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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의리’의 탈을 쓴 대기업의 '아전인수'

백진주기자 k87622@csnews.co.kr 2014년 06월 25일 수요일 +더보기
요즘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단어는 바로 ‘으~리’다. 배우 김보성이 어떤 주제를 막론하고 언제, 어디에서나 강조해왔던 의리라는 단어를 그 특유의 박력 있고 남성적인 발음 그대로 표현한 단어다.

"약자를 보호하는 것이 진정한 의리"라고 주장하는 그가 한결같이 고집하는 검은 선글라스가 친구의 싸움에 휘말려 대신 싸우다 실명하게 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명실 공히 의리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최근에는 한 음료 CF에서 자신의 이미지와 의리라는 단어를 적절히 사용하면서 말 그대로 으~리으~리한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런가하면 최근 ‘의리’라는 단어의 가장 부정적인 이미지로 떠오른 주인공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다.

오랜 시간 특별한 실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벤치를 지킨 박주영 선수를 국대로 선발하면서 축구팬들로부터 ‘인맥축구’라는 비난을 받았다. 결국 러시아전 무승부에 이어 알제리전 2:4 참배로 인해 능력 없는 스트라이커를 고집해 온 홍명보 감독에게 모든 패인의 책임이 쏟아졌다.

스포츠 경기에서 승패만을 두고 잘잘못을 따질 순 없지만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우선하겠다’던 홍감독 자신의 원칙을 무너뜨리며 다른 선수들의 기회까지 박탈하며 강행한 선수 선발의 결과라는 점 때문에 ‘홍명보 박주영 의리’라는 표현은 당분간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긴 어려워 보인다.

의리가 거친 사나이 세계에서만이 아니라 인간사 어디에도 반드시 필요한 덕목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정의가 밑바탕이 아닌, 상호간의 이해관계 때문에 맺어진 의리는 필요에 의해 맺어졌다 언젠가는 저버려도 문제될 것이 없는 동맹일 뿐이다.

소비자와 업체 관계를 빗대어 한번 풀어보자.

소비자 민원 등으로 대형오픈마켓이나 대형프랜차이즈점을 운영하는 본사 측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판매업체도 우리의 고객이다”, “가맹점 측 운영방식에 왈가왈부 할 수 없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제품을 구매하고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 못지않게 가맹주나 계약을 맺은 판매자 역시 자신들에게는 귀한 가족이자 고객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그들의 설명이 완전히 틀리진 않다. 내 가족을 뒷전으로 내모는 가장이 가정 안에서 제대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문제는 방식에 있다. 단순히 내 가족을 감싸 안고 오냐오냐하는 것이 내 가족편이 되어주고 의리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는 게다.

낚시성 영업방식으로 매출을 높여 많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판매자가, 조건을 정확히 설명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한 뒤 과도한 위약금으로 발목을 붙잡는 대리점이 당장은 본사의 수익을 높여줄지 몰라도 언젠가는 그 구멍을 통해 큰 누수사고가 벌어지게 돼있다.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을 수 있도록 가이드해 주고 그럼에도 반복되는 고의적 잘못은 따끔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물론 그로 인해 손실이 생긴다면 역시 고통 분담해야 할 일이다.

작은 손해도 보지 않으려고 몸을 웅크린 채 ‘판매업체(가맹점)에게 싫은 소리할 수 없어요’식의 무책임한 대응은 비겁한 변명일 뿐이다.

반면 정작 진짜 고객에게는 아주 쉽게 말을 바꾸고 등을 돌리는 배신의 모습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정품이라 믿고 구입한 제품이 짝퉁이라는 사실에 절망하는 소비자에게 오히려 입증의 책임을 떠넘기는가 하면, 사은품으로 현혹해 물건을 판매하고 “예상보다 많이 팔려 부득이 품목을 변경한다”는 일방적인 통보만으로 허접한 다른 물품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제대로 검수조차 않고 이벤트를 진행해 소비자 참여를 유도한 후 이럴 줄 몰랐다는 식으로 행사를 임의종료하고 상품 지급을 중단하는 등은 모두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너무나 기본적인 의리를 저버리는 행위다.

어떤 상황에도 무조건 내 편이 되어줘야 한다는 ‘의리’의 시대는 이미 오래 전에 끝났다.

하지만 그 의미가 실리를 위해서라면 어떤 약속이나 책임도 쉽게 번복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는 것쯤은 상식이 되는 세상이 되길 기대해본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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