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카드, 농협카드, 롯데카드를 모두 갖고 있는 필자 역시 오랜 시간을 투자한 끝에 고스란히 개인 정보가 유출됐다는 내용을 확인했다.
카드번호, 유효기간은 물론 이름, 주민번호, 자택주소까지 무려 15개 항목이다. 개인에 관한 정보로 빠진 게 뭐가 더 있나 싶을 정도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례는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유독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필자의 입맛이 쓴 이유는 그간 카드사들이 보여준 행태 때문이다.
잊을만하면 벌어진 정보 유출 사건 탓에 누구나 불안감을 쉽게 떨치지 못하고 정보 관리의 필요성을 절감한다.
카드사들은 그 점에 착안해 너나할 것 없이 돈벌이에 나섰다.
‘개인 금융정보를 보호해 준다’며 마치 무료 서비스인양 낚시성 가입 유치도 서슴지 않으며 눈 먼 돈을 챙겼고, 뒤늦게 요금 청구 사실을 알게 된 소비자들의 민원이 줄을 이었다.
금융정보 보호 명목으로 이용료를 챙겨왔던 카드사들이 허술한 내부 관리로 카드번호, 유효기간 등 중요 정보를 모두 유출시킨 상황을 보고 있자니 이런 코미디가 있나 싶어 헛웃음이 난다.
무려 1억 건이 넘는, 그것도 금융정보 유출이라는 초유의 사태에 카드사 사장 등 경영진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카드사와 금융감독위원회가 나서 “신용카드 부정 사용 피해 전액 보상”을 이야기했고 정부는 “관계자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지만 정작 피해자인 소비자들의 반응은 심드렁하다.
경영진의 사퇴나 책임자 처벌이 만방에 뿌려진 내 정보를 되돌릴 수 있는 해답이 될 수 없으며, 이번 정보유출로 인한 ‘실질적인 피해’의 범위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시각의 온도차 역시 극명하기 때문이다.
도무지 어느 선까지 알려졌을지 모르는 내 정보로 인해 스팸 전화나 각종 홍보 전화가 쏟아지고, 스미싱 피해가 우려되는 문자메시지를 수십 건씩 받아야 하는 상황에 대해 과연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피해 보상은 무엇일까?
휴대전화 명의도용 가입, 모르쇠 소액결제 등으로 개인 정보 유출 피해를 호소하는 소비자가 하루에도 수십 명에 이른다.
숱한 소비자들이 ‘피해 사실 입증’을 하지 못해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하는 현 구조에서 카드위조, 변조에 대한 2차 피해를 어떻게 입증하고 어느 선까지 보상을 받을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강한 의구심이 남는다.
게다가 카드사 고객센터 전화는 연일 통화중음만 반복되고 있고 은행은 수십 명의 대기자들로 북적된다. 개인정보가 털린 것도 억울한데 상황정리를 위해 생업도 미뤄둬야 할 판이다.
이걸로도 모자라 정신 사나운 사태를 악용한 스미싱 문자까지 기승을 부리고 있다니 뭐하나 마음 편한 것이 없다.
산 너머 산, 그 넘어 뿌연 안개만 자욱해 보이는 이런 상황이 그저 부도덕한 한 개인이 벌인 인재(人災)라고 생각하는지 카드사와 금융당국에 묻는다면 어떤 답이 돌아올지 궁금해진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저작권자 ©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