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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환경부, 과자 과대 포장 '강 건너 불 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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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환경부, 과자 과대 포장 '강 건너 불 구경'?
  •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 승인 2014.01.21 08: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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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상자와 질소를 샀더니 과자가 덤으로 들어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큼지막한 포장의 과자를 샀는데 정작 내용물은 쥐꼬리인 현실을 풍자한 유머다.

단순히 웃어넘기기에는 그 정도가 심각하다. 지난 14일 소비자문제연구소 컨슈머리서치 발표 자료에 따르면 롯데제과 오리온 크라운제과 해태제과 등 4개 제과업체에서 판매하는 과자 20종의 내용물 부피가 포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오리온 ‘마켓오 리얼 브라우니’는 포장을 걷어내자 내용물이 5분의 1에도 못미쳤다. 포장 상자의 80% 이상이 빈 공간인 셈이다.

이처럼 업체들의 포장 눈속임 뻥튀기가 가능한 것은 과대포장을 규제하기 위해 제정한 환경부의 포장 규칙 때문이다.

지난 2012년 환경부는 제과류의 포장공간 비율을 20%, 봉지과자(질소포장)는 35% 이하로 제한하는 내용의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을 강화 제정했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가 이를 위반한 제조업체에는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규정상 실제 내용물이 아닌 겉포장과 마지막 속포장을 두고 빈 공간을 측정하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것과 규정 사이에 엄청난 간극이 있다.

숱하게 많은 제외항목이 포장을 부풀릴 수 있는 빌미가 되고 있지만 복잡한 세부규정을 소비자들이 알리 만무하다.

이처럼 개정된 법이 되레 업체들의 과대포장 면죄부가 되고 있는 사실에 대해 환경부는 "업체의 자율적인 개선의지가 중요하다"는 교과서적 입장만을 내세우고 있다.

포장 문제를 개선하려면 법 기준 강화가 아닌 제품 특성에 맞게 업체 자발적으로 포장재를 줄여 나가는 등 목표를 세워서 고쳐 나가는 것이 순리라는 주장이다. 

오히려 현재 규정만으로도 제과업체에서 기준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쯤되니 제대로 과대 포장을 규제하는 것이 목적이지, 식품업체 측에 면피할 구실을 주기 위함인지 헷갈릴 정도다.

환경부는 소비자들이 간소한 포장의 내용물이 알찬 제품보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내용물이 적은 눈속임용 과자를 선호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

미국 시리얼 제조업체 ‘맘 브랜즈’는 시리얼 전통 포장방식인 이중포장기술(비닐포장+박스포장)에서 탈피해 박스포장을 과감히 제거한 상품을 출시했다.

외피 박스포장을 없앤 후 맘 브랜즈는 소비포장재 쓰레기 발생률을 70%나 감소시킬 수 있었다. 또한 연간 성장률이 1.4%에 그친 다른 시리얼 업체에 비해 연 매출액이 7%나 상승했다고 한다.

하지만 업체 측의 자발적 움직임만으로 이런 '그린 마케팅'이 펼쳐지길 기대하기에는 현 상황은 가히 절망적인 수준이다.

'모호한 규정' 뒤에서 소비자를 기망하고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업체들에게 더이상 자율의 관용이 아닌 강력한 제도의 철퇴가 필요한 때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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