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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깐죽거리 잔혹사'로 배우는 진짜 고수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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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깐죽거리 잔혹사'로 배우는 진짜 고수의 의미
  • 백진주 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14.05.22 08: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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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창 뜨거운 인기를 구가중인 주인공이 있다. 개그콘서트 ‘깐죽거리 잔혹사’ 코너에 허당 조폭으로 출연중인 조윤호다.

가장 핫한 스타들만 기용된다는 통신사와 라면 광고모델로 섭외될 만큼 한마디로 빵~떴다.

조윤호는 매회 무림고수 부녀에게 끊임없이 “빡”이라고 기합을 넣어가며 허술한 공격을 시도한 후 “끝”을 외쳐보지만 고수에게 번번히 제지당할 뿐이다. 온갖 허세로 자신의 모습을 포장해가며 도전하고 또 도전하는 그의 모습에 폭소가 터진다.

하지만 현실에서 똑같은 상황을 대면해보니 개그 코너를 보듯이 그저 웃어넘길 수만은 없다.

최근 개인적으로 홈쇼핑업체에서 운영하는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사려고 회원가입을 하려다 뜻밖의 상황을 접했다.

여러 계열사 중 한 업체인 그 곳에서 패밀리회원 인증을 하는 과정에서 생전 듯도 보도 못한 엉뚱한 김OO이란 남자의 이름이 확인된 것. 주민번호, 이전 주소, 아이디까지 모든 개인정보가 고스란히 그 사람의 이름으로 등록되어 있었다.

개인정보 노출 사고가 워낙 빈번하다 보니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에 황급히 고객센터로 문의하자 통합사이트를 운영하는 대표사이트 고객센터로 연결됐다.

그러나 내막을 확인한 상담원은 “고객님은 패밀리회원 가입을 한 적이 없으니 회원 가입하고자 했던 온라인몰로 상담하라”고 돌려세웠다. 다시 해당업체 상담원에게 문의하자 확인 후 연락을 주겠다고 하더니 업무시간이 종료될 때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다음날, 그 다음날까지 고행은 계속됐다.

이전 상담원이 아무런 상담이력을 남겨두지 않아 길고 긴 이야기를 반복 설명해야 했고 “2006년 김OO이란 사람의 신용카드로 구매한 이력 때문에 명의가 변경됐다”는 기막힌 설명이 돌아왔다. 남편카드로 결제하면 내 아이디가 남편 명의로 변경되는 거냐고 묻자 얼버무렸다.

한참동안 실랑이 끝에 연결된 책임자의 말이 압권이다. 수습 상담원이라 뭘 잘 몰라서 멋대로 이야기했으니 이해하라는 것.

하지만 능숙한 총괄 책임자마저도 납득할 수 있는 어떤 사실 확인도 하지 못했다. “오래 전 자료라 남아있는 게 없다”, “당시 홈쇼핑에서 전화상 구매 시도 시 등록된 이름이 김OO", “고객편의를 위해 패밀리아이디를 잡아두고 있다”는 온통 허무맹랑한 이야기로 시간만 허비할 뿐이었다.

어떤 경위를 통해 엉뚱한 이름에 내 개인정보가 연결됐는지 알고 싶다는 바람은 며칠 동안 지겹도록 반복된 ‘빡~’ ‘끝~’ 놀이로 끝나버렸다.

패밀리사이트 운영으로 불필요한 개인정보 수집의 위험성에 대해 본지에서 여러차례 문제제기해 왔다. 그때마다 안전하게 빈틈없이 관리하고 있다고 큰소리를 치던 기업이었던 터라 배신감은 더 컸다. 

한 개인이 겪은 해프닝이라고 하기엔 지금 도처에서 벌어지고 있는 웃지 못 할 상황들과 많은 부분 오버랩 된다.

문제점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할 때 꼼꼼히 점검해보지 않고 임기응변으로 넘겼다 정작 대형 사고로 드러나면 그때서야 ‘시스템 개선’ 등의 거창한 말들을 내세워 동동거린다. 하지만 보여주기 식 코스프레에 불과했다는 걸 확인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크고 작은 구멍을 소홀이 넘긴 탓에 수많은 꽃들이 제대로 피어보지도 못한 채 지는 엄청난 참사까지 겪었다.

더 큰 불행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딱~” 큰소리로 시선을 끌고 허술하게 “끝~”내는 허당 조폭이 아닌 그의 어떤 공격도 빈틈없이 막아낼 수 있는 무림 고수가 되어야 한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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