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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착한 기업'신드롬...소비자 운동 3.0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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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착한 기업'신드롬...소비자 운동 3.0시대로
  • 뉴스관리자 csnews@csnews.co.kr
  • 승인 2013.11.11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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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통장을 정리하다가 보니 장롱 카드 연회비가 인출돼 있었다. 쓰지 않는 카드라서 해지해야지 생각만 하고 미적미적 미루다 결국 억울한 연회비를 물게 된 것이다.

부랴부랴 해지신청을 하기위해 고객센터로 연락했다. 연결된 상담원에게 해지를 요청하자 카드에 13만5천 포인트가 쌓여 있다며 이를 사용하고 나서 해지하시는게 어떠시냐 안내했다. 잠시 어안이 벙벙했다.

13만 포인트면 거의 13만원에 해당하는 돈인데 그냥 꿀꺽해도 될 일을 구태여 사용하라고 안내해주는 친절이 감동스러웠다. 덧붙여 포인트를 빨리 소진하고 싶으면 포인트몰에 들어가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하면 된다는 안내도 덧붙였다.

사실 개인적으로 피해를 입은 적도 없는데 카드나 보험은 자칫하면 속아 넘어가 덤터기 쓸 수있다는 주변의 경험담을 너무 많이 들어 막연히 갖고 있던 피해의식이 순식간에 걷혀버렸다. 가입하는 고객도 아니고 해지하는 고객에대한 배려라서 더욱 따뜻했다.

앞서 며칠전 한 친구의 대형마트 반품 사건도 인상적이었다. 맛있는 커피를 먹고 싶다는 생각에 유명 대형마트에서 40여만원 짜리 에스프레소 커피 기기를 구입한 친구. 배달후 한달여 정도 사용했으나 제대로된 커피 맛이 나지 않았다. 맛이 없으니 잘 사용하지 않게 되고 부피마저 큰 기기를 둘 곳조차 마땅치 않아 고민하다가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다시 마트에 들고 갔다.

고객센터에 여차저차 상황을 설명하자 여러말없이 ‘불편하셨겠네요“하더니 환불을 해주더란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분쟁이 났을때 가이드라인이 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도 어림없는 얘기다.

소비자 분쟁해결기준에는 매장에서 구입한 제품의 경우 7일 이내로 제품에 손상이 없는 경우에 한해 교환및 환불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커피 기기의 경우 구입 한달이 넘었고 이미 여러번 사용해 사실 되팔 수없는 샇황인데도 두말없이 환불해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개인적인 경험말고도 작년 SNS를 통해 퍼진 LG유플러스 직원의 전화 응대도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다. 배꼽빠지게 웃다가 가슴이 따뜻해진 고객감동 사례였다.

소비자와 생산자를 대립적 관계로만 인식해온 소비자 운동을 무색하게 하는 현실인 셈이다.

역사적으로 소비자운동은 생산자의 횡포에 맞서는 소비자 자주 주권 활동이었다.

1844년 영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생활협동조합' 활동이 시초이고 본격적인 활동은 1890년대 미국에서 발족한 전국소비자연맹(The National Consumers' League)이 전세계적인 불씨를 당겼다.

우리나라도 1900년대 초창기에 설립된 YMCA와 YWCA등이 소비자 운동에 뛰어들었고 1970년 국내 최초의 소비자운동 전문 단체인 한국소비자연맹이 설립돼 꽃을 피웠다.

이같은 소비자 운동의 주요 목표는 기업과 상품에대한 감시와 고발이다. 사업자측의 권유, 부당한 유인, 부정적한 광고·선전 표시, 조악한 품질, 부당한 가격 등을 감시하고 피해가 실제 발생했을 경우 이를 구제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같은 지향점은 필히 기업과 긴장을 유발할 수밖에 없었고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소비자들은 막연한 피해의식으로 방어적인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나 한국의 소비자 문화는 더 이상 1900년대 식의 긴장과 갈등의 차원을 넘어선 듯 보인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에는 여전히 하루에도 200여건에 달하는 피해 제보들이 넘치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일부 악덕 상혼의 문제일 뿐 일반화된 집단 피해 개념으로 풀어가야할 사안은 많지 않다.

되레 블랙컨슈머가 기승을 부리면 기업이 수세적인 입장에서 자신의 권익을 지키기도 바빠 보인다.

이쯤에서 한국의 소비자 운동도 턴어라운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쏟아지는 상품과 서비스의 홍수속에서 소비자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합리적인 녹색 소비생활의 실천을 계도하며 악덕 소비자를 스스로 추방해내는 등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를 나 나름 소비자운동 3.0이라 이름짓고 싶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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