글이 쏟아진다. 이런 투명한 시대에 아직도 이런 수법이 통할까 싶은 어처구니 없는 꼼수들이 여전히 난무하고 있다. 사은품 떼먹기, 할인율 뻥 튀기기, 허위, 과장 광고, 만병통치 약장사등에대한 불만이 높다.

1995년 2개의 방송국 개국을 시작으로 현재 6개 홈쇼핑사가 연간 10조원 시장을 형성하고 있고 여전히 그 성장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번 스캔들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다면 다가오는 미래도 마냥 핑크빛이지만은 아닐 것이다. 쌓였던 불만이 폭발하면 그 위력은 가공할만하다.

크림 한번 잘못 발랐다 외출도 못하고 직장도 못다닌다고 호소하는 피해자들의 원성이 끓고 있는데 제조업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법률 뒤에 숨어 책임을 외면하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이번 사건이 홈쇼핑업계의 고객만족 지수를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수있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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