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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청맹과니’ 소비자가 치뤄야 하는 댓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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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청맹과니’ 소비자가 치뤄야 하는 댓가들
  • 백진주기자 k87622@csnews.co.kr
  • 승인 2014.07.25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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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출근길에 비둘기 한마리가 사무실 건물로 들어왔다 나가지 못하고 온통 유리로 만들어진 벽에 머리를 찍으며 퍼덕대는 모습을 봤다.

호기심에 발을 들인 거지, 무더운 날씨 탓에 찬 기운이 솔솔 나는 도시 건물의 유혹에 빠진 건진 알 수 없지만 분명 눈 앞에 보이는 하늘로 날아갈 수 없는 비둘기는 적잖이 당황했는지 연신 불안한 날개 짓을 반복했다.

보다 못해 나선 건물 관리자의 도움으로 자유를 얻었지만 아무리 '새대가리'라고 해도 당분간은 건물 근처에는 얼씬도 못할 만큼 호된 경험이었을 게다.

수년 간 소비자 문제와 관련된 일을 하다 보니 이와 비슷한 상황을 숱하게 보게 된다.

경험과 정보 부족으로 적게는 몇 만 원에서 많게는 수백만 원대의 손해를 본 후 그저 업체의 선처에만 기대는 소비자들이 허다하다.

이미 업체가 떡하니 환불 기준, 반품 불가 조항을 명시해 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줄은 몰랐다”, “내 잘못도 있긴 하지만...”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경우다. 명확한 규정을 두고 감정에만 호소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다양한 유통망을 통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구매를 유혹하고 높은 할인율만큼 껑충 뛰는 취소 수수료를 내거는 상품 판매가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이 챙겨야 할 기본사항도 훨씬 많아졌다.

반품 시 제한조건은 없는지 환불 시 취소 수수료는 어떻게 책정되는지를 체크해야 한다. 제품 사용 시 아주 사소한 주의사항을 이수하지 않아도 소비자 과실이 돼 어떤 요구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부지기수다.

일단 구입했다 마음 바뀌면 반품/환불하면 그만이었던 이전과는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너무나 뻔한 이야기지만 현 사회는 정보가 자산이다. 소비자 문제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예컨대 누구나 하나씩은 갖고 있는 수입 운동화의 경우 세탁 후 변형에 대해서는 제조사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다, 애초에 운동화는 ‘세탁금지 품목’이라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매 시 주의사항 등을 안내하지도 않고 개별 상품에 대한 특징이 아닌 전체 주의사항으로 두루뭉술하게 표시하는 게 전부지만 소비자 과실을 탓하는 제조사들의 입장은 한결같다.

수차례 기사를 통해 문제점을 지적하고 주의를 당부하고 있지만 일주일에 서너건 씩 지속적으로 접수되는 단골 민원이다.

저가 항공권 역시 같은 문제다. 저비용항공사 자체 이벤트나 소셜커머스 등을 통해 할인가에 판매되는 항공권의 경우 일정변경이 불가능한 것은 물론 취소 시 엄청난 취소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

구매 시 환불에 대한 관련 내용이 분명 명시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취소 수수료율을 보긴 했지만 설마 했다”는 소비자의 항변에는 말문이 막힌다.

친분을 통해 가입하게 된 보험상품 역시 마찬가지다. 설계사 말만 믿고 가입 후 계약 조건을 짚어보지도 않은 채 몇 년을 흘려보낸 후 불완전판매를 문제 삼는 경우 긍정적 해결을 보긴 사실상 어렵다.

물론 업체가 약관 등을 통해 명시를 했다고 하더라도 불공정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비자가만드는신문이 지속적으로 개선 요구를 하고 그로 인해 실제로 변경된 것들이 상당이 많다.

소셜커머스 환불 제한, 유류할증료를 부풀리기, 해외 직구품 반품 시 관세 환급 제한 등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한 결과 모두 6개월 이내 환불 가능, 여행 상품가에 유류할증료와 tax 통합 표시, 관세사 없이 관세 환급이 가능토록 모두 개선됐다.

소비 생활 중 발견된 크고 작은 문제를 방관하지 않고 문제제기를 하는 것은 소비자 권리를 찾기 위한 첫걸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점이 개선되기 전까진 당장 내가 금전적이든 정신적이든 피해를 입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를 위해선 작은 물건 하나 사거나 계약 한 건을 하더라도 충분한 정보에 눈 뜨고 있어야 한다.

소를 잃은 뒤엔 외양간이라도 고쳐야겠지만 그 전에 소를 잃지 않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는 것이 최상이란 사실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백진주 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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