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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직원이 맡긴 투자금 '꿀꺽'..배상은 회사가?

해당 직원이 증권사 지위를 어떻게 이용했냐에 따라 책임 달라져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2013년 11월 21일 목요일 +더보기

# 지난 2009년 직장인 박 모(남)씨는 평소 자주 다니던 인터넷 주식 카페 사이트에서 투자 모집 글을 보게 됐다. 다른 게시글과 비슷하게 "고소득을 보장한다"고 투자자들을 유혹하고 있었지만  하나의 차이점이 있었다. 바로 유명 증권사에서 일하고 있는 과장급 직원이 직접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었던 것. 해당 직원은 내부 직원만 참여할 수 있는 고수익 투자 펀드가 있다며 개인 계좌로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박 씨가 정신을 차린 것은 2년 뒤인 2011년. 돌려막기식 사기 수법을 깨달은 다른 투자자들이 해당 직원을 고소했을 때였다. 박 씨는 "유명 증권사 직원이라는 직함이 없었다면 믿지 않았을 것이며 원금 보장에 대한 약속을 받았으므로 증권사에 책임을 물으면 100%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큰소리쳤지만 법원의 판결은 그렇지 않았다.

증권사 직원이 고객 돈을 횡령하는 금융 사고가 발생할 경우 해당 증권사에서 피해를 보상받을 수있을까?

일반적으로 증권사 직원이 저지른 범죄인만큼 회사가 책임을 지고 피해액 100%를 보상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직원의 말만 믿고 투자 위험성을 제대로 살피지 않은 투자자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증권사 직원에게 계좌 지배권을 위임하는 일임매매 거래를 했을 경우 투자자의 책임은 더욱 커진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에서는 직원이 매매종목, 시기, 수량 등을 주도적으로 판단하여 거래하는 투자 위탁을 일임매매로 규정하고 있다.

증권사와 투자자 사이의 분쟁의 원인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아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지만 관련 지식이 전혀 없거나 나이가 많아 영업직원 의존도가 높은 투자자들이 서면으로 계약을 할 경우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임매매를 하더라도 투자자가 자신이 맡긴 증권 계좌를 감시할 의무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 금감원의 판단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의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접수된 사례를 살펴보면 직원에 대해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증권사에도 책임이 있으나, 직원을 신뢰하고 계좌를 맡긴 투자자에게도 책임을 물어 대부분  70% 배상을 결정하고  있다.


증권사가 배상하는 보상 금액은 금융 사고를 일으킨 직원이 '증권사 지위를 얼마나 이용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해당 직원이 투자자의 신임을 얻기 위해 증권사 직함을 이용하고, 증권사의 계좌를 이용해 돈을 유치했다면 투자자가 믿을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해 업체의 책임이 커진다.

반대로 직원이 개인 계좌로 돈을 모아 투자를 한 뒤 손실이 난 경우라면 투자자가 의심할 만한 여지가 있다고 볼 수 있으며 개인적인 거래로 봐야 한다는 판례가 있다.

만약 해당 직원이 원리금 보장 약정까지 했더라도 증권거래법에 위반하기 때문에 보상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다만 이 경우에도 증권사 직원이라는 지위를 믿고 거래를 한 것이기 때문에 업체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지난 4월 서울고등법원은 I증권사 프라이빗뱅킹 팀장이 투자자 19명으로부터 20억 원을 끌어 모아 개인적으로 횡령한 사건에 대해 증권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업체 측은 개인 계좌를 사용한 개인 비리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증권사 직함을 이용해 투자를 유치한 것이므로 증권사에 피해금액의 3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때문에 이 같은 금융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되도록 직원에게 개인정보를 넘기지 말고, 일임매매를 하더라도 투자자가 수시로 투자 상황을 체크하는 방법 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이다.

금융사 관계자는 "증권 투자는 ‘잃을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진행되기 때문에 피해를 보더라도 보상을 100%받지 못한다”며 “최근 들어 증가하는 증권사 금융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지속적으로 자신의 돈을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앞서 지난 9월 미래에셋증권 대리급 직원이 고객 11명으로부터 21억 원을 끌어모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지난 3월에는 한화투자증권 직원이 고객 돈 2억5000만 원을 횡령한 사실이 증권사 자체 감사에서 적발됐다. 고객들이 증권계좌 카드를 지점에 맡겨놓거나 출금 관련 비밀번호를 쉽게 알려준다는 점을 악용해 돈을 가로챈 것.

하나대투증권에서도 차장급 직원이 개인 계좌로 고객의 돈을 모아 주식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100억 원대의 대규모 투자 손실을 일으킨 바 있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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