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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통3사의 ‘불법보조금 공동선언문’에 입맛이 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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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통3사의 ‘불법보조금 공동선언문’에 입맛이 쓴 이유
  • 백진주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14.03.25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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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보조금 지급으로 인한 시장 혼탁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던 통신3사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동통신시장 안정화를 위한 공동 선언문’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불법보조금 지급을 중단을 선언하기 위해서다.

과열된 가입자 유치 경쟁으로 시장을 혼탁하게 만든 책임을 인정한다는 서두로 시작된 공동서약의 내용을 살펴보니 한숨이 절로난다. 재탕 삼탕 정도가 아니라 수 십 차례 우려먹어 이제 찌꺼기 수준의 음식을 보는 기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흘러간 옛 노래라면 정감이라도 있으려만 뻔한 래퍼토리로 구색만 맞춘 정책을 ‘공동 선언문’이랍시고 발표하는 걸 보니 대놓고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게 아니고 뭔가 싶다.

이통 3사가 내놓은 내용에서 어떤 새로운 내용도, 문제 해결의 의지를 찾아볼 수 없는 건 단순히 필자의 시선이 삐딱해서만은 아닐 게다.

하나하나 짚어보자.

공동시장 감시단을 운영해 위반 사항 적발 시 자율 제재를 가하거나 법에 따른 제재를 정부에 요청한다고 한다. 영업정지보다 수위가 높은 법적 제재가 무엇일지 필자는 도무지 모르겠다.

약정 가입 시 요금할인을 단말기 보조금인 것 마냥 속여 팔거나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온라인에서 수집한 뒤 가입신청서를 대필하는 등 줄곧 문제 제기되어온 속임수, 편법 영업에 대해서도 강력 조치를 언급했다.

업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심(?)해 내놓은 대안은 ‘전산망 차단’이다. 휴대폰 개통 시 입력하는 코드를 회수해 장사를 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해결 방법인 단말기 출고가 인하는 역시나 답보상태다. “제조사 측 협조 요청”이라는 소극적이고 원론적인 입장표명이 전부다.

221대란, 228대란이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날마다 널뛰었던 ‘27만원 보조금’ 역시 여전히 정상영업의 기준 잣대로 고스란히 남아있다.

통신사 본사는 아무런 대안도 제시한지 않은 채 일선 대리점과 판매점의 목을 죄는 방식만으로 해결하겠다는 선언문에서 회의적인 시선을 거두기가 어렵다.

게다가 대리점과 판매점 등에서 순순히 본사 측의 징계처분을 감수할 런지도 의문이다.

줄줄이 영업정지 징계를 맞은 대리점과 판매점들은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장기 영업정지 처분을 내릴 경우 통신사업자와 제조사가 아닌 소상인들과 관련 업무 종사자들만 큰 피해를 입는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행간에서 왜 통신사가 아닌 우리가 모든 책임을 져야하느냐는 항변을 읽어내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이다.

아니나다를까 이통 3사가 선언문을 발표 이후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2~3배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계약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다.

존경받지 못하는 어른의 훈계는 한귀로 듣고 흘러버려도 되는 잔소리로 취급될 뿐이다.

SKT·KT·LGU+ 불법보조금 중단을 선언했다는 기사는 최근 그 어떤 기사보다 높은 조회수를 보였다. 그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현 보조금 정책의 변화에 관심과 기대를 걸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내용을 확인한 독자들 대부분이 그럼 그렇지~하며 찹찹한 마음으로 기사 창을 닫았을 게다.

한 이통사 마케팅부문장이 언급한 “이통 3사가 시장을 바로잡기 위한 노력과 고민을 함께 하고 발표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부분에 시선이 꽂힌다.

몇 년 간 끊임없이 불법보조금 대책에 속다보니 정부 압박에 떠밀려서 만들어진 통신3사의 화해모드(?)에라도 기대를 걸어봐야 하는 건가 하는 어이없는 생각마저 머리를 스친다.

‘커서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라는 코흘리개 아이의 막연한 꿈과 하나 다를바 없는 대기업들의 이야기에 이리도 입맛이 쓴 건 아직도 어리석은 기대가 남은 때문인가 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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