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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파워블로거가 어쩌다 '파워블로거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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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파워블로거가 어쩌다 '파워블로거지' 됐을까?
  •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 승인 2013.11.14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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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에서 뷔페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최근 파워블로거를 만난 경험을 털어놓으며 진저리를 쳤다.

지난 10월 중순경 평상시처럼 저녁 음식을 준비하고 있던 A씨는 15명 정도 되는 단체 손님을 받았다. 이들은 자리에서 몇 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가 싶더니 갑자기 모두 커다란 카메라를 꺼낸 뒤 뷔페 음식을 하나하나 사진 찍기 시작했다.

깜짝 놀란 A씨가 다른 손님에게 방해되니 자제해줄 것을 부탁하자 오히려 어이가 없다는 듯이 블로그에 올리려고 사진을 찍는 건데 왜 막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오늘 파워블로거 모임이 있어 왔는데 제대로 홍보 한 번 해주겠다며 공짜 식사까지 요구했다고.

화가 난 A씨는 이를 거절하려고 했으나 주변 직원들이 요즘 블로거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냐며 말렸다.

A씨는 “사진 찍어 블로그에 올리면 광고 한 번 하는 것보다 효과가 좋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 당당하게 공짜 밥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며 “눈 감고 넘어가려고 했지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다른 손님에게까지 피해를 줘 오히려 안 좋은 소문이 날 것 같아 두렵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소비자 구매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파워블로거의 횡포가 종종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식당에서 공짜밥을 요구하는 사례가 너무 늘어나자  ‘파워블로거지’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파워블로거와 거지를 합친 합성어다.

블로그는 기업 홍보 광고와 달리 일반 소비자가 솔직한 후기를 쓴다는 인식 때문에 소비자들이 정보를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때문에 블로그에 좋은 글이 올라온 업체(업소)들은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많이 찾는가 하면, 악평이 달리면 매출이 확 줄어들 정도로 영향력이 막대하다.

기업들도 마케팅 전략을 짤 때 블로그 마케팅 또는 입소문 마케팅을 포함시키고 있다. 신제품이 출시될 때 파워블로거에게 제품을 홍보해달라고 부탁하는가 하면 체험단을 모집해 후기를 남기도록 하고 있다. 간단한 리뷰라도 광고보다 신뢰를 더욱 주기 때문.

문제는 블로거들이 이같은  영향력을 무기로 부정적인 글을 올린 뒤 업체에 돈을 주면 글을 내려주겠다고 협박하기도 하고, 공짜로 제품을 요구하거나 론칭 행사에 참가해 VIP 대접을 당당히 요구하기도 하는 것.

결국 이로 인한 모든 피해는 이 정보를 가감 없이 믿은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 일반 소비자가 실제 후기가 아닌 광고성 글 내용을 믿고 제품을 구매해도 ‘단지 블로거의 생각을 담은 글’에 불과하기 때문에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실제로 지난 2011년에는 하루 최대 방문자 10만 명 가까이 되는 주부 파워블로거가 안전성에 문제가 있는 오존살균세척기에 대해 기업체로부터 뒷돈을 받고 공동구매를 진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당시 해당 파워블로거는 대 당 7만 원의 수수료를 받았으며, 총 3천 대가 팔려 2억 원이 넘는 돈을 손에 쥔 것으로 알려졌다.

파워블로거들의 과도한 상업성이 도마 위에 오르자 최근 공정위는 대가를 받고 추천글 등을 쓸 경우 경제적 이해관계를 명시하도록 하고, 이를 어길 경우 광고주를 처벌하도록 규정을 변경하기도 했다.

또한 블로그협회까지 만들어져 자정 노력에 힘쓰고 있지만 여전히 블로그의 영향력을 내세운 과도한 상업성 행위가 논란이 되고 있다. 

블로거들의 이같은 비양심 행위는 블로거 자체의 몰락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 일반 소비자들의 피해를 크게 하기 때문에 공멸행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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