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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삭제된 소시지 함량 표기가 소비자를 위해서?

문지혜 기자 jhmoon@csnews.co.kr 2014년 09월 24일 수요일 +더보기
소시지와 햄 등 축산물가공품에 돈육 함량 표기가 사라지고 있다. 그동안 돼지고기·닭고기 함량 표기를 꼼꼼하게 살펴보고 제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은 그야말로 ‘멘붕’에 빠졌다. 밀가루나 다른 첨가물보다 실제 고기 함량이 얼마나 많으냐에 따라 가격을 가늠해왔기 때문이다. 또 어떤 고기가 얼마만큼 들어있는지도 소비자에게는 중요한 선택 기준이었다.

업체 측은 올해 축산물 표시기준이 바뀌면서 함량 계산방법이 복잡해졌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축적이 필요해 함량 표기를 아예 삭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 측이 제대로 된 논의 없이 계산방법을 바꾸면서 생긴 일이라는 것.

반대로 정부에서는 좀더 계산하기 쉽도록 업체 측 편의를 고려하면서 정확하게 원재료 함량을 표기하기 위해 계산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계산식은 분명 더 쉬워졌지만 이를 이해하지 못한 업체들이 혼란스러워하면서 표기를 없애는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업체와 정부 모두 상대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소비자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양 쪽 모두 소비자를 위한 변명이 될 수 없다. 소비자들은 예전과 같은 함량 표기가 소비자를 위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부 소비자들은 벌써부터 업체들이 함량을 슬쩍 변경해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꼼수에 대한 가능성까지 우려하고 있다.

더욱 큰 문제는 함량 표기가 필수가 아니기 때문에 업체 측이 이를 삭제한다고 해도 복원하도록 강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 축산물가공품 표시 지침에 따르면 제품 제목 등에 ‘돼지고기 100%’ 등 강조 표시가 돼 있지 않는 경우에는 함량 표시를 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CJ제일제당, 롯데햄, 농협목우촌, 하림, 동원F&B, 사조대림 중 CJ제일제당과 농협목우촌이 함량 표기를 삭제한 것으로 조사됐으나 점점 더 많은 업체들이 같은 이유를 대며 표기를 슬그머니 지워버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발행한 ‘식품안전관리 지침’에 따라 올해 안에 결국 변경된 계산법을 적용해야 하는데 여전히 정부와 업체간의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혼란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

분명 계산법을 바꾼 원래 의도는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지만 결론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결국 ‘햠량 표기 필수’가 아니라 ‘정확한 계산법’을 먼저 내세우며 손을 놓아버린 정부와 이를 핑계 삼아 표기 자체를 삭제해 버린 업체 사이에서 애꿎은 소비자만 피해를 입는 셈이다.

'소비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소비자를 슬프게 하는' 정책이 된 셈이다.

[소비자가만드는신문 = 문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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