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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경제법칙 역행하는 원유가격연동제

조윤주 기자 heyatti@csnews.co.kr 2014년 06월 26일 목요일 +더보기

‘우선 먹기는 곶감이 달다’는 속담이 있다. 앞일은 생각지 않고 당장 취할 이익만 좇는다는 의미다.

최근 유가공업체와 원유(原乳)가격 협상을 벌이고 있는 낙농가의 모습이 이 속담을 닮아 있는 듯하다. 우유 소비가 급감하며 소비자에게 외면을 받는 상황에서 당장의 손해에만 연연해 유가공업체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낙농가의 강력한 원유값 인상 요구에 유가공업체는 고민에 빠졌다. 실적도 고꾸라지는 판에 원가 부담이 높아지는 게 부담스럽지만, 이를 제품가격에 반영해 소비자와 유통업체에 전가시키기도 어려운 탓이다.

수요가 줄면 가격이 떨어지는 게 경제원리지만, 원유가격에는 이 같은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정부가 낙농가와 유가공업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8월에 도입한 원유가격연동제 덕분이다. 연동제에서는 통계청이 전년도 우유생산비 증감액과 소비자 물가인상률을 반영해 원유 기본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이 제도에 따라 지난해 8월 원유가격이 리터당 106원 인상돼 940원으로 오른 바 있다. 소비자가도 220원씩 올랐다.

지난해 원유 1kg당 생산비가 전년보다 23원 오른 것과 일반물가상승률 1.3%를 반영해 올해 원유가격은 25원가량 인상될 예정이란 발표다.

그러나 유가공업계는 2년 연속 원유값 인상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인상액이 100원 이하여서 이를 소비자가격에 직접 반영하기 어렵고, 결국 유가공 업체가 인상분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또 지난해 우유값 인상 후 우유 소비가 줄어든 마당에 올해도 가격을 인상했다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실적을 공시하지 않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을 제외한 남양유업, 매일유업 등 유가공업체의 매출원가율(총매출액 중 매출원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식품업체 평균 원가율 70%를 3~4%가량 상회하는 수준이다. 

또 지난해 우유가격이 오른 후 대형마트 등에서 수요가 7%가량 줄었다는 보도가 있었다.

게다가 따뜻해진 날씨 덕분에 원유 생산이 늘어 분유 재고가 11년 만에 최다인 점도 '원유 가격을 동결해야 한다'는 유가공업체의 입장과 맞닿아 있다.

낙농가는 당장의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 원유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장래를 생각해보면 보다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원유 가격은 오르고 수요는 줄어드는 바람에 경영난을 이기지 못한 중소 유가공업체가 문을 닫기도 했다. 원유가격 인상이 우유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소비자들은 더욱 우유를 외면하게 될 테고, 유가공업체가 흔들리면 낙농가의 존립기반도 위태로워질 수밖에 없다. 

원유 가격 인상은 우유는 물론 우유를 원재료로 하는 유제품, 빵, 과자, 아이스크림, 커피 등 가공식품의 가격인상 도미노로 이어질 수 있다.


눈앞의 이익만 쫓다가는 더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유가공업체와 낙농가는 원유가격 인상폭이 일정수준 이하면 전년 수준에서 동결하고 이듬해에 몰아서 반영하는 누적연동제 도입을 놓고 고심 중이다. 하지만 그 기준을 놓고 양측이 이견을 보이고 있다. 낙농가는 2%  가공업체는 8%를 기준으로 누적연동제를 도입하자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낙농가 대표인 낙농진흥회와 유가공업체는 오는 27일 원유가격 및 누적연동제 적용 등에 대한 논의가 예정돼 있다.

낙농가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우유소비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가격인상만 고집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에 맞춰 보다 유연한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무리 질 좋은 우유를 생산해도 소비자들이 가격에 부담을 느껴 외면하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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