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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럽 '디지털 식민지'에 떠는데 한국은 네이버 '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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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유럽 '디지털 식민지'에 떠는데 한국은 네이버 '때리기'
  • 김건우 기자 kimgw@csnews.co.kr
  • 승인 2014.07.08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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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식민지에 대한 공포가 확산돼 각국 정부가 전전긍긍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전해지고 있다. 공포의 진원지는 무력전쟁이나 인종 갈등이 아니라, 생뚱맞게도 '데이터'다.

영국 가디언지에 따르면 독일 검색시장의 91%를 잠식한 구글 때문에 독일 연방 카르테청이 구글 등 IT기업을 규제하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는 소식이다.

독일 정부는 구글 인터넷 플랫폼의 반독점 형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구글의 검색 기능을 모바일이나 유투브, 이메일 등의 서비스에서 떼어내는 초강수를 추진 중이라고 한다.

구글이 전세계 인터넷시장을 석권하면서 각국의 검색 엔진이 힘을 잃고 있는 데 따른 위기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움직임이다.

이처럼 유럽에서는 '침략자'인 구글로부터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고민 중이지만 한국은 이와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내 검색시장 1위를 수 년째 유지하고 있는 '네이버'를 'IT 생태계의 파괴자'로 낙인찍으며 적극적으로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네이버는 올해 4월 기준으로 국내 인터넷 검색 점유율 73.8%를 기록하며 구글과 야후 등 세계 굴지 IT기업에 맞서 국내 시장을 지켜내고 있는 토종 기업이다.

세계적으로도 구글이 아닌 토종기업이 자국 인터넷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한국에 그칠 정도로 국내 시장에서의 네이버는 뚝심 있게 시장 수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전 세계를 두루 살피며 삼킬 곳을 찾는 구글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터넷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국내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접수에 실패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을 정도다.

'디지털 식민지'의 공포를 훌륭하게 막아내고 있는 네이버지만, 국내 IT시장에서 '독과점의 원흉'으로 지목 받으며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이에 부담을 느낀 네이버는 상생경영을 위해 부동산, 여행정보서비스 등을 연이어 종료하고 오픈마켓 '샵 N'마저 지난 달 1일 최종 철수하는 등 손발을 잘라내기에 바쁜 처지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네이버도 실상은 '동네 골목대장'에 불과하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네이버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22억 달러로 598억 달러를 기록한 구글에 비해 27분의 1에 불과하다. 네이버의 작년 매출액은 구글의 당기순이익 129억달러와 비교해도 6분의 1 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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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라는 '거대공룡'을 한국시장에서는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있는 덕분에 적어도 지금까지는 디지털 식민지 신세를 면하고 있지만, 향후 상황은 낙관할 수 없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 역시 국내 사업자보다 구글을 비롯한 해외 사업자의 공습이 두렵다고 할 만큼 구글을 비롯한 해외 글로벌 기업의 공습에 대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네이버는 해외시장에서 '라인'을 히트시키며 이제 겨우 글로벌화의 첫걸음을 뗐지만 구글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기만 하다. 

국내 기업을 적극 지원해 해외시장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을 할 수 있게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코너로 몰기만 하는 정부의 근시안적인 태도가 아쉽기만 하다. 네이버의 자리를 구글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잠식한 뒤에 유럽처럼 '디지털 식민지'의 공포에 시달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소비자가 만드는 신문 = 김건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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